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에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했다. 그러니까 항상 말조심하라는 뜻이다. 그런데 최근 워싱톤포스트 신문에 말조심 안 하다가 크게 사고 친 고등학교 교장의 얘기가 보도되었다.
작년 6월에 워싱턴DC의 한 고등학교에서 일어난 이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한 여학생이 남학생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 학교의 남자 화장실에 강제로 끌려 들어가 그랬다는 것이다.
바로 다음 날 그 여학생은 엄마와 학교 교장에게 그 사실을 알렸다. 그 자리에는 교장 외에 교감과 카운슬러도 같이 있었고 학생처장은 다른 곳에서 전화로 듣고 있었다고 한다. 사건 설명을 듣던 교장은 동정적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학생들을 돕고 힘이 되어 주기 위해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사건 설명이 힘들었던지 피해 여학생이 얘기를 다 끝내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런 딸을 위로하려고 엄마도 뒤쫓아 나갔다. 그렇게 여학생과 엄마가 모두 나가자 교장의 태도가 바뀌었다. 그 자리의 다른 사람들에게 그 여학생과 엄마가 ‘역겹다’고 하며 ‘경찰로 하여금 철저하게 조사하게 해서 그 여학생을 창피하게 만들어야 겠다’고 했다고 한다. 피해 여학생이 고발한 내용은 ‘어처구니 없는 말’ 이라고 하며, 그 여학생의 옷차림까지 거론 했다고 한다.
그러나 교장이 말한 이러한 내용은 모두 여학생 엄마의 셀폰에 고스란히 녹음되었다. 원래 교장과의 대화를 녹음해 두려고 엄마는 셀폰의 녹음 기능을 켜 두고 있었다. 그런데 자리를 뛰쳐 나간 딸을 급하게 쫓아 나가던 엄마가 셀폰을 그대로 놔둔채 나갔다. 녹음 기능이 켜져 있던 사실을 교장은 몰랐다. 결국 피해 여학생은 교장과 디씨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녹음 내용을 알게 된 사람들은 분노했다.
요즈음 사실 셀폰 기능이 발달되어 과거와 달리 대화 녹음이 쉽다. 그냥 주머니 안 쪽에 셀폰의 녹음 기능을 켜 놓기만 하면 된다. 전화 할 때도 마찬 가지이다. 한 쪽에서 녹음 기능을 켜 놓으면 그대로 녹음되는 것이다. 그러니 말조심을 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녹음 기능 기구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늘 말조심은 해야 하겠지만 이제는 더욱 그러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한편 녹음의 용이함은 불신을 초래하기도 한다. 말하기를 꺼려하는 것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화 녹음의 적법성은 주 마다 다르다. 버지니아 주나 워싱턴DC의 경우 대화 당사자 중 한 사람만이라도 동의하면 대면 대화나 전화 대화 모두 합법적으로 녹음할 수 있다. 그리고 녹음 내용도 공개할 수 있다. 그래서 녹음 시도자가 대화의 당사자 중 하나라면 그 누구로부터 추가 동의 없이 대화를 녹음할 수 있다. 그러나 메릴랜드 주의 경우 대화 당사자들 모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만 합법적인 녹음이 가능하다. 그래서 단 한명이라도 동의를 구하지 않았거나 반대를 해도 녹음을 해서는 안된다.
한편, 버지니아 주와 워싱턴DC처럼 한 사람의 동의만 있어도 합법인 경우라 해도 만약에 여러 사람들의 전화 대화를 녹음할 때에는 각 전화 대화자들의 거주지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한 사람의 동의가 있었다고 안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화자들 모두의 거주지 법들을 일일이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대화 당사자들의 동의가 없더라도 만약에 대화가 이루어진 상황이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닐 경우에는 대화의 녹음에 아무런 동의도 필요하지 않다. 예를 들어, 주위에 사람들이 많아 다른 사람들에게 쉽게 대화 내용이 들릴 수 있는 장소에서의 대화라면 대화 당사자들의 동의 없이 누구나 녹음을 해도 불법이 아니라는 뜻이다. 큰 소리로 말을 해 주위에 다 들릴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하겠다.
불법 녹음 행위는 버지니아 주, 메릴랜드 주, 워싱턴DC 모두 중범으로 간주하고 있다. 위반 시 처벌로 세 곳 모두 5년까지의 징역형이 가능하고, 벌금은 버지니아 주는 2,500달러 그리고 워싱턴DC와 메릴랜드 주는 1만 달러까지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중죄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시민권 취득도 불가능하고 영주권자는 추방 될 수 있음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시민권자도 공민권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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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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