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人間/Homo sapiens). 호모 사피엔스. 라틴어로 ‘현명한 사람’이란 뜻을 갖고 있다. 인류는 사람, 즉 인간을 통칭한 이름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다른 말로 표현 한다면 나는 무엇인가란 질문이 될 수 있다. 가장 어려운 질문 중 하나다. 인류 발생 이래 이 질문만큼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한 것도 드물다.
생물학, 물리학적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슷하다. 그러나 종교적 혹은 철학적 인간은 다르다. 이 분야는 인간이 우주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를 연구하고 고민하는 분야다. 여기엔 인간의 영혼과 정신, 태어나기 전과 후. 죽음후의 세계. 인간의 진정한 가치 등을 다룬다. 사람과 다른 동물이 다른 특징도 여기에 있다.
현대 철학적 인간학의 대부로 불리는 막스 쉘러(M.Scheler). 그는 <우주 안의 인간의 위치>란 책을 썼다. 그가 죽기 전 발행(1928)된 아주 작은 책자다. 그는 이 책을 통해 인간의 심적(心的)인 정신, 영혼으로 표현되는 현상을 분류한다. 그러며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인격에 있다 한다.
쉘러는 식물을 충동적인 존재로 보았다. 하등동물은 본능적인 존재로 분류했다. 그러며 인간은 고등동물로 연상기억의 능력과 실천적 지능을 갖춘 존재로 보았다. 그리고 인간은 무한히 열려있는, 생성되어지는 신(神)이 들어와 함께 할 수 있는 존재로 설명한다. 이 같은 인간이해는 진화와 과정신학적 인간이해와 함께한다.
철학적 인간학을 다룬 <유기체와 제 단계의 인간>을 저술한 헬무트 플레스너(H.Plessner). 그는 인간을 탈중심성(脫中心性) 존재로 본다. 뜻을 풀면 고등동물은 식물과 달리 생명표현의 중심을 그 자신이 갖고 있다. 하지만 인간은 그 중심을 넘어설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마저도 넘어선다. 곧 타자를 위한 존재가 될 수 있다.
그는 탈중심성에서 인간을 볼 때 3중적 위상(位相)을 갖는다 한다. 첫째, 인간은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위상인 신체. 둘째, 신체 속에서의 내면적 생명인 마음. 셋째, 신체 밖에서의 신체와 마음의 양자와 관계를 맺는 정신으로 보았다. 여기서 정신이야말로 다른 동물과 구별되는 주관과 객관이 함께하는 공동세계임을 말한다.
<인간, 그의 본성과 세계 안의 위치>를 쓴 아놀트 겔렌(A.Gehlen). 그는 인간을 ‘결함을 지닌 존재’로 보았다. 태어날 때 모든 것이 미숙하고 의지할 곳 없는 존재의 인간. 외부환경의 공격에 방어능력을 갖지 않은 본능적 결함의 존재. 그러나 인간은 그 결함의 보상으로 학습능력과 지각이 주어져 이를 타개해 간다고 그는 본다.
인간이 동물과의 차이점은 무한 열려있는 지각의 개방성에 있다. 결함을 보충하기 위한 ‘세계개방성’은 공간적으로는 자유로운 세계에 도달하게 된다. 또 창조성과 연결돼 언어와 문화가 창조된다. 특히, 인간은 생활에 부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인 조건으로 변화시키는 힘을 갖고 있다고 그는 보았다.
그렇다면 현대적 철학적 인간학자들은 인간과 신의 관계는 어떻게 보았을까. 쉘러는 인격과 인간의 정신이 최고의 존재근거인 신에 의해 기인됐음을 말한다. 그러나 겔렌과 플레스너는 다르게 해석한다. 인간의 세계개방의 능력에 굳이 신의 이름을 빌리지 않는다. 이들은 신이나 종교도 인간의 창조물이라 보기에 그렇다.
실재의 근원을 유동과 변화에 두고 있는 헤라클리투스(Heraclitus). 이에 근간을 둔 화이트헤드의 과정철학(Process Philosophy)에서의 인간학은. 인간을 단일한 본질로 보지 않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속되는 현실사태의 연속성으로 풀이한다. 인간의 몸은 세계의 일부이며 영혼은 자아를 규정짓는 연속성으로 생명의 실이다.
인간, 즉 나는 무엇인가. 열린 자아가 아닐까.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세계 속의 다른 창조물과 함께 하는 무한히 열린 자아(自我). 자아이면서도 타아(他我)가 함께 존재하는 작은 공동체가 인간 아닐까. 생활에 부정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을 자신의 힘으로 긍정적인 조건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인간이다.
<
김명욱 객원논설위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