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한 경기 운영 로버츠 감독에 야유 세례도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이번 월드시리즈 내내 이해하기 힘든 선수기용과 경기 운영으로 다저스 팬들의 비난을 받았다. [AP]
LA 다저스는 6년 연속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했고 2년 연속으로 월드시리즈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 1988년 이후 이어진 월드시리즈 우승 가뭄은 끝내지 못했다. 오히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상대 팀이 다저스테디엄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에 환호하는 모습을 씁쓸하게 지켜봐야 했다.
다저스의 이번 월드시리즈 패배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어설픈 작전 운영 때문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시리즈 내내 로버츠 감독의 선수 기용과 투수교체 등 경기 운영은 다저스 팬들을 답답하게 하고 머리를 긁적거리게 만든 경우가 많았고 심지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마저 트위터를 통해 로버츠 감독의 투수교체를 바판하고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저스 팬들이 로버츠 감독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시리즈 5차전 경기에 앞서 선수단 소개 시간에 로버츠 감독의 이름이 호명되자 다저스테디엄에서 큰 야유가 터져 나온 사실만으로도 잘 알 수 있다. 월드시리즈 중 안방에서 홈팬들에게 야유를 받는 수모를 당한 로버츠 감독은 이런 비판의 소리에 대해 “모든 사실을 다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하는 비판은 내게 소음일 뿐”이라고 일축했으나 그럼에도 그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일부 팬들은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번 월드시리즈 MVP는 보스턴의 이중스파이인 로버츠 감독”이라고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런 로버츠 감독의 이상한 경기 운영에도 불구, 이번 월드시리즈 패배의 책임을 전부 로버츠 감독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올해 108승을 올린 보스턴 레드삭스가 다저스보다 더 강한 팀이라는 사실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분명히 드러났다. 보스턴은 타자들은 이번 시리즈 5경기에서 총 28점을 뽑았는데 그중 18점이 투아웃 후에 뽑아내 그 비율이 무려 64%에 달한다. 다저스가 5경기에서 뽑아낸 총 16득점보다도 많았다. 야구에서 상대 팀의 투지와 사기를 꺾는 최고의 무기가 ‘투아웃 적시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이런 보스턴의 엄청난 투아웃 적시타 퍼레이드가 다저스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보스턴은 또 선발과 불펜의 경계를 허문 파격적인 투수진 운용으로 눈길을 끌었다. 시리즈 2차전에서 류현진과 선발대결을 펼치며 6이닝을 던졌던 데이빗 프라이스는 곧바로 3차전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한 뒤 4차전에서도 불펜에서 대기하며 두 차례나 몸을 풀었고 이어 5차전에선 다시 선발로 등판해 7이닝을 던지는 초인적인 능력을 과시했다. 4차전 선발로 예정됐던 네이선 이볼티는 대신 연장 18회까지 가는 마라톤이 된 3차전에 구원등판에 6이닝을 던지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러자 3차전 선발로 나섰던 릭 포셀로는 다음 날 4차전에도 선발 등판하겠다고 알렉스 코라 감독에게 자원하고 나섰다고 한다. 도무지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연투를 마다하지 않는 보스턴 투수들의 투혼은 이번 시리즈에서 왜 그들이 이길 수밖에 없었는지를 잘 말해준다.
반대로 다저스의 패인은 가장 믿었던 선수들이 이번 시리즈에서 제 몫을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는 시리즈 1차전에 이어 마지막 5차전에서도 패전의 멍에를 쓰며 포스트시즌에 약하다는 평판을 떨쳐내지 못했고 클로저 켄리 잰슨도 시리즈 3차전과 4차전에서 연속으로 8회 동점 홈런을 맞고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다저스 팬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다저스가 시즌 중반에 야심차게 영입한 매니 마차도 역시 이번 시리즈에서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그는 시리즈 1차전에 3타점을 뽑아내며 좋은 출발을 보인 듯 했으나 이후 나머지 4경기에선 단타 3개에 그치고 단 1개의 타점도 추가하지 못했다. 그의 월드시리즈 성적은 타율 0.181(22타수 4안타)에 3타점, 3득점이었고 장타는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그는 몇 번이나 타구를 때린 뒤 전력질주 대신 조깅하는 듯 불성실한 베이스러닝으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결국 다저스의 2018 시즌은 또 다시 들러리 신세로 막을 내렸고 월드시리즈 가뭄은 31년째로 이어졌다. 이미 라스베가스 도박사들은 보스턴과 휴스턴 애스트로스를 내년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로 꼽고 있다. 다저스의 월드시리즈 우승가뭄을 해갈하는 날은 과연 언제 올 것인가. 로버츠 감독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그럼에도 다저스는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로버츠 감독에게 장기 계약을 제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커쇼와 류현진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다저스를 떠날 가능성이 있다. 다저스 팬들에겐 또 한 번의 우울한 겨울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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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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