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안퉁수’라는 말이 있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정말로 있다. 전라도 담양은 대나무로 유명해서였든지 퉁소(洞簫)라는 대나무 악기를 만들어서 ‘퉁수’라고 불렀다. 그래서 방안퉁수는 방안에서 퉁소를 불고 있는 형상으로 ‘집안에서만 큰 소리 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물론 밖에 나가지 않아 시야가 좁고 편협한 사람을 말하기도 한다.
한국에 있을 때 미국 육아교육에 대해 짧게 읽은 적이 있었는데 실제로 미국에 와서 유심히 보니 어린아이가 고개를 세울 정도만 되면 아이가 바깥을 향하도록 하고 아이를 항상 앞세우고 엄마는 뒤 따른다. 한국의 경우도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아이를 등에 업든지 보듬던지 간에 한국의 아이들은 엄마를 바라보게 한다. 그래서였을까...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밖에서 벌어서 안을 살찌게 한다.’ 생경하지 않는 이 구호는 1980년대 대우와 현대그룹의 기업정신을 표현한 말이다. 나라가 기업정신을 따라가지 못했든지 무모했던지 대우는 몰락해버렸고, 현대도 크게 무릎을 꿇었다. 90대초까지 외형 3위 였던 삼성은 어부지리로 1등이 된다. 대우, 현대가 바깥을 향하고 있을 때 삼성은 상대적으로 허약한 국내 중견 그룹들과의 경쟁에 주력한 듯 했다.
일본의 기업들이 그랬다. 내수기반 없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안전추구형과 공격도전형이라는 기업문화의 개념으로 본다면 탓할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선도기업의 지향점은 분명히 밖이어야 맞다.
기업내부로 들어가면 이를 더욱 구체화 시켜서 학습하게 한다. 만약 사내 2등이 1등을 쫒아가지 않고 3등이하를 상대하는 순간 1등도 게을러지게 되고, 3등 이하는 혼란스럽게 된다. 기업 전체의 추동력이 급감하게 된다. 순진한 대우와 현대는 기업내부적인 전술을 기업외부 전략에도 그대로 솔선 적용했던 것이다.
개인적 성향과 기업경영의 스타일은 나라와 국민성과도 상관관계도 있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이미 역사학계의 정설이 되어있는 ‘통일신라’의 역사 또한 축소통일이다. 신라입장에서야 통일이고 지배범위가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민족적으로 보면 자랑할일까지는 못된다. 오히려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전형적인 방안퉁수다. 혹자는 승리의 역사나 생존이라는 현실적 관점에서는 이런 이상론에 대해서 아마추어리즘으로 폄훼할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교육의 성취단계마다 그 목표가 다라져야 하듯이 구성원과 리더 모두가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서 내부의 경쟁에만 몰두하게 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그런 점에서 삼국통일 이후 후고구려 궁예와 고려태조 왕건이 고구려지역출신이었다는 점은 오늘날의 국경이 통일신라 때 보다는 훨씬 북쪽인 압록강, 두만강까지 이르게 했던 것이다.
기업이나 단체, 정당, 국가에 있어서 내부경쟁을 그 최종목표로 하는 리더는 대체로 그 울타리 너머의 세상에는 관심조차도 없다.
군이 외부의 적을 경계해야지 국내정치를 기웃거린다거나 경선과 선거를 구분 못하는 정치인들, 그런 리더가 존재하는 그룹의 내부불화는 필연적이다. 이 또한 방안퉁수다. 나라의 각양각층에 이런 방안퉁수문화가 너절하다. 이제 국민들의 의식수준은 리더들을 평가하고 선택할 때 ‘누가 방안퉁수형인가?‘의 여부가 그 판단기준이 될 정도다. 이미 정치인들의 상상범위 이상에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1년 반이 흘렀다. 그 동안 대통령의 고유분야여서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외교안보, 남북문제는 취임전의 기대와 상상을 뛰어 넘고 있다. 그 속도와 성과적 측면에서는 분단 70여년을 단숨에 넘어버렸고, 앞으로도 해쳐나가야 할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오히려 국내의 방안퉁수들의 간단없는 방해와 훼방 또한 거의 역사적일 정도로 거세다.
분단이 가져다 준 앙시앙레짐(ancien regime)을 국민들은 청산해야 할 ‘적폐(積弊)’로 규정했지만 ‘정치보복’이라면서 항거(?)하고 있다. 국민들의 화두는 ‘민족과 국가’가 초점인데, 이들은 ‘정치’에 머물러 있다. 평생을 단문(單文)에만 길들여진 그 분들에게 두 마디만 물어보면 뭐라고 답할까, ‘통일을 원하십니까?‘ ‘전쟁을 좋아 하나요 ?’
그 다음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라서 답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 같다. 방안퉁수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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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구 사람사는 세상 워싱턴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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