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드로이드 아버지’ 한 여성에 “넌 내 소유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도” 이메일
▶ NYT “불륜 드러나면 남성 편, 면접 보러온 여성 성추행한 임원 해고 안 해”
구글 “성희롱 엄중 대처했고, 보상금 준 적 없다” 반박
구글 전·현직 고위직들의 실명을 직접 거론하며 사내 불륜과 성희롱에 대한 구글의 부적절한 대처를 지적한 뉴욕타임스(NYT) 기사가 실리콘밸리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구글은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NYT 기사를 반박했고, 기사의 핵심 당사자인 '안드로이드' 창업자 앤디 루빈도 "거짓 혐의"라고 주장하면서 진실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NYT는 25일 익명의 구글 임원들을 인용해 "루빈이 구글에 재직할 때 그와 혼외 관계였던 여직원이 '2013년 한 호텔 방에서 구강성교를 강요당했다'는 진술서를 냈다"면서 "조사결과 여직원의 주장은 신뢰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됐고,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가 그에게 사퇴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구글은 2014년 그가 회사를 떠날 때 이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 4년 동안 월 200만 달러씩 무려 9천만 달러(1천24억 원)를 퇴직 보상금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NYT는 "구글은 루빈을 해고할 수 있었고, 그에게 한 푼도 주지 않아도 됐다"고 말했다.
구글 사규에 따르면 부하 직원과의 부적절한 관계는 해고사유이며, 그녀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성폭행을 저지른 그에게 오히려 거액의 위로금을 주고 자진사퇴 형식을 취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루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인물로, 자신이 창업한 안드로이드를 2005년 구글에 매각하고 합류했다.
2002년 법률 고문으로 구글에 들어온 데이비드 드러먼드의 경우는 구글이 직원들 간 부적절한 성관계가 드러났을 때 남성 편을 든 대표적 사례라고 NYT는 전했다.
드러먼드는 같은 부서의 상사였던 제니퍼 블레이크와 합의로 혼외 관계를 맺은 뒤 2007년에는 아이까지 낳았다.
블레이크는 NYT 인터뷰에서 "이 사실이 회사에 알려지자 인사담당자가 '둘 중 한 명은 법률 부서를 떠나야 한다'고 했고, 그건 분명 데이비드는 아니었다"면서 "결국 내가 판매 파트로 전출됐고 1년 후 퇴사했다"고 말했다.
반면 드러먼드는 승승장구하며 현재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 그룹의 최고법률책임자(CLO)이자 구글의 투자회사인 캐피털 G의 회장 자리까지 올랐다. 드러먼드는 블레이크가 퇴사한 뒤 그녀 곁을 떠났고, 두 사람은 아이 양육권 문제로 소송까지 벌였다고 한다.
구글의 연구개발부문인 구글 X의 리처드 드볼 이사의 케이스는 '성희롱 당사자는 해고한다'는 구글의 정책이 얼마나 유연한지를 보여준다고 NYT는 전했다.
드볼은 구직 면접을 보러 온 20대 초반의 여성을 성추행한 혐의로 이 여성에 의해 고발됐다. 구글은 조사결과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리고 그녀에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외부에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드볼은 해고되지 않았다. 구글 X측은 NYT에 "우리는 발설하지 말 것을 요청한 적이 없으며, 당시 적절한 조치를 했지만, 내부 기밀이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드볼은 자신이 그녀에게 '판단 실수'를 했다고 사과했다.
NYT는 "1998년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회사를 만들 때부터 구글은 관대한 직장 문화를 조성했다"며 "페이지가 당시 구글 엔지니어였던 머리사 메이어 전 야후 CEO와 데이트를 한 것은 실리콘밸리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에릭 슈밋 전 CEO는 내연녀를 컨설턴트로 고용했고, 브린은 여직원과 합의에 따른 혼외 관계를 가졌다"고 말했다.
NYT는 이 기사가 30여 명의 전·현직 임직원을 취재해 확인한 것이며 취재원들은 회사와 '기밀서약'을 맺었기 때문에 모두 익명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루빈은 "뉴욕타임스 기사는 수많은 부정확함과 엄청난 과장이 담겨있다"면서 "특히 호텔 방에서 여성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거짓 혐의는 전 부인과의 이혼 및 양육권 다툼 때 나를 비난하기 위해 동원됐던 더러운 공격들"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NYT는 그와 1년 전 헤어진 전 부인이 법정에서 "결혼생활 중에도 그는 여러 여성과 '소유관계'였다"고 주장하면서 루빈이 한 여성에게 보낸 '넌 내 소유물과 같다. 나는 너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는 이메일 스크린 샷을 증거자료로 제출했다고 전했다.
아일린 노턴 구글 인력운용 담당 부사장은 성명에서 "구글은 성희롱을 심각하게 다뤄왔고, 관련된 모든 민원을 조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고 반박했다.
피차이 CEO와 노턴 부사장은 직원들에게 보낸 공동명의의 이메일에서 "오늘 NYT 기사는 매우 읽기가 어려웠다"면서 "지난 2년간 성희롱과 관련해 48명을 해고했고, 이 가운데는 선임 매니저 또는 그 이상의 직급이 13명"이라고 말했다. 또 "해고된 이들 중 누구도 떠날 때 퇴직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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