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부터 홈 3연전, “감독이 달라져야 희망 있다”
▶ 로버츠 감독의 작전-용병술, 비판의 도마에 올라
5회말 2사 만루에서 류현진을 교체하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가운데). 로버츠 감독의 작전과 용병술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AP]
보스턴 레드삭스를 상대로 30년 만에 월드시리즈 정상 복귀에 도전하는 LA 다저스가 보스턴 펜웨이팍에서 벌어진 첫 두 경기를 모두 패하고 홈에 돌아왔다. 26일부터 사흘 동안 다저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시리즈 3~5차전 3경기 가운데 최소한 두 경기를 이기지 못하면 보스턴으로 되돌아가지도 못하고 시즌을 마감해야 한다. 월드시리즈 역사에서 시리즈를 2연승으로 시작한 팀이 우승한 비율이 무려 80.8%에 달하니 다저스는 이미 우승확률이 20% 미만으로 줄어든 셈이다.
26일 오후 5시9분(LA시간)부터 벌어지는 시리즈 3차전에는 다저스의 수퍼 루키인 우완 워커 뷸러가 선발 등판한다. 다저스 입장에선 무조건 이겨야 하는, 사실상 배수진을 친 일전이다. 만약 패한다면 곧바로 막판 벼랑 끝으로 내몰리며 보스턴으로 돌아가는 것조차 힘들 전망이다.
이번 주말엔 경기장소가 차가운 펜웨이팍에서 따뜻한 다저스테디엄으로 바뀌긴 하지만 그럼에도 다저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하다. 첫 두 경기에서 나타난 보스턴이 왜 그들이 올해 108승을 올린 메이저리그 최고의 팀인지를 잘 보여줬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부문에서 메이저리그 1위에 올라 있는 보스턴의 타선은 명살상부하게 최고였다. 1번부터 9번까지 타순 전체에 걸쳐 약점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또 유일한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불펜은 두 경기에서 합계 8이닝동안 단 3안타로 1점만을 내주는 철벽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도 인상적인 것은 투타웃 후에 득점을 뽑아내는 놀라운 집중력이다. 보스턴은 이번 포스트시즌에 지금까지 총 11경기에서 68득점을 올려 경기 당 6.2득점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68득점 가운데 36득점을 투타웃 이후에 뽑아내 그 비율이 53%에 달한다. 정말 보고도 믿기 힘든 수치다. 그런데 이번 월드시리즈에선 그보다 더하다. 1차전 8점 가운데 5점, 2차전에선 4점 모두를 투아웃 후에 뽑아내 전체 득점 중 2사 후 득점비율이 무려 75%에 달한다. 이 타선을 상대론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 전까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
2차전에서 류현진은 그 무서움을 톡톡히 체험했다. 5회말 첫 두 타자를 공 3개를 던져 잡아냈을 때만 해도 가볍게 이닝을 마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는 끝내 마지막 아웃 하나를 잡지 못해 승리투수가 될 수 있는 위치에서 패전투수의 처지로 떨어지고 말았다. 보스턴은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2안타와 볼넷으로 류현진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 뒤 구원투수 라이언 맷슨을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과 J.D. 마티네스의 2타점 우전 적시타로 3점을 뽑아 1-2로 끌려가던 경기를 4-2로 뒤집었고 결국 그것이 최종스코어가 됐다. 마지막 스트라이크가 들어가기 전에는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다는 뼈아픈 교훈을 배웠다.
그렇다면 다저스는 전혀 희망이 없는 것일까. 사실 보스턴의 빛에 가리긴 했으나 다저스도 첫 두 경기에서 모두 중반까지는 비교적 잘 싸웠다. 1차전에선 5회초까지 3-3으로 팽팽했고 2차전에선 5회초까지 2-1로 앞섰다. 다시 말해 이길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번 모두 승부의 고비에서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타난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작전 실패가 따가운 비판의 시선을 받고 있다. 물론 힘든 시리즈이긴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싸워볼 여지가 있는데 로버츠 감독의 어설픈 용병술이 모든 것을 망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로버츠 감독의 문제는 투타의 좌우 매치업에 집착한 나머지 팀의 최고 거포들을 벤치에 앉혀두고 경기에 나서는가 하면 투수 교체에 있어서도 감각적인 기용대신 좌우 매치업에만 매달리는 극단적인 사고의 경직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정작 좌우 매치업이 필요한 경우엔 오히려 불리한 매치업을 그냥 가져가는 등 일관성 없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1, 2차전에서 모두 보스턴 선발로 왼손투수가 나오자 로버츠 감독은 1번부터 9번까지 전원 우타자로 짜여진 라인업을 출전시켰다. 그 결과 맥스 먼시(35홈런), 코디 벨린저(25홈런), 작 피더슨(25홈런), 야스마니 그란달(24홈런) 4명의 왼손 거포가 벤치로 밀려났다. 이들 4명은 올해 다저스의 홈런 랭킹 1~4위로 이들이 친 홈런 합계는 무려 109개에 달한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팀의 홈런랭킹 1~4위가 포스트시즌에 모두 벤치로 밀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마운드 운용도 마찬가지였다. 다저스가 4-5로 뒤져있던 7회초 무사 2루에서 구원등판한 페드로 바예스가 삼진 2개를 잡아낸 뒤 왼손타자 라파엘 데버스 타순이 오자 좌우 매치업을 고려, 위력적인 구위를 보이던 바예스를 내리고 왼손 알렉스 우드를 투입했다. 하지만 보스턴의 알렉스 코라 감독은 바로 데버스 대신 대타 에드와르도 누녜스를 내보냈고 누녜스는 우드의 초구를 통타, 그린 몬스터를 넘어가는 3점 홈런을 때려 일거에 승부를 결정지었다. 로버츠 감독이 코라 감독에게 당한 완벽한 전술적 패배였다.
2차전에서도 로버츠 감독의 용병술은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류현진이 5회말 2사 후 연속안타와 볼넷으로 만루 위기에 몰리자 전날에 이어 또 다시 라이언 맷슨을 두 번째 투수로 올린 것이다. 맷슨은 전날 5회말 무사 1, 2루에서 클레이튼 커쇼를 구원 등판, 물려받은 주자 2명의 득점을 허용했었다. 그런데 또 다시 똑같은 패턴의 투수교체를 단행했고 이번에도 그는 물려받은 주자 3명을 모두 홈에 들여보내고 말았다. 두 경기 연속으로 비슷한 장면에서 같은 투수로 비슷한 실패를 맛본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그렇게 좌우 매치업을 절대적으로 신봉하던 로버츠 감독이 1차전에서 2-3으로 뒤진 5회초 무사 1, 2루 찬스에서 오른손 투수 맷 반스가 올라왔음에도 우타자 데이빗 프리즈를 그대로 기용, 삼진을 당하게 한 장면이다. 물론 프리즈가 첫 두 타석에서 안타를 때린 것 때문에 그의 좋은 타격감을 계속 믿어보기로 한 것이지만 갑자기 작전의 일관성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졌다. 결국 프리즈가 삼진으로 물러나면서 다저스는 큰 이닝을 만들 찬스를 날렸고 상대의 폭투와 희생플라이로 1점을 만회해 동점을 만든 것에 만족해야 했다. 물론 먼시가 그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최소한 그처럼 투타 매치업을 맹신하던 감독이 갑자기 코스를 튼 것은 일관성 없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제 다저스는 변화가 필요하다. 보스턴의 잘 정비된 머신 같은 팀을 상대로 기존의 좌우 매치업 작전을 고수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 물론 보스턴의 3차전 선발로 우완투수 릭 포셀로가 나서면서 3차전엔 다저스의 거포들이 대거 라인업에 포함될 전망이다. 과연 홈경기와 왼손거포들의 대거 출장이 시리즈의 흐름을 바꿔놓는 승리로 연결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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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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