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우병은(76), 우정례(70) 씨 부부와 신휘재(67), 김영선(64) 씨 부부가 지난 9월4일부터 10월3일까지 29박30일간 미국 대륙 일주를 성공적으로 다녀왔다. 이들의 대륙일주기를 소개한다.
이번 미 대륙 일주를 계획하며 두 가지 화두를 품고 떠났었다. 인디언(Native American)과 흑인 노예 이야기. 애리조나에서 뉴멕시코로 넘어 가는 도중 화석공원 ‘Petrified forest nat’l park’를 들렀다. 석화된 통나무 수만 그루가 온갖 색상으로 보석처럼 반짝이며 사방에 흩어져 있었는데 그 규모가 세계에서 가장 큰 화석목 집적장이었다. 이곳에서는 인디언의 흔적을 볼 수 없었는데….
1 산타페, 그 아름다운 고도에서 인디언을 만나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 1610년경에 스페인에 의해 건설된, 짚을 넣은 붉은 흙벽돌에 모서리는 둥글고 부드럽게 처리한 아도비(Adobe) 양식의 건물이 즐비한 매력적인 고도 산타페에서 푸에블로 인디언의 실체를 만났을 때 그 설레는 마음이 산타페를 여행 내내 기억하게 만들었나 보다.
1500년도까지 콜로라도 록키에서 발원한 리오 그란데 강을 끼고 평화롭게 거주했던 푸에블로 인디언의 거주지 Bandalier national monument. 여기는 분명 인디언 땅이었는데…. 폐허된 주거지 위에 펄럭이는 성조기를 보며 인근 도처에 있는 카지노와 술로 세월을 보내는 인디언 후예들의 모습에 마음이 아렸다.
2 박쥐 떼의 군무가 장관인 Carl’s bad nat’l park.
과달루페 산자락에 위치한, 수천만 년 동안 지하수에 녹아 형성된 종유석과 석순이 살아있는 거대한 지하 동굴이다. Big room이란 공간은 길이 1200m, 폭 191m, 천정 높이가 110m에 달하는 세계에서 7번째 크기에 경이로운 종유석과 석순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300여개에 이르는 동굴이 산재해 있는 이곳의 또 다른 장관은 서식하고 있는 수백만 마리의 박쥐 떼가 해거름(이날은 저녁 6:30)에 무리를 지어 동굴을 나서는 경이로운 군무이었다.
3 긍지로 텍사스 국기를 휘날리는 텍산(텍사스인)
텍산의 자부심을 알지 못하면 미국의 역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말처럼 숱한 역사의 아이러니와 긍지가 살아 있는 텍사스로 향했다.
원래 멕시코 땅이었던 곳을 독립전쟁을 통해 1836년 텍사스 공화국을 만들었다. 1845년에 28번째로 미국 연방에 가입하였으며 1861년 연방을 탈퇴, 남부연합의 중심에 서서 남북전쟁을 주도한 텍사스였다.
텍사스를 하나의 독립국가로 본다면, 면적 면에서는 세계 50위, 17번째의 산유국이며 경제 규모도 세계 10위권이다. 한때 독립 텍사스 공화국이란 자부심에, 광대한 면적과 석유와 천연가스를 앞세운 부가, 많은 텍산들로 하여금 텍사스 국기를 휘날리게 하나 보다. 뿌리 깊은 텍사스 분리주의 역사의 한 면을 생생하게 느꼈다.
청계천 복원 작업의 롤 모델 샌안토니오. 도심을 흐르는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 5,200m에 이르는 리버 워크를 건설하고, 20여개에 이른 다리로 보도를 연결하며, 아름드리 낙엽송이 커다란 숲을 이루고 있는 이곳에, 숱한 레스토랑과 카페들 사이로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지나는 유람선과 여유 있는 도심 풍경은 진정한 사람 중심의, 보도 중심의 리버 워크 매력을 보았다. 이것을 롤 모델로 한 청계천 복원은 차도 중심의 콘크리트 덩어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텍사스 독립의 산실, 알라모 요새의 의용군 183명의 장렬한 죽음을 텍사스의 가장 큰 자랑으로 여겨 기념비를 세운 알라모 광장이 리버 워크와 바로 옆에 있어서 그 역사의 현장을 돌아 보았다.
휴스턴과 멕시코만의 휴양 섬 갈베스톤으로 가는 길 도처에 있는 거대한 정유 시설이 막강한 텍사스 주를 다시 한 번 더 상기시켜 주었다.
4 노예 후예들의 눈물과 재즈가 흐느적거리는 뉴올리언스.
미시시피 주와 앨라배마 주를 지나며 흑인 폭동과 1960년대에 루터 킹 목사가 주도한 March of freedom이 시작된 곳이란 점과 이번 여행의 두 번째 화두인 흑인 노예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들떠 뉴올리언스로 들어섰다.
세계적인 명성에 걸맞게 많은 관광객이 미시시피 강변과 프렌치 쿼트, 버본 스트리트에 넘쳐 흐르고 노예들의 노동요에서 시작된 재즈와 브루스 리듬이 도처에 있는 카페에서 생음악으로 흘러나오고 그 슬픈 노예의 후예들은 이 리듬에 맞춰 온 몸으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노예에 대한 흔적, 그 얘기들을 막연히 듣고 싶었는데, 정말 우연히 야생 악어가 득실거리는Swamp tour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들렀던 식당에서 그 실마리를 찾았다.
루이지애나 특산물인 Crawfish와 Crab 요리를 파는 씨푸드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여대생을 만났다. 할아버지의 아버지 얘기라며 보여준 노예선에 결박되어 운반되는 한 장의 흑백 사진에서 전율을 느꼈다. 인간이 인간을 사고팔았던, 짐승 가운데 인간이 가장 슬픈 짐승이었던 시절의 얘기가 환청으로 들려왔다.
여대생은 가끔 가까이에 위치한, 노예를 사고팔았던 샌프란시스코 플랜테이션을 간단다. 단지 울기 위해서…. 나도 그날 플랜테이션에 들러 두 번째 화두에 눈물을 삼켰다
스와니 강이 검게 흐르며 스티븐 포스트 박물관이 있는 White spring을 거쳐 키웨스트로 떠났다.
5 헤밍웨이가 사랑한 섬, 키 웨스트
산호초와 모래섬이 다리로 주렁주렁 매달려 멕시코만과 카리브해의 코발트 빛깔에 빠져있는 도로를 차로 달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상쾌한 멋진 드라이브 코스였다
메인 주에서 시작해서 3,813km의 1번 하이웨이가 끝나는 곳, 쿠바가 빤히 보이는 미국의 최남단 키웨스트에서 만나야 할 한 사람이 있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여행을 떠날 때 두려움은 마크 트웨인의 말로 용기를 내어 극복했다면 여행이 끝나려는 즈음에 그가 한 말로 조금은 지친 여행의 막바지에 힘을 얻는다.
“그것을 하러 찾아갔다. 그것만 생각하고 그것만 해내면 된다.” -헤밍웨이
미 대륙 일주의 마지막 여정이다. 남북 종단 코스를 1번 하이웨이 시작점에서 북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6 마술처럼 환상의 휴식을 올랜도에서 얻다
대서양을 품은 아름다운 팜 비치, 데이토나 비치를 지나 올랜도 유니버설 스튜디오에서 긴 여정에 지친 몸에 마술 같은 휴식을 즐겼다.
새롭게 설치한 해리포터 관. 더 이상 어린이 놀이기구만 있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아니었다. 소설과 영화를 완벽 이상으로 재현한 해리포터 관. 킹크로스 역에서 기차를 타는 순간부터 환상과 마술의 세계에 빠져들고 요그와트 성에 이르러 Harry Potter and the forbidden journey에서는 정말 숨 막히는 아찔함과 거대한 모험과 마술 빗자루를 타고 환상적인 영화 속으로 빠져들며 또 타고 싶다는 욕망으로 꿈길 같은 휴식을 얻었다.
7 마무리하며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를 지나며 열매가 눈꽃처럼 지천에 만개한, 하얀 목화밭은 노예들의 아픔과 슬픈 기억이 하얀 피로 흐르는 것 같았다.
돌아갈 집이 지척에 있는 리치먼드 요크타운에서의 마지막 여정은 이처럼 느긋할 수가 없었다.
이번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하며 가이드까지 책임을 져, 나름 나를 짓누르고 있던 부담감과 여행을 마치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돌아오는 차 속에서 “이번 여행 너무 좋았다. 이대로 계속 더 여행하고 싶다”는 아내의 말에 새로운 떠남을 생각하며 그 아쉬움을 떨쳐 버렸다.
그래 크리스마스는 베들레헴에서 그리고 사하라 사막에서 일출을 보며 2019년을 맞으러 떠나자. 이렇게 미 대륙일주의 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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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신휘재(페어팩스,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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