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숙취 해소 시장에 뛰어든 20대 한인...호기심에서 시작된 창업, 800만불 투자까지 받아
▶ 올해 초 출시된‘모닝 리커버리’ 날개 돋힌 듯 팔려... 헛개 추출물이 숙취해소의 근원, 과학적 근거도 제시
숙취 해소 음료수‘모닝 리커버리’를 올해 초 출시한 82 랩스 이시선 대표. 82랩스의 비전을 확신한 투자자들은 이 회사에 800만불 규모의 금액을 투자했다.
20대 후반의 한인이 미 숙취 시장에 뛰어든 지 1년도 안돼 매출액이 700만 달러를 육박했다.
올해 28세의 이시선씨는 지난해 실리콘밸리에서 숙취 해소 음료 창업 회사인 82 랩스를 설립해 첫 작품인 ‘모닝 리커버리’를 올해 초 출시했다.
출시 9개월만에 5백만달러의 매출을 넘어서는 등 올해만 7백만달러의 매출 실적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한국에서 태어나 만 9살에 캐나다로 이민와 워털루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직장을 실리콘밸리 페이스북에서 시작했다. 그 뒤 우버를 거쳐 전기자동차 테슬라에서 프러덕트 매니저로 근무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창업의 기회를 잡게 된다.
창업 전, 한국을 방문하게 된 그는 젊은 혈기에 강남 문화에 빠지면서 수많은 숙취 경험을 갖게 된다. 친구들이 편의점에서 “이거 마시면 숙취에 도움된다”고 추천한 숙취 음료수가 헛개에서 추출해 만든 건강 음료였다.
실제로 이걸 마시고 나니 몸도 좋아졌다고 느꼈던 그는 미국에 몇 개 가져가면서 숙취 해소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다.
”호기심이 모든 것의 원천이었죠.”
이어 온라인으로 숙취 음료를 두 세박스 구매해선 직장 테슬러 동료들에게 나눠줬다. “친구들이 꽤 신기해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왜 술을 깨게 하는 걸까 찾아봤죠. 근원은 ‘헛개’였어요”
“헛개 추출물이 숙취에 도움이 된다”는 과학적 근거를 찾다보니 UCLA 신경 약리학자 징 리앙 박사가 쓴 논문을 찾아냈다.
징 리앙 박사에게 전화도 하고 이메일도 주고 받으며 근거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
“어느 조사 결과에 보면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료의 60%가 주류라고 합니다. 물이나 커피보다 더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죠. 만약 이 시장을 상대로 숙취 해소 음료를 판다면 어떻게 될까. 고민했어요.”
수요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 간단한 웹사이트를 만들어서 “5달러에 숙취해소 음료 판매”를 내걸었다. 그때 들어온 돈이 2,000달러다.
제품도 없는데 꽤 많은 수요자가 있었던 것. 물론 들어온 돈은 돌려줬다.
그는 숙취 해소 시장에 비전을 갖기로 하면서 창업을 시작하게 된다. 처음에는 테슬라 직장도 다니면서 주경 야독의 마음으로 신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헛개’에 대해 과학적 지식을 갖고 있는 징 리앙 박사를 수차례 만났고 결국 그와 함께 헛개에서 숙취를 해소하는 성분을 어떻게 추출하고 혼합하고 저장하고 팔 수 있을지를 의논했고 샘플을 만들어 팔아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당장 샘플을 만들 공장을 찾아야 했다. 그런데 평생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한 이가 제품 만들 공장을 알 리가 없었다.
“파이버(fiver)라고, 한국말로 ‘잡일’을 해주는 사이트가 있어요. 내가 만약 “공장을 찾고 있는데, 이걸 찾아주면 얼마를 드리겠다”고 하면, 신기하게도 찾아줘요. 어떻게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찾아주더라고요. 이런 방식으로 공장을 여덟군데 찾았고, 100 불 들었어요.”
올해 초 출시된 숙취 해소 음료‘모닝 리커버리’가 입소문을 타고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중국, 동남아 등의 공장을 돌아봤는데 그중 한국에 있는 공장 세 군데와 샘플 계약을 맺었다. 한 달 후인 지난해 3월, 실리콘밸리로 샘플이 배달됐다. 디자인, 맛, 생산, 유통 과정 같은 복잡한 것은 생각 안하고 무조건 페이스북에 “실리콘밸리 친구들아, 숙취 해소제 만들었다”는 공지를 올렸다. 이 공지를 본 테스터들이 커뮤니티를 만들었고 피드백도 왔다. 이 대표 자신도 매일 테스트를 했다. 이 말인즉슨, 매일 술을 마시고 숙취 해소제를 먹고 기록하고 블로그에 올렸다는 얘기다.
그렇게 다시 한 달. 수백명의 테스터가 생겼고, 자신감을 얻었다. 이제는 친구들이 아닌 타인을 상대로 샘플을 보내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갖고 있는 샘플 물량은 1,000병인데 몰려든 수요가 2만명. 입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사람들이 82랩스를 숙취를 과학적으로 풀어주는 ‘바이오 테크놀로지 컴퍼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 숙취 해소 스타트업이 뜨고 있다는 소문이 이때부터 났다.
“반응이 너무 좋으니까 샘플 말고 진짜 제품을 팔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샘플 수요는 있어도, 판매 수요는 있는지 모르니까요. 이걸 과연 내 돈 주고 살까? 하는게 궁금했죠.”
의외로 입소문이 빠르게 나면서 투자자까지 들어오게 된다.
실리콘밸리와 한국에서 뛰어난 투자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알토스벤처스, 그리고 슬로우벤처로부터 800만달러 규모의 투자까지 유치한다.
이후 숙취 음료수 모닝 리커버리는 온라인에서 날개돋힌 듯 팔리자 그 또한 직장 병행이 어렵게 되었고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에 매진한다.
창업 1년만에 회사 가치는 무려 3,300만달러. 투자금도 들어왔으니 본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는 이시선 대표.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곤 숙취 해소 음료가 거의 없다고 보고 있어요. 세계 모든 시장이 82랩스의 타깃이 될 수도 있겠다는 것이죠.”
러시아를 비롯한 유럽 시장도 그의 올해 타켓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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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민기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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