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 교황은 누구였을까. 로마 가톨릭 전통에 따르면 사도 베드로다. 초대 베드로부터 현재의 프란치스코에 이르기까지 교황은 266대에 이른다는 것이 로마 가톨릭교회의 정설로 돼 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기독교는 초기 300여 년 동안 교황제도 없이 전파됐다. 교황제도가 제대로 형체를 갖추게 된 것은 5세기부터이고 진정한 의미에서 교황이라고 할 수 있는 최초의 인물은 레오 1세(440~461)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 논쟁은 그렇다고 치고, 200명이 넘는 역대 교황 중 ‘대(大-Magnus)교황’, 그러니까 ‘교황 중 교황’ 칭호를 받은 교황은 두 명이다. 레오 1세와 그보다 150년 후에 재위한 그레고리우스 1세(590~604)다.
트럼프 대통령까지 45대에 이르는 미국 대통령 중 ‘가장 위대한’(The Greatest)대통령으로 분류되는 대통령은 워싱턴, 링컨, (프랭클린)루스벨트 단지 3명인 것과 비교된다고 할까.
레오 1세는 위대한 행정가, 신앙의 보존자, 더 나가 고대 로마교회의 초석을 놓은, 교황으로서 신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모범을 보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레고리우스 1세는 그리스-로마 유형의 기독교와 로마-독일 유형의 교회를 접목시킨 중세 가톨릭교회를 가장 잘 대표하는 교황으로 알려져 있다.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 이 한마디로 십자군 열기가 온 유럽을 뒤흔들었다. 우르바누스 2세교황(1088~1099)이다. Magnus의 칭호는 얻지 못했다. 그렇지만 ‘신이 그것을 원하신다’는 그의 외침은 세계사를 바꾸었다. 그런 면에서 역대 교황을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인물이 우르바누스 2세다.
“그와 동시대에 태어났다는 것이 축복이다.” 가톨릭신자뿐이 아니다. 그처럼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은 교황은 2천년 교회역사상 흔치 않다. 요한바오로 2세 교황(1978~2005)을 두고 하는 말이다.
10월 22일은 성인으로 시성된 요한 바오로 2세의 축일로 현대의 역대 교황 가운데 세계인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래서인지 그를 Magnus ‘대 교황’으로 추대하려는 움직임까지 일고 있다.
그의 본명은 카롤 보이티와다. 폴란드 출신 보이티와 추기경이 1978년 10월 교황에 선출되자 당시 소련의 KGB 총책 유리 안드로프는 즉각 폴란드의 KGB 책임자에게 ‘어떻게 사회주의 국가 국민이 교황으로 선출되도록 방임했는지’ 따져 물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뭐랄까. 공산당 체제에 대한 위협을 직감했다고 할까.
1978년 11월 교황으로 선출된 바로 다음 달 요한 바오로 2세는 교황청 외교 담당자들에게 자신의 폴란드 방문이 조속히 이루어지도록 지시했다. 몹시 곤혹스런 입장에 빠진 것은 폴란드 공산당이었다.
폴란드에서 로마가톨릭은 천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그런 마당에 폴란드 출신 교황의 모국방문을 거부할 명분이 없다. 방문을 허락해도 문제다. 소련공산당 수뇌가 직감했듯이 교황방문은 공산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폴란드 공산정부는 결국 소련공산당의 허락을 얻어내 요한 바오로 2세의 모국방문을 허용했다. 첫 고국 방문에서 그가 폴란드 국민들에게 역설한 것은 인간의 존엄성을 위해 싸우라는 것. 그 이듬해에 레흐 바웬사를 수장으로 한 폴란드 자유노조 ‘솔리데리티’(연대)가 발족된다.
소련공산당 수뇌부가 우려하던 일은 이후 현실로 나타난다. 폴란드 자유노조 활동은 전 동유럽의 자유화운동으로 확산되면서 공산체제 붕괴를 가져온 것이다.
바로 그런 우려 때문에 저질러진 것이 교황 암살기도다. 1981년 요한 바오로 2세는 바티칸 광장에서 터키 출신인 메흐메티 알리 아그자에게 저격을 당했다. 가슴에 치명상을 입었다. 그러나 기적같이 살아났다. 그 배후는 소련의 KGB인 것으로 훗날 드러났다.
레이건 미국대통령, 대처 영국총리와 함께 요한 바오로 2세는 공산체제를 무너뜨린 세계사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리고 그에게 따라붙은 또 다른 별명은 ‘평화의 사도’ ‘행동하는 교황’으로 한국을 포함해 5개 대륙의 수십 개 나라를 대상으로 104번의 ‘사도적 순례’ 기록을 세웠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북한방문이 이루어지는 모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평양초청 의사를 전달하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이 청와대 발표다.
부정적 시각이 많은 게 사실이다. 세계 최악의 기독교탄압 체제다. 그런 북한의 김정은의 교황 초청은 북한이 정상국가인 것처럼 보이게 해 유엔제재 조치를 완화시키려는 불순한 책략이라는 진단에서다. 과히 틀리지 않는 이야기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북한방문은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황의 평양행과 관련해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것은 인권문제다. 교황의 평양방문은 최소한 고문에, 강간, 공개처형 등 북한 전역에서 자행되고 있는 반인륜적 범죄를 일시적이라도 완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부메랑 효과, 혹은 ‘메피스토 법칙’이 작동될 수도 있다는 기대가 들어서다. 의도는 불순했다. 그런데 그 당초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초래한다. 체제 선전 쇼를 하려고 했는데 폐쇄국가에 변화의 빛이 찾아드는 거다. 그런 역설적 현상을 ‘메피스토 법칙’이라고 부른다. 교회 용어로는 모든 것이 합력해 선(善)을 이루는 섭리라고 하던가.
‘마침내 평양에 도착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 첫 일성(一聲)은….’ 벌써부터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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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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