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마약성진통제의 부작용을 알고 있음에도 처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앞서 말한 대로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배려가 있는데 가이드라인을 따르면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로서 자신감이 그 밑에 깔려있다.
의사들에게 가이드라인은 절대적인 처방기준이다. 옥시코딘을 한사람에게 하루에 60알씩 처방한 슐츠도 ‘가이드라인’을 따랐다고 강변할 정도. 그러나 슐츠 처방대로 하루에 60알씩 먹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원래부터 재판매하기위해서 사간 거니까.
의사들이 처방을 할 때는 PDR(Physician’s Desk Reference 혹은 Prescriber’s Digital Reference)이 가이드라인 역할을 한다. PDR은 처방약의 용법과 부작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적고 있다. 그러나 요즘 어떤 의사가 PDR을 볼까? 옥시코돈 항목은 무려 104페이지 (5만8천자)나 되는데 이거 전부 보고 외운 의사는 없을 것이다. PDR을 보는 대신, 의사들은 가이드라인을 학술회의나 집담회의 보수교육을 통해서 습득하거나 아니면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서 전해듣는다.
일반명이 옥시코돈은 다지독스, 엔도코돈, ETH- 옥시코돈, 록시코돈, 퍼콜로네 등 여러가지 상표가 있다. 많은 진통제 중에서 어떤 약을 고르는가는 의사의 고유권한이다. 환자의 희망사항이나 요구가 반영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믿기 어려운 얘기지만,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전해주는 투약 치침서 (전문가용이 따로 있다)가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제약회사가 의사에게 접근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자사제품을 연구하도록 기금을 제공한다거나, 강연이나 자문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이름이 있는 의대교수들을 대상으로 한다. 임상의에게 접근할 때 가장 많이 쓰는 방식이 샘플과 ‘조공도시락’을 제공하는 것이다. 날짜를 정해놓고 클리닉에 도시락을 나른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도시락을 받은 의사들이 도시락을 제공한 제약회사의 약을 더 많이 처방했다. 도시락도 영업비용이므로 이 비용은 약값에 포함되어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소비자가 의사 점심도시락까지 챙겨주는 셈이지만, 액수가 작으니까 업계 관행으로 넘길 수도 있다. 문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 있다.
가이드라인의 문제점
PDR은 제약회사가 약판매허가을 받기위해 제출한 임상보고서를 바탕으로 한다. 임상실험을 통해서 효능을 입증하고 효능에 비해서 부작용은 작다는 방향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진통제의 경우 보통 샘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하는데 진통제를 쓰는 그룹과 쓰지 않는 그룹에서 느끼는 통증을 비교한다. 실험기간은 3개월 혹은 6개월 간 진행하는데 1년 이상 진행하는 임상실험은 매우 드물다. 쉽게 말하면 6개월 이상 사용하면 나타나는 혹은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가이드라인이 제약회사 영업사원을 통해서 전해질 때 혜택은 과장되고 부작용은 축소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고 전파되는 과정에 있다. 1980년 보스턴 메디칼센터 허셀 직 (Hershel Jick)의사는 뉴잉글랜드의학잡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편집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병원에서 마약성진통제 처방을 받은 11,822명 중 중독된 사람은 4명에 불과했다고 보고했다. 보스턴메디칼센터는 보스턴의대 교육병원이고 뉴잉글랜드저널은 의학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학술지라서 그 파급효과는 매우 컸다. 이 다섯줄밖에 안되는 짧은 편지는 그 후 수많은 학술논문에 인용되면서 마약성진통제의 효과를 입증하는 증거로증명하는 자료로 사용되었다.
이처럼 효과는 좋고 부작용이 적은 약을 기적의 약(Wonder Drug)이라고 하는데, 유방암 치료진인 글리벡이나, 1형 당뇨 치료제인 인슐린, 그리고 아스피린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 환자, 제약회사 모두가 바라마지 않지만 기적이 드물듯이 기적의 약도 매우 드믈다. 대신 효과는 있지만 부작용을 잘 알 수 없는 유사 기적의 약 (Pseudo Wonder Drug)이 나타나게 된다.
편지에 적은 내용은 크게 틀린바가 없지만 문제는 마약성진통제 치료를 받은 사람이 병원에 입원해서 의료진의 엄격한 관리를 받았다는 사실을 작게 적었던 것. 대부분 인용논문은 아예 ‘병원에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라는 구절을 빼버렸다. 결과는 의료진의 감독이 없는 지역사회에 마약성진통제를 처방해도 괜찮다는 결론이 되버렸다. 중독 부작용이 없다고 하니 클리닉에서는 마음놓고 처방을 하기 시작했다. 전국적으로 통증 클리닉이 ‘비온 뒤 버섯처럼’ 미국 전역에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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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대 < 의료사회학 박사 한인건강자원센터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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