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3일간의 유럽방문을 마치고 돌아왔다. 그가 시작한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 노력에 대한 유럽 지도자들의 지원을 확보하려는 의도였다. 성과는 절반의 타작. 유럽 정상들은 한국의 평화정착과 비핵화의 외교적 해결 노력을 지지하면서도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처럼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이 되는 시점에서 제재를 어느 정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의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불가역적 비핵화를 이룰 때까지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19일 아셈 정상회의 의장 성명을 통해서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의 유럽방문 성과는 프란치스코 교황과의 만남에서 돋보였다. 교황은 가톨릭 신자인 문 대통령의 평화정착 노력을 축복하고 격려했다. “멈추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두려워하지 말라”는 당부였다. 문 대통령은 교황에게 “교황님이 오시면 열렬히 환영하겠다” 는 김정은 위원장의 말을 전달했고, 교황은 공식 초청장을 보내오면 “무조건 응답하고 갈 수도 있다” 고 평양방문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교황은 지구상의 20억에 가까운 천주교도의 지도자다. 한국에만 650 만명 이상의 신자들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반세기 이상 단절 됐던 미국과 쿠바의 관계회복에 기여했다.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내년에 교황이 일본을 방문할 때 북한에 들를 수 있다. 그의 평양방문은 북한의 국가정상화와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4 년 한국을 방문하고 남북간의 화해와 평화를 위해 미사를 집전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때도 축복과 기도를 전해 왔다.
문 대통령은 나름대로 남북관계 개선에 큰 성과를 이룩하고 있다. 일부에서 비핵화의 속도보다 너무 앞서 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남북관계가 너무 앞서 가면, 미국과 불협화음이 나올 위험도 있다. 미국은 남북관계와 비핵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현재 한미 간에는 분명한 이견이 있다. 한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다음 단계의 비핵화 조치를 취할 수 있게 하려면, 미국이 무엇인가를(종전선언이든, 제재완화든) 북한에 주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한편 미국은 제재의 약화를 완강히 반대한다. 중국과 러시아가 제재 압력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한다. 미국 단독 제재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북한 제재에 못 이겨 비핵화를 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은 북한이 대화에 응한 것도 미국이 주도한 제재와 군사적 위협 때문이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 하거나 부정하는 객관적인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남북은 DMZ의 긴장완화를 위해 빠른 속도로 협력하고 있다. 평양선언과 함께 채택된 남북간의 군사합의 내용에는 비행금지 구역설정 등 북측에 유리한 것들도 있다. 하지만, 남북간의 실질적인 경제협력은 유엔 제재, 미국의 단독제재나 한국의 5.24 조치 등의 해제 없이는 실천할 수 없다. 지난 10월 7일 폼페이오의 4차 평양 방문 때 조기에 개최하기로 했던 제2차 북미정상 회담도 언제 열릴지 확실치 않다. 트럼프가 일단 11월 6일 중간선거 이후로 미뤘지만, 현재의 북미간의 대치상황에서 쉽게 열릴 것 같지 않다. 공화당이 선거에 패배하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는 구체적인 북한의 행동계획이 있어야 회담에 가서 합의 하고, 회담후에 큰 성과를 얻었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은 미국의 안전보장을 원한다. 미국은 비핵화 후에만 주겠다고 한다. 그 이전에 남북 간의 관계개선과 신뢰구축은 북한으로 하여금 어느 정도 안전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할 수 있다. 북한은 이를 바탕으로 비핵화과정을 진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이 미국을 믿지 못하는 것도 큰 문제다 북한은 미 의회의 민주당 의원들도 대체로 북한을 혐오하고 있음을 알고 있다. 북한은 트럼프의 강경파 보좌관들보다 김정은과 관계가 좋다고 여러 차례 말해온 트럼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나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 정책도 바뀌는 것을 경험했다. 트럼프의 재선은 두고 봐야한다. 한국에서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지도 두고 봐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 평화정책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만, 경제정책과 개혁분야에서 낮은 점수를 받고 있다. 이 두 분야의 전망도 어두운 편이다. 만약 한국에서 정권이 다시 보수진영으로 넘어가면, 그동안 진전된 남북관계는 원점으로 돌아 갈 수도 있다. 한국에는 김정은과 북한체제를 반대하는 보수 세력이 만만치 않다. 그들이 재집권 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더불어 민주당의 이해찬 대표의 말처럼, 과거 보수당의 집권시 남북관계가 후퇴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현 정권의 임기 중에 한반도 평화정착과 비핵화 과정에 되돌릴 수 없는 진척을 이루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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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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