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win Peaks( 7761’) - From Buckhorn Day Use Area
서봉 정상의 모습.
산행의 출발지‘Buckhorn Day Use Area’에 있는 표지판.
동봉 정상에서의 필자(좌)와 동료.
산에 다니다보니 늘 수많은 식물들을 대하게 된다. 산에 간다는 것은 수목과 풀들의 세계로 간다는 말과도 동일할 것인데, 매번의 산행에서 각 식물들의 아름다움과 정교함 또는 놀라운 생존력 등에 대해 감탄을 하고 또 1000년은 되고도 남을 장수목들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곤 했는데, 근래에 읽게 된 ‘식물들의 정신세계’ 라는 책으로 하여 전혀 몰랐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된 기분이다.
식물들도 의식과 감정 등을 풍부히 가지고 있다 한다. 단지 우리들 무지하고 미개한 인간이 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함으로써, 우리 인류는 자칭 고등동물이고 다른 존재들은 하등생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것은 크게 잘못된 일일 수가 있다고 느끼게 됐다.
예컨대 비탈진 곳에서 자라는 소나무나 Chaparral Yucca를 보면 그들의 키가 자랄 때 충분히 중력을 견딜 수 있게끔 밑줄기가, 각자가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비탈의 각도에 맞추어 적절히 휘어지며 자라는 것이라든지, 거치른 비바람에도 능히 견딜 수 있게끔 위로 갈수록 얇고 가늘어지는 것이나 또는 동물들이 자기의 꽃이나 씨를 쉽게 먹을 수 없도록 꽃대를 아주 높이 올리거나 날카롭고 억센 가시를 돋구는 등의 정교한 구조공학적 생태학적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모든 식물들이 나름대로의 미적 감각을 이용하여 피워내는 꽃들의 아름다움과 독창성을 보더라도 그들이 결코 하찮은 존재가 결코 아니라는 것을 절감케 된다.
예를 들자면 많겠지만 결론은 식물들이 - 어쩌면 모든 생물과 유정물이 - 희로애락의 감정을 가진다는 것과, 식물의 꽃이나 잎이나 열매가 그리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은 이들이 진선미의 의식을 가지고 창조적 사고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는 것일 듯하다. 이렇게 보면, 동화속의 요정이니 원시종교에서의 범신론이니 하는 환상적인 세상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진면목일 수도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2009년에 샌게브리얼 산맥에서 사람에 의한 화재(Station Fire)로 160,000 에이커(약 2억평)의 숲이 타버린 일은, 실로 인간이 그 숲을 보금자리로 하여 살아가던 동식물에게 준 엄청난 재앙이었다고 하겠다. 나로서는 그 수를 추정하기에 너무 막연한 곤충이나 동물의 경우를 제외하고, 평당 100개의 식물들만이 서식한다고 가정하더라도, 대략 200억의 식물들이 불에 타 죽은 일이 되는데, 식물들이 산불이 번져오는 가운데 자기가 곧 불에 타 죽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니 그 당시 그들의 공포와 원망이 어떠했을까!
‘천지불인’을 빗대어 ‘인간불인’이라며 처연해 했을 것을 생각하니 새삼 우리가 살고있는 이 세상이 두렵고도 신비롭다.
오늘은 그 비정한 대형 산불을 간발의 차이로 피하여, 자연 그대로인 숲의 면목을 잘 간직하고 있는 Twin Peaks 를 찾아간다. 동서로 68마일, 남북으로 23마일 내외의 규모인 San Gabriel산맥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산으로, 걷기에 편한 고운 흙길로 왕복 11마일 내외의 거리가 되며 8~9시간쯤이 소요된다. 순등반고도는 3500’이며, 울창한 송림, 청량한 공기가 두드러지는 산행이라 하겠다.
가는 길
210번 Freeway에서 La Canada의 Angeles Crest Highway(SR-2)의 출구로 나와서 SR-2를 따라 북쪽으로 33.4마일을 가면(Mile-marker 58.2 지점), 왼쪽으로 Buckhorn Day Use Area 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가면 주차장이 있고 화장실도 있다. 주차허가증을 밖에서 읽을 수 있도록 차안에 잘 걸어둔다.
등산코스
등산의 시작점은 여러 지점이 될 수 있으나, 주차장입구(6800’)에서 길 건너 반대편에 있는 Locked Gate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손쉽고 바람직하다. 널찍한 비포장도로를 따라 대략 0.1마일을 가면 왼쪽과 오른쪽으로 등산로 표지가 있다. 왼쪽으로 난 좁은 길이 우리의 등산길이다. 소나무와 전나무, 향나무가 어우러진 장대한 침엽수림이 대단히 정갈하고 아름답다. 등산로도 밝고 깨끗한 토양으로 걷기에 아주 편안하고, 고산의 울창한 송림을 감싸고 있는 대기도 대단히 청량하고 향긋하여, 등산에 임하는 기분이 마냥 상쾌하다.
0.25마일에 이르면 왼쪽에 Picnic Table이 있고 등산로가 왼쪽으로 굽어진다. 이따금씩 등산로 주변에 커다란 바위들이 노출되어있어 금상첨화의 운치를 보여준다. 이렇게 30분 내외를 걷다보면 등산로가 자연스레 동서로 뻗어가는 산줄기의 중심능선에 올라서게 된다. 대략 1.0마일이 되는 지점이다. 여기에서 산길은 이제 능선의 고점을 따라 서쪽을 향하게 된다. 0.5마일쯤을 더 가면 왼쪽으로 ‘San Gabriel Wilderness’ 영역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보인다. 한라산 정상의 높이보다 1000’이상이 더 높은 고도 7500’를 넘나드는 고지대라서 한 여름에도 시원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 이 아름다운 등산길을 따라 0.6마일을 또 나아가면 오른쪽으로 Mt. Waterman Trail이 갈라져 나가는 Junction에 이른다. 2.2마일을 온 고도 7674’ 내외인 곳으로 자세한 이정판이 서있다. 여기서 Mt. Waterman(8038’)은 0.75마일의 멀지 않은 거리라, 돌아오는 길에 시간의 여유가있으면 한번 들려볼 만 하다고 하겠다.
이곳에서 우리의 산행목표인 Twin Peaks의 East Peak까지는 아직 3.1마일의 거리가 남았다. 남쪽인 왼편 가까이로 낙타 등의 혹처럼 쌍봉인 Twin Peaks가 우뚝한 모습을 드러내는데 이 정션의 고도에 비해 불과 100’ 정도가 높은 Twin Peaks의 동봉이 아주 낮아 보인다. 등산길은 서쪽으로 곧게 나아가는데, 곧이어 지그재그로 Mt. Waterman의 남쪽 기슭을 내려가는 모양이 된다.
3.25마일이 되는 지점에 이르면 다시 길이 갈라진다. Three Points Trail Junction이다. 고도 약 7300’ 지점이다. 우리는 직진이 아닌 왼쪽으로 바짝 꺾이는 길을 따르는데, 꼬불꼬불 내려가다 보면 아주 작은 물줄기를 만나게 된다. 고도 약 7000’정도가 되는 곳으로 건기가 아니라면 대개는 간단히 손을 씻을 수 있는 정도의 물웅덩이를 볼 수 있다.
Twin Peaks의 봉우리는 이제 바로 코 앞이다. 소나무와 전나무가 무성한 가운데 드문드문 있는 거구의 Sequoia Tree 지대를 지나가면, Twin Peaks Saddle 이라는 안내판이 있다. 4.0마일에 해발고도 6570’인 곳이다. 여기서 부터는 다시 오름길이 되는데 곧이어 ‘Heliport 0.25마일’이라고 쓰인 이정표(6675’)를 지난다.
정상은 이제 0.9마일의 거리에 1100’정도의 순등반고도가 되니, 매우 가파르게 올라가는 구간이라고 말 할 수 있겠다. 이따금 경사가 급하고 흙이 무른 곳에서는 발이 뒤로 미끌어지기도 한다. 이윽고 동봉의 정상이 바로 지호지간인 동봉쪽의 미미한 Saddle(6650’)에 닿는다. 오른쪽으로 계속 가면 본격적인 Saddle을 지나서 서봉에 오르게 되는데, 우리는 먼저 왼쪽으로 올라간다.
5.3마일의 거리가 되는 동봉 정상(7761’)은 그리 넓지도 좁지도 않은 다소 평평한 지형인데, 소나무들과 바위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어 다소 산만한 형국이다. 자리를 잡고 앉기 전에 정상의 동쪽 끝과 남쪽 끝으로 조금 더 다가가서 잠시 발아래로 펼쳐지는 전망을 즐기도록 하자. 동쪽은 San Gabriel River 의 North Fork 을 이루는 Bear Creek 이 흐르는 Mt. Islip 과 Crystal Lake 쪽이다. 남쪽은 Devil’s Canyon 을 거쳐 내려오는 West Fork 과 그 물을 담아두는 Cogswell Dam 이 있는 쪽이며, 지금 우리가 서있는 이곳이 San Gabriel 산맥의 가장 중심위치이며 가장 인적이 드문 곳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산에 임하여 혹, 체력과 시간에 여유가 있다면 서봉(7596’)에도 올라가 보자. 동봉의 정상에서 약 0.8마일의 거리가 되며, 약 30분 내외면 오를 수 있는데, 동봉에 오르는 등산인 중에 서봉에도 오르는 경우는 열에 하나를 밑도는 적은 수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인적이 거의 없어 전인미답의 원시림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등산로가 분명한 것은 아니나, 잘 살피면 희미하나마 발자취들을 찾을 수 있으며, 또 능선의 고점을 따라간다는 요령으로 올라가면, 서봉 정상을 찾아 가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서봉 정상의 큰 바위 위에 등정기록부가 비치되어 있는데, 오르는 이가 많지 않아서인지 1967년 부터의 서명을 볼 수 있다. 하산할 때에는 지름길을 생각지 말고, 올라온 자취를 따라 그대로 동쪽으로 되돌아 와서 동봉에 오르는 본 등산로를 만난 다음에 이 등산로를 따라 차분히 하산하는 것이 더욱 안전하겠다.
정진옥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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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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