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아폴리스 원호병원 연구팀은 올해 미의학협회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마약성진통제와 비마약성진통제간의 효과를 비교했다. 만성 허리통증이나 무릎 혹은 힙관절 교환수술을 한 환자를 대상으로 두가지 다른 진통제를 처방한 후 활동에 따른 통증을 비교한 결과 마약성진통제와 비마약성진통제 간에 효과는 차이가 없었다.
참고로 비마약성진통제는 처방이 필요없는 아세타미노펜 (예: 타이레놀)과 아스피린, 아이보프로핀 (예: 애드빌, 모트린), 나프록센 (예: 알레브) [주의: 용량이 높으면 처방이 필요할 수 있음], 처방이 필요한 멜록시캠 (모빅)과 셀레칵시브 (셀레브렉스)와 항우울제 등이 있다. 비마약성 진통제도 나름대로 부작용이 있지만 중독이 되지는 않는다. 즉 중독으로 사망할 위험성은 없다.
약의 효과(Effect)는 효능(Efficacy)에서 부작용을 뺀 것이다. 부작용(side effect)은 작용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부수적인 작용이라는 뜻이다. 전문용어로 반증상(counterindication)이라고 한다. 부작용은 몇년 뒤에 나타나므로 당장은 효능만이 부각된다. 그러나 그 부작용은 치명적이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부작용을 감안하면 마약성진통제의 효과는 크게 과장되었다고 볼 수 있다.
왜 마약중독이 될까?
마약성 진통제를 포함해서 마약을 사용하면 중독이 되는 것은 당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중독이 되는 기전은 매우 복잡하고 아직 밝혀야 할 부분이 많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마약을 사용하면 뇌에서 분비하는 도파민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도파민은 호르몬/신경전달물질로서 행동과 인식, 수면, 기분, 학습, 기억 등 뇌가 보내는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도파민은 보상과 쾌락을 담당하는 뇌부분 (nucleus accumbens)을 자극한다. 초콜릿이나 국수 등 맛있는 (즉 혈당을 올리는) 음식을 보거나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연애를 할 때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는 것은 보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데 모두 도파민이 하는 일이다.
도파민이 높아지면 기대치도 높아지는데, 이 기대치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뭔가가 필요하다. 정상적인 사람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것을 안다. 기대치를 충족하려면, 예를 들어 국수를 먹으려면 돈을 지불해야하는 것처럼 몸에서는 에너지 로드(energy load)을 올려야한다. 돈을 벌려면 일을 해야 하는 것처럼 에너지를 올리려면 몸을 움직여야 한다.
사람 몸을 전쟁터로 비유하면 호르몬은 전령 (messenger) 와 수색대 (scout)역할을 수행한다. 평시에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순찰을 돌지만 비상사태가 나면 인원이 대폭 증강되면서 엄청 바빠진다. 통증은 몸의 비상사태이므로 이 비상사태를 진정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호르몬 (예: 도파민, 아드레날린)을 방출한다. 에너지 수요가 커지므로 혈당이 올라가고 산소를 많이 공급하기 위해서 맥박도 빨라진다.
도파민과 마약중독
정상적인 사람들은 기대치를 항상 충족시킬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생각만으로 혹은 작은 것으로 만족을 한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이 기대치를 별다른 노력없이 - 타인의 호의을 빌어서 (즉 공짜로) 충족하려고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중독이 된다.
연애를 할 때 처음에는 작은 선물에도 기뻐하다가 시간이 가면 선물이 커져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호의가 오래되면 권리가 된다’는 속설이 인간관계뿐만 아니라 인체 내에서 벌어지는 중독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마약은 공짜로 기대치를 충족시켜준다. 마약성 진통제는 대부분 의사들이 수술 중에나 후에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서 처방한다. 즉시 효과가 있으니까, 중독의 위험성이 있지만 그건 한참 뒤의 일이고 (중독이 되어도 나한테 오는 것은 아니니까) 환자가 불평하지 않으면 처방을 한다.
마약중독을 예방하려면
다른 처방약과 마찬가지로 진통제를 처방받으면 다음 세가지를 꼭 질문한다. (1)왜 먹는가? 먹으면 어떤 효과가 있는가? (2)어떻게 먹는가? 언제 중단할 수 있는가? (3)부작용이 있는가? 부작용이 없는 다른 약이나 다른 방법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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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대 < 의료사회학 박사 한인건강자원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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