사람들은 태어나면서 자신을 나타내는 고유의 이름을 갖게 된다.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이름을 지어주고자 좋은 이름이 무엇인지 찾아보기도 하고, 이름을 잘 짓는다는 작명서를 찾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름을 짓기도 한다.
그러나 살면서 그 귀한 이름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느낌이 들 정도로 주변 사람들에게 또는 내 가족에게서 우스꽝스럽고 그 고유한 존재를 비하하는 명칭들로 불려지거나 자신을 평가받는 경우를 만날 수 있다.
지난 9월, 10월 2달간은 특별히 우리가 흔히 범하는 ‘name calling’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고 내 자신 스스로도 그간 별다른 생각 없이 저질렀던 name calling행동들로 괴로웠던 시기기도 했다. 한국어로 name calling을 직역하면 “욕하기”로 되어있지만, 그 범위는 우리가 무심코 내던지는 여러가지 단어와 표현이 포함되어있다. 특히 자녀들을 훈육을 할 때 쓰는 ‘게으른, 생각이 없는, 이기적인 , 무책임한’ 등등의 표현들도 이에 해당이 된다.
가정폭력 피해자와 생존자, 그리고 상담에서 만났던 내담자에게 들었던 이야기들은 name calling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더 많은 리서치와 name calling을 직접 행한 당사자나 그것을 당하는 개인에게 어떤 다른 대안적인 표현과 대처행동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한 내담자는 3, 4살된 자녀들이 아빠에게 “너는 왜 그렇게 혼자 할 줄 몰라” “그것도 혼자 못해?”라고 꾸짖음을 당할 때, 자신의 내면이 건드려져 자신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분노와 자녀들이 얼마나 힘들지, 너무 심한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서 눈물이 맺혔다.
Name calling은 언어적 학대에 대표적인 양상이고, 학교와 직장에서 bullying(왕따)의 흔한 형태이며, 왕따를 경험한 학생들 중 대부분이 name calling을 가장 고통스럽고 견디기 힘들었던 경험으로 얘기하고 있다.
Name calling으로 인한 피해가 개인의 정신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생각될 수 있는 얘기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렇게 당연시 되는 결과들을 조금은 주의 깊게 다시 한 번 자각하고 개개인이 자신을 위해, 자녀를 위해, 더 나아가 우리가 대하는 하나하나의 관계에서 쉽게 표현될 수 있는 타인비하에 대한 언어들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Name calling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그동안 가지고 있는 자존감은 사라지고 자신을 현실적으로 보지 못하게 된다. 더 나아가 본인이 느껴왔던 자신의 정체성에도 혼란을 가져오게 되고, 타인들로부터 “생각이 없고, 무책임한 사람”으로 인식 되어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청소년의 경우, 성격적인 면과 행동적인 면에서 변화를 가져오는데 밖에 나가기를 꺼려한다든지, 외부환경이나 반응에 대해 공격적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그 예가 될 수 있다.
자신의 세대와는 다른 청소년을 훈육함에 있어서 늘 긍정적인 표현으로 자녀를 대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하지만 name calling과 같은 표현들은 부모가 기대하는 행동을 전혀 이끌어 내지 못한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해야 할 것이다.
이미 좋지 않은 표현을 자녀들에게 했다면 자녀들에게 그 얘기를 들었때 감정이 어떠했는지를 나누고, 그리고 부모자신의 표현으로 인해 부정적인 감정을 들게한 사실에 대해 미안하다고 말해주고, 서로 갈등이 있을때 어떤 표현으로 얘기해주면 좋은지 직접 묻고, 실천에 옮기는 것도 관계를 개선하고,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를 가져오는 하나의 기술이 될 수 있다.
Name calling은 개인적으로는 무드, 성격, 행동에서 부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만, 사회적으로는 혐오범죄를 야기하기도 한다. 몇몇 범죄자들은 범행동기를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표현”을 참을 수 없어서라고 말하고 있는 사실도 보면 name calling의 심각한 결과들을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김춘수의 시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중략)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우리 존재를 의미롭고 가치롭게 나타내주는 이름, 명칭으로 불러주는 작은 움직임이 서로가 존중하는 사회, 함께 잘 살아가는 사회를 이룰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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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희 좋은마음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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