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사용 중인 가장 오래된 비행장(위). 칼리지파크 항공박물관 전경(아래 왼쪽). 체험학습장인 비행학교.
여행 중인 어떤 꼬마가 집에 계신 할머니께 엽서를 쓰면서 ‘저는 지금 인류 최초의
비행장에 와있어요.’라고 적었다.
이 꼬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인류 최초’의 ‘비행장’. 그렇다. 이 꼬마는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키티 호크(Kitty Hawk)에 있다. 키티 호크는 라이트형제가 인류
최초로 조종가능하고 지속적으로 비행한
동력비행기를 띄운 곳이다. 그냥 간략히
말하면 키티 호크는 최초로 비행기를 띄운
이다. 거기를 ‘인류 최초의 비행장’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곳은 인류 최초로
동력비행기가 뜨기는 했지만 지금은 그 어떤 비행기도 거기서 뜨거나 내리지 않는다.
-현재도 경비행기 뜨고 내려
그렇다면 현재 사용 중인 비행장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놀랍게도 워싱턴 DC 가까이에 있다. 메릴랜드 주의 칼리지파크. 애난데일에서 I-395를 타면 25마일, I-495를 타면 31마일에서 34마일 정도 가면 메릴랜드의 칼리지 파크에 있는 이 비행장에 도착하게 된다.
‘비행장’하면 덜레스공항, 레이건 공항, BWI 공항을 생각하기 때문에 칼리지파크에 비행장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겠지만, 거기에도 틀림없이 비행장이 있다. 다만 뜨고 내리는 비행기의 크기가 작을 뿐이다. 여기는 크기가 작은 비행기 즉 경비행기라고 부르는 작은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곳이다. 지금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이곳이 현재 사용 중인 비행장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다.
-라이트 형제와의 인연
이 비행장이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는 이곳 역사에 라이트형제가 나온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 라이트형제가 동력비행에 성공한 것이 1903년이고 이들이 미국정부와 납품 계약한 것이 1908년이다. 그 다음은 비행기를 조종할 사람을 훈련해야 하는데 그 훈련장이 바로 이 비행장 자리이다. 즉 1909년 윌버 라이트가 여기에서 미 육군 장교들에게 비행교육을 시켰다.
처음에는 버지니아 주의 알링턴에 있는 포트 마이어(Fort Myer)에서 비행기를 띄웠는데 막상 교육을 하려니 포트 마이어가 너무 좁아서 이곳 메릴랜드의 칼리지파크로 옮겨 비행교육을 실시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2년 후인 1911년에 이곳에 육군비행학교가 창설된다. 지금은 비행장 부근에 인가가 많지만 원래는 인가가 있는 곳에 비행장을 만든 것이 아니라 허허벌판에 비행장을 만들었는데 사람들이 비행장 주변까지 몰려와서 살게 된 것이다.
-숱한 역사상 최초의 기록들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자동차번호판 중에 ‘First in Flight’라고 적혀있는 것이 있다. 자기네 주에서 인류 최초로 동력비행기를 띄웠다는 것을 부각시킨 것이다. 그런데 메릴랜드 주에 있는 이 비행장도 비행기에 관한 ‘최초’의 기록이 퍽 많다. 이 비행장은 여러 가지 면에서 ‘역사상 최초’라는 기록을 가지고 있다.
미 육군에게 비행교육(1909년), 여성 비행기 탑승(1909년), 폭격조준기를 사용한 폭격 실험(1911년), 비행기에서 기관총 발사 실험(1912년), 고도 1마일 비행(1912년), 정기 항공우편물 운송(1918), 헬리콥터 비행(1924년) 등등.
여기서 잠깐 우리 얘기도 조금해보자. 한국인 최초의 비행은 1920년에 이용선, 이초 두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윌로우스에서 비행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미국이 아닌 우리나라 하늘에서 최초로 비행(1922년)한 한국인은 안창남이다.
초창기 비행장의 디오라마.
-기념품 판매점
가장 오랫동안 운용되고 있는 이 비행장 옆에 박물관이 하나 있다. 칼리지파크 항공박물관(College Park Aviation Museum). ‘항공박물관’하면 워싱턴 DC 안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국립항공우주박물관과 버지니아 주의 덜레스공항 가까이에 있는 스티븐 우드바-헤이지센터 같은 커다란 규모의 전시장을 떠올리겠지만 칼리지파크에 있는 이 항공박물관처럼 아담한 규모도 있다.
이런 작은 규모의 박물관은 대형박물관에 비해 전시물의 규모나 수효가 열세이지만 그 대신 많은 학습 자료를 제공하고,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 내방객들에게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건물 입구 왼쪽에 조형물 두 개가 있는데 오른쪽에 세로로 높이 솟은 것은 로켓을 형상화 한 것 같고 왼쪽에 있는 것은 자이로스코프를 형상화한 것 같다. 자이로스코프, 방향의 측정과 유지에 사용되는 기구로서 항공기의 길잡이 역할을 담당하는 도구. 어렸을 때 테가 둘린 팽이 같이 생긴 자이로스코프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보았다면 금방 알아볼 수 있는데 박물관 안의 기념품 판매점에도 자이로스코프 장난감이 있으니까 확인해보시길.
-기념우표에도 등장한 비행기
박물관 안으로 들어가면 공중에 골판지로 만든 비행기 모형이 하나 매달려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제니(Jenny)라는 애칭을 가진 비행기의 실물크기인데 1918년에 우편물을 비행기로 운반하기 시작한 그 때의 그 비행기 모델이다.
그러고 보니 올해가 우편물 항공운송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비행기는 우편물 항공운송 기념우표에도 등장한다. 이 우표가 재미있는 것이 1918년 발매된 우표에는 비행기가 뒤집힌 상태에서 인쇄된 것들이 있어서 우표수집가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남아있다. 인쇄가 잘못된 이 우표는 여기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지만 워싱턴의 유니언 역 옆에 있는 국립우정박물관(National Postal Museum)에서도 볼 수 있다.
-1호 여류 비행사 일레인
비행기가 전시되어있는 공간으로 가기 전에 오른쪽에 보면 여류비행사에 관한 기록들이 있다. 1944년에 여자로서는 최초로 비행사 면허를 받은 일레인 하몬(Elaine Harmon), 그의 가족 얘기는 퍽 재미있다. 그의 남편은 군 항공기 수리를 하고, 아버지는 1차 세계대전 때 조종사였고, 남자형제는 폭격기 조종사였다. 그런데 엄마는 끝내 딸이 조종사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일레인은 해냈고 결국 1호 여류조종사로 역사에 남게 되었다.
좀더 들어가면 라이트형제의 격납고 모형을 만들어두었는데 거기에 보면 비행기 역사 초기에 비행기가 뜨기 위한 충분한 추진력을 얻기 위해 어떤 장치가 사용되었는지에 관한 전시물이 있다. 문제해결을 위한 인간의 눈물겨운 노력을 본다.
골판지로 만든 항공우편물 운송 비행기‘제니’.
-초기 형태의 헬리콥터
전시장에는 여러 종류의 비행기가 전시되어있다. 한 대 한 대마다 역사와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들이다. 그 중에 헬리콥터도 전시되어 있는데 이 초기 형태의 헬리콥터는 지금의 모양과는 사뭇 다르기 때문에 조금쯤은 놀라게 된다.
앞에서 말했듯이 이 박물관은 규모가 작지만 대신 비행기에 관련된 다양한 학습 자료가 구비되어있다. 입장하자마자 왼쪽에 1903년 키티 호크(Kitty Hawk)부터 시작되는 비행기 역사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시작으로 그 건너편에 여류비행사에 관한 전시물이 있다. 안으로 들어가면 비행학교(flight school), 세계대전 중의 비행기, 흑인항공인(African-American Aviators), 시민항공순찰(Civil Air Patrol)에 관한 자료가 있다.
-조종 시뮬레이션
이 박물관 목적은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비행기가 친숙해지도록 하는 것일 터. 그래서 비행기와 관련된 체험학습 도구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예컨대 라이트형제가 만든 비행기 조종간 시뮬레이션이 있어서 그 때는 비행기를 어떻게 조종하였는지 체험할 수 있다.
다른 한편에는 비행기 조정석 계기판을 전시해두어서 각각의 계기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체력 단련장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 앞에 스크린이 있는 시설이 있는데 이것은 사람의 힘으로만 헬리콥터처럼 생긴 것을 띄우는 가메라(Gamera)라는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 고학년쯤 되면 풍동(wind tunnel)을 작동시키면서 공기보다 무거운 비행기가 어떤 원리로 뜨게 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게다가 건물 밖에 미니 비행장(?)이 있고 거기에는 발을 굴러서 타는 탈것들이 있는데 모두가 비행기의 모양을 띄고 있다.
-당시 재현한 디오라마
전시장 한편에 디오라마가 준비되어있는데 1911년-1913년 사이의 이곳 모습을 재현한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구경나온 귀부인들과 강아지들, 비행기 앞에서 기념 촬영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퍽 재미있다. 격납고 사이에 있는 막사는 의료용 막사라고 한다. 디오라마 속 격납고 뒤편에 기차가 달리는 것도 보이는데 그 철길은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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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김성식 (VA, 스프링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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