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부 이태리 기행 1화…산타크로스의 기원, 바리(Bari)
바리 항구 모습(위). 어시장 좌판(아래 왼쪽). 아직도 이런 어선이 있다니….
이태리 반도 모습을 흔히 장화에 비유한다. 그런데 그 장화로 치면 발뒤꿈치에 해당하는 지역이 풀리아(Puglia)다. 그리고 이 지역 주도가 바리(Bari)이다. 나의 남부 기행은 이 바리부터 시작되었다. 이곳 그 지역 이름이 아풀리아의 바리라고 지역이름이 나타난 것이 그리스 시대부터이다. 그런데 위치상 장화 발끝에 있는 즉 동쪽에 있는 나폴리는 네오 폴리스(Neo Polis), 즉 새로운 도시라는 이름을 지었지만 이 지역은 별로 내놓을 것이 없어 그저 비가 별로 오지 않는 지역이라며 그리스 인들이 아풀리아(Apulia) 라고 불렀고 그리스, 그중에서도 제일 멋대가리 없는 스파르타 세력권에 있었다.
-전화(戰禍)를 입지 않은 땅
다행스러운 점도 있다. 해발 평균 5미터의 땅에 그저 올리브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별로 매력이 없는 땅이었기에 역사상 전화(戰禍)를 입지 않은 땅이기도 했다. 카르타고의 한니발 장군이 이끄는 포에니 전쟁에서도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었고, 2차 세계대전에서도 패튼 장군이 시실리에 상륙해서 동부해안을 따라 북의 로마로 진격하느라고 이곳은 전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지나갔다. 그저 2차 세계대전 초기에 나치 군이 소수 진군해서 모병을 했을 뿐이다.
하지만 이곳에는 지역의 이름 끝에 델 몬테(Del Monte) 라는 마을 이름이 많이 있다. 해적들의 침입이 많아 예를 들면 ‘사비’라는 마을이 있다고 한다면 그 마을 사람들이 해적이 쳐들어오면 산 위로 도망가서 살았다. 그리고 그 이름을 ‘사비 델 몬테(산위에 사비)’ 라고 불렀다. 그 만큼 전쟁의 전화는 없었으나 해적들이 꽤나 쳐들어 온듯했다. 그렇지만 별별일 없는 곳이니 오래 머물지는 않고 그저 노략질이나 하고 여자들을 겁탈이나 하면서 몇 달 지내고 돌아가곤 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 피에는 세상 여러 민족의 DNA가 섞여있어 오늘날에 와서 같은 부모에서 태어난 형제끼리라도 누구는 노랑머리, 누구는 까만 머리 이렇게 다르게 태어난다고 한다. 그러나 내가 유심히 보았는데 평균 키가 좀 작았지만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미녀들이 대부분이었다.
-성 니콜라 성당에서
나는 어느 곳을 여행하든지 그곳의 유적지를 먼저 찾는다. 이곳에는 그런대로 볼만한 성당이 두 곳이 있다. 첫 번째로 찾은 곳이 성 사비노(St. Sabino) 성당이었다. 성당 입구에 있는 안내서에는 로마네스크와 바로크의 두 건축 양식이 잘 포현된 성당이라 하나 나의 안목에는 그저 그런 것 같았다. 그러나 그곳에는 성 사비노의 미라가 있었다. 웬걸! 진짜 미라가 아니라 진흙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하지만 진짜 미라처럼 보일만큼 잘 만들었다.
다음으로 찾은 곳이 성 니콜라 성당이었다. 그 곳은 내가 상상을 넘는 역사적인 성당이었다. 동로마 시대에 성 니콜라스가 이곳에 왔다.
이때에 이 바리에 너무 가난해서 시집을 못간 세 자매가 살았는데 어느 날 창문으로 양말 3개가 날아들어 왔다. 그 양말 속에는 금화가 들어 있었다. 그래서 세 자매는 시집을 갈 수 있었다. 그 금화는 물론 성 니콜라스가 보낸 선물이었다. 이것이 산타크로스의 기원이다.
사실 1930년에 코카콜라에서 빨간 옷에 눈썰매를 등장시켰지만 그때까지 해도 성 니콜라스의 법복을 표현해서 그린 색 두루마기 옷이었다 한다.
성당에 들어섰다. 이 성 니콜라이를 기리는 성당인 성 니콜라 성당(Basilica 0f St Nicola)은 좀 특이한 면이 있다. 지하 일층은 동방정교가 있고, 그 위에는 로마 가톨릭 성당이 있다. 이 곳만은 종파를 초월해서 누구나 예배를 드릴 수 있게 해 놓았다는 말이다. 지하에 내려가니 마침 예배를 드리고 있었고 성 니콜라스의 유품이 묻혀 있다는 곳에 신자들이 손을 얹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이영묵씨 부부(위). 방어의 미로(아래 왼쪽). St Nicolas 성당의 화려한 내부 천정.
-바이킹의 성
바리 시는 인구가 32만이라고 한다. 새로이 만든 넓은 대로 양편으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가 아주 대조적으로 있다. 물론 나의 발길은 구시가(Bari Vexchia)이었고 페라레제(Ferraresse) 광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곳에서 바닷가로 걸어가면 첫 번째 보이는 것이 로마노 스베보(Rommano-Svevo) 성이다. 11세기 바이킹의 노르만이 지었고 12세기에 프리데릭 2세가 증축하였다. 지금은 그저 볼품없는 옛 성으로 남아있지만 그 앞 바다에는 페리선과 크루즈 배가 보인다.
이곳에서 발칸반도의 알바니아, 몬테네그로, 크로아티아, 때로는 터키까지 가는 연락선이 떠나고 근래에는 가끔 크루즈 배가 들어오는데 규모가 지중해 등 여러 나라를 항해하는 것보다는 작아 보였다.
-골목길 산책
성을 보고나서 올드 타운의 골목길을 탐험하기로 했다. 먼저 무엇을 좀 먹어야 했다. 포카치아라는 얼핏 보면 두터운 피자 같은 것이 유명하다 하여 먹었다. 그저 그랬다.
오늘 저녁에는 내가 좋아 하는 마가리타 피자(Margherita)를 실컷 먹으리라고 다짐하면서 골목길에 들어섰다. 좁은 골목에서 몇 집은 문을 열어 놓고 파스타를 만드는 것을 보여주고 또 길가에 자기가 만든 파스타를 팔고 있다. 아무리 보아도 돈벌이가 될 것 같지 않다. 혹시 지방정부에서 어떤 특혜를 주면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려고 그리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나는 이 골목길 걷기를 꽤나 즐겼다. 이 골목길에서 집안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창문에 걸린 빨래한 것 말리는 모습을 보면서 진정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는 것 같았다는 말이다. 그리고 골목길은 진짜 미로의 미로이다. 옛날 해적들이 쳐들어 왔을 때에 이 미로 속으로 해적들을 유도한 후 여자들이 뜨거운 물, 기름 등으로 그들을 물리쳤다고 한다.
진짜 미라인줄 알았다. 진흙으로 만들었다고 한다(위). 그리스 정교 예배 장면.
-올리브 오일 공장과 포도주
올리브농장을 방문하기 전에 잠시 어시장을 들렀다. 규모는 작았지만 내가 찾은 이유는 그 시장에서 꼬마 낚지를 팔아서였다. 이것을 대가리(?)만 따내고 레몬만 조금 뿌리고 회처럼 날로 먹는 맛이 일품으라고 해서 오후 1시 장이 끝나기 전에 부지런히 갔었다는 말이다.
그곳에서 여러 굴 종류, 꼬마 낚지를 보면서 침을 삼켰지만 식중독으로 죽고 싶어 그러느냐, 나이를 생각해라 하면서 뜯어 말리는 바람에 결국 성게 몇 개와 맥주 한 병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낮에 올리브 오일 공장인 젤란티노(Gelantino)라는 곳을 방문했다. 진짜 Extra virgin olive 제조 공정을 둘러보았다. 몇 가지 시음을 했는데 그 올리브 오일로 만든 음식을 맛보라며 무한정 주는 포도주에 그만 취하듯 했다. 저녁에 다시 페라레제 광장으로 가서 마가리타 피자에 포도주를 즐겼다.
-피자와 맥주로 즐긴 밤
People-watch. 사람 구경이라고 할까? 바다 방파제의 기다란 벤치에는 학생 같은 청소년, 소녀들이 모여 앉아 떠들고 있고, 공원벤치에는 드링크 하나 들고 마냥 떠들고 있다. 식당에는 피자라도 사먹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앉아있다.
나는 한 식당으로 들어가서 호기롭게 마가리타 피자를 주문했다. 대답은? 재료가 떨어져서 마가리타 피자를 만들 수 없으니 그저 드링크나 마시든지 나가든지 하란다. 기가 막혀 쳐다봤다. “잠간!”하면서 옆 음식점에 갔다 오더니 재료를 얻어 왔으니 기다리란다. 이것이 바리의 풍경이다.
이태리 여행하면 집시 소매치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이곳에서 집시를 본 적도 없고 밤에 여인들이 혼자 걸어 다녀도 안전하다. 그리고 아파트에 전등이 켜진 창이 거의 없다. 모두 길거리로 나와서 떠들어대고 있다. 아마도 그 입소문 때문에 집시가 발을 디딜 곳이 없는 듯하다. 그런 습관은 아마도 오랜 동안 해적들 때문에 이상한 사람이 나타나면 요 주의! 이렇게 훈련이 돼서 그런가? 나는 이곳의 사람들 구경에 밤새우는지 모르고 피자와 이 고장 맥주로 늦게까지 즐겼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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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묵<문인, 맥클린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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