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에 거주하는 우병은(76), 우정례(70) 씨 부부와 신휘재(67), 김영선(64) 씨 부부가 지난 9월4일부터 10월3일까지 29박30일간 미국 대륙 일주를 성공적으로 다녀왔다. 이들의 대륙일주기를 소개한다.
-사과밭 별장에서 만난 벗
중앙 시니어센터에서 아내와 함께 미술공부를 하던 황 씨가 작년에 시애틀 근처로 이사 왔다. 자기네 집 앞을 지나는 우리를 불러 찾아가니 사과밭 옆 별장이었다. 된장향기 가득한 점심을 배불리 얻어먹고 북변 간선도로인 I-90을 타고 산길을 넘는데 굵은 전나무, 소나무가 가득 찬 삼림은 우리를 놀라게 했다.
어둑하기 전 시애틀에 도착해 쌍폭포를 보고 신 집사의 고교 때 친구를 만나러 갔다. 그 친구 부부가 거대한 저택 마당에 나와 신 집사를 반기는데 옆에서 봐도 좋아 보였다. 알고 보니 촌수를 알 수 없는 우리 집안 아재 되는 분이셨다.
-귀여운 도시 시애틀
다음날 ‘Arcost Cruise’를 타고 바다에 나가 귀여운 도시 시애틀을 바라보았고, 스타벅스 1호점에 가서 무슨 비밀과 기술이 있어 세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지 눈여겨보았다. 퍼블릭 마켓엔 웬 물건이 그렇게 많은지 꽃과 과일은 본디 색이 아름답고 화려하지만 생선마저 금빛 은빛으로 찬란해 사진기는 몸살에 울 것만 같다.
오후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추진력 센 신 집사도 손들었다. H-Mart에 가서 식품을 사고 호텔에 오니 처음으로 짐을 풀었다, 묶었다 하는 유목민 생활을 벗어났다. 편하고 좋은 건 그날이고 다음날 또 짐을 싸서 호텔을 나서려는데 곱게 생긴 백인 여자가 김영선 집사를 반겨 좋아한다. 버지니아 차 번호판을 보고 반가워한 것인데 버지니아 레스턴에서 왔다고 했다.
구름은 잔뜩 끼고 해는 숨었고 동서남북을 가늠할 수 없다. 내비게이션과 신 집사의 지시대로 태평양쪽 간선도로인 I-5를 타고 남쪽으로 갔다. 8일간 3,564마일을 서쪽으로 달렸기에 자꾸만 서쪽으로 가는 걸로 느껴졌다. 그래서 신 집사에게 “지금 남쪽으로 가는 게 맞습니까?”하고 몇 번이나 물었다.
-미국판 백두산 천지
백두산 높이의 거의 2배나 되는 레이너(Reinier) 산의 1800m를 올라갔다. 높은 데는 남성다운 전나무, 낮은데는 가문비나무(전나무 비슷하고 잎이 밑으로 처지는 종류)가 숲을 이룬걸 보았다. 멀리 인도네시아에서나 보는 화산재를 걸핏하면 미국 본토에 뿌리는 세인트 헬레나( Saint Helena) 산도 보였다.
오리건 주 포틀랜드 시내에 ‘Multnomah Fall’이라는 큰 폭포가 있다. 높이 600피트나 돼 가느다란 홀쭉이로 보여 단칼에 벨 것만 같았다. 200m 높은 데서 얼음이 녹아내리는 물이 바닥을 치니 찬바람이 불어왔다.
처음으로 맥도널드에서 치킨을 사먹고 몇 시간 꼬불꼬불한 길을 달려 미국판 백두산 천지인 Crater Lake에 올랐다. 티 없이 맑고 푸른 물에 눈이 트이고 가슴이 틔어 입이 벌어지고 머리가 청명하게 깨었다. 7700년 전 화산 폭발로 2000피트 깊이가 파이고 몇 백 년 동안 비가 내리고 눈이 녹아 고인물이라고 안내판에 쓰여 있다. 거기로 흘러오는 강물은 없다고 한다. 이래서 백두산에 갔다 왔다고 스스로를 우겼다.
-3천년의 신비, 레드 우드
미국판 백두산 천지를 뒤로 하고 험한 길 내려와 Fwy-101 옆 Rest Area에서 저녁을 해먹고 캘리포니아 경계선을 넘으니 급경사지에 꼬불꼬불한 길이 한없이 이어진다. 이런데 오자고 했는 나를 불평하느라 뒤에 앉은 여자들은 피곤도 없다. 사람이란 좋은 이야기를 잠간만 해도 지치는데 흉보는 이야기는 밤새도록 해도 지치지 않고 오히려 침을 더 튕긴다.
굵은 나무 사이로 길은 꼬불꼬불하고 밤이 되어 하늘은 보이지 않고 자동차 불빛에 쌍방도로를 채울만한 큰 나무를 보고 우리는 으악 하고 놀랐다. 비록 어두운 밤에 불빛으로 오랫동안 보고 싶던 살아 있는 화석나무를 얼핏 보고도 환희였다.
Crescent에 있는 호텔을 나서 Red Wood로 향했다. Lady Bird Johnson Grove에 내려놓으니 여자들이 난리가 났다. 구글에 의하면 3000년이나 살아 있고 키는 자그마치 120m나 되고, 쌍방도로를 채울 만큼 굵어 신기한 나무를 직접 만져 보고 눈을 가까이 해서 보고 나무속이 불에 타도 죽지 않는 것이 신비스러웠나 보다.
신 집사 부부 단독으로 세계 각처를 여행해서 스마트 폰으로 필요한 걸 찾는 데는 독보적이다. 점심 먹을 장소를 찾아 Red Wood로 둘러싸인 공원에서 맑은 햇빛을 받으며 풍부한 피톤치드를 마시면서 맛나게 점심을 먹었다.
-환상의 해변도로와 고래
우리 이민선조들이 배타고 미국 땅에 도착했던 샌프란시스코로 갔다. 산불 많이 난다는 캘리포니아? 아니나 다를까 어디서 산불이 나서 샌프란시스코 시내 전체를 연기가 덮었고 금문교를 건널 때 연기가 자욱해서 앞이 보이지 않았다. 저녁 먹을 장소를 찾지 못해 호텔이 예약된 산호세까지 배고픔을 참고 와서 커피포트에 물 끓여 쌀라면에 부어 찬밥을 말아 먹고 샤워도 않고 잤다.
17마일 해변 도로가 있다. Monterey, 거기가 미국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해안도로가 아닌가 싶었다. 바다로 툭 튀어 나간 지반이 보기 좋은 구릉을 이뤘고 아파트, 고급주택, 골프장이 조화롭다. 길가 녹지는 전부 사철 채송화를 심어 벨벳처럼 여러 색으로 빛나 원수처럼 싸우던 부부도 이 길을 걸으면 사랑이 가득 찬 부부가 될 것 같았다.
환상적인 17마일 해변도로를 나와 남쪽으로 달렸다. 요즘 기술로 도로를 닦으면 계곡에는 다리, 산은 깎고, 터널을 뚫어 만들었을 건데 옛날에 만든 길이라 바다에 뿌리박은 절벽 산 수백 미터위로 꼬불꼬불하다. 허용속도가 20마일, 30마일이라 기어가는데도 핸들을 꽉 잡으니 온몸에 근육이 당겨 보청기 낀 귀가 아팠다.
새파란 바다가 수평선까지 언뜻언뜻 하고 고래가 보여 해마다 미국 최고 경관도로에 뽑히나 보다. 옆에서 신 집사가 “어! 고래, 고래” 하였지만 운전하는 나는 그걸 못 봤다. 또 “고래, 고래” 하여 보니까 하얀 포말이 넓게 퍼졌고 하늘 높이 물줄기가 올라가는걸 보니 큰 고래인거 같다. 17마일 해변도로처럼 아름답고 유순한 도로도 있지만 지구상에 아름답다는 명소 중에 대부분이 이면엔 험악한 지형이고 교통이 험하다.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
LA에서 기다리는 딸을 만나 ㅂ식당에서 저녁을 배부르게 먹고 딸네집 세탁기에 밀린 두 집 세탁물을 빨았다. LA에서 딸과 함께 하루를 지내고 신 집사네는 샌 디에고에 가서 1945년 8월14일 뉴욕에서 해군병사와 간호사가 극적으로 키스하는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어 와 어찌나 부럽던지.
6일 동안 1,984마일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내려오고 LA에서 플로리다 잭슨빌까지 연결된 I-10번 도로를 따라 달렸다. Palm Spring에 풍력발전기가 족히 1만개는 되어 보여 차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어찌나 센지 떠밀려 갈 것만 같았다.
Joshua Tree 국립공원에 들어서서 기이한 바위, 나무, 여러 가지 선인장을 다 봤다. 미국이 자랑하는 사진에 사람보다 굵고 전봇대만한 선인장이 있던데 라스베이거스, 그랜드 캐넌, 자이언트 캐넌을 몇 번 와 봐도 못 본 걸 피닉스에 오니 보여 놀랐고 반갑기도 했다.
예약된 피닉스 호텔에서 짐을 푸는데 몹시 더웠다. 다음날 아침에 짐을 실을 때도 몹시 더워 땅 밑에 군불을 떼는 게 아닌가 싶었다. 피닉스를 얼마쯤 멀어지니 큰 Saguaro 선인장은 보이지 않았다.
<
글/ 우병은(스털링, VA), 사진/ 신휘재>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