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선우 변호사
자말 카쇼기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언론인으로 약 1년 이상 미국의 영주권자로 워싱턴 부근에 살면서 워싱턴 포스트의 객원 칼럼니스트로 활약했던 사람이다. 자기 고국의 수구적 왕정에 대한 비판에 앞장섰던 그가 10월2일 터키 수도에 위치한 사우디아라비아 영사관에 들어간 후 소식이 끊겼다. 곧이어 카쇼기의 자녀들과 새 약혼녀, 그리고 포스트 등 미국의 유력지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이하 사우디)정부가 그를 납치했거나 살해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그 사건 직후 터키 정부는 사우디의 비밀요원들 15명이 그 사건 직전에 이스탄불로 왔다가 다음날 귀국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후 터키 정부의 발표는 피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내용이었다. 사우디 비밀요원들이 카쇼기를 고문해서 죽이고는 자신들이 가져온 외과수술 톱으로 그의 시신을 조각내 넣어 가지고 사우디로 귀국했다는 내용에다가 그 끔찍스러운 범행에 대한 녹음과 녹화까지 있다고 했기 때문이다. NBC 특파원은 카쇼기 자신이 손에 차고 있었던 애플 워치를 켜 놓았기 때문에 사우디 관리들의 흉악한 만행이 적나라하게 확보된 것이라고 한 소식통을 인용,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계 미디어의 관심과 미국 조야의 이목은 사우디에 맞추어지게 된다. 사우디 정부는 물론 딱 잡아떼면서 다른 나라들이 사우디를 그런 식으로 모욕하면 원유생산을 줄여 유가를 높이는 보복을 불사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미국 연방의원들은 당적과 관계없이 사우디 정부의 카쇼기 암살 관련 여부를 조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 결과 트럼프도 만약 사우디 정부가 배후라는 증거가 있으면 제재를 가해야할 것이라고 나오고 사우디의 살만 왕과 트럼프가 통화하게 된다. 트럼프는 살만 왕이 사우디 정부의 유관설을 부인한다면서 “심문과정에서 불상사가 일어났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기 자신의 의견인지 아니면 사우디 왕의 입장인지 모호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한다.
진실은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사우디 정부는 살만왕이나 ‘실질적인 통치자’(de facto ruler)인 모하메드 빈 살만(이하 MBS) 왕세자는 전혀 모르는 가운데 카쇼기를 심문한 행동대원들 중 몇이 과잉고문을 한 탓에 생긴 불상사라는 선에서 이 사건을 봉합하려고 할 듯하다. 그러나 미국의 여론지도자들은 사우디 사회의 구조상 MBS가 직접 허락하지 않고서는 그 같은 일이 외국에서 발생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한다.
살만 왕의 셋째 부인 소생인 MBS가 자기보다 연장자들인 형제들과 사촌들을 제치고 30세에 왕세자 자리에 오른 게 2015년이었다. 그는 사우디를 오일 근본 경제에서 탈피시켜 다각적 경제 체제의 근대국가로 전환시킨다는 목표를 가진 것으로 보도돼 왔다. MBS는 얼마 전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락하고 종교경찰의 억압을 약간 완화시키는 등의 개혁정책을 썼지만 사우디 왕조의 절대 권력에 대해서는 철저히 가문을 따르는 사람으로 평가된다. 예를 들면 왕가나 MBS에 대한 비판논조는 절대로 허용되지 않고 있다.
그에 더해 자신에 대한 반대자들은 철저히 응징하고 있다. 사우디의 많은 왕자들과 억만장자들이 약 1년 전 체포돼 힐튼 호텔 등에 감금된 상태로 고문과 수모를 당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재산을 헌납할 수밖에 없었던 배후에 MBS가 있다는 사실이 그 점을 웅변으로 말해준다.
그 MBS가 트럼프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아주 가깝다. 금년 3월 트럼프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때 그가 받은 역사상 최상(?)의 대접도 그 두 사람 작품이라는 설이 있다. 트럼프는 사우디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면서도 1,100억달러 상당의 무기 수출은 그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함으로써 역시 모든 문제를 돈의 관점에서만 보는 그의 가치관을 노출했다.
연방상원 공화당 의원들 가운데는 MBS에 대한 근본적 정책조정마저 논하는 사람들이 있어 앞으로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카쇼기 살해사건으로 어떻게 변화될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이번 사건뿐 아니라 미 공군의 도움으로 사우디 공군기들이 예멘의 반도들을 공습한다면서 학교 통학버스들까지 폭격, 민간인 피해자들이 늘고 있는데 대한 미국의 책임론마저 거론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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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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