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별 좌담회: 한인 2세들이 직접 말한다
▶ 재미 한인 2세 정체성 확립과 향후 과제
왼쪽부터 이상현, 박소연, 크리스찬 오 씨.
미국의 한인 2세대. 이민의 세월이 지나면서 1세대 품을 이미 떠났거나, 독립준비를 하는 2세들 마음속의 한국, 한인사회는 어떠한 모습일까. 그들은 1세대들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미국의 한인 커뮤니티의 존속의 위기가 논의되는 요즈음 2세대들은 한인의 정체성을 갖고 한인 커뮤니티를 이어갈 수 있을까? 본보는 각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인 2세들 좌담회를 열었다. 이들에게 1세대, 한인사회의 문제, 그리고 한국을 바라보는 솔직하고 직설적인 의견들을 들어보았다.
-2세대들이 1세대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오: 한인회나 한인단체 행사 준비에 많이 참여해 보고 직접 프로젝트 준비에 참여해 보면서 느낀 것 중의 가장 큰 게 언어문제다.
먼저 한인 1세대들이 가장 크게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영문으로 된 콘텐츠 제작이다.
한인사회, 한국정부가 광복절, 3.1절 등 주요 행사를 차세대들에 알리려 워싱턴 일원에서 개최하고 있지만 정작 영어로 제작된 소개문, 간행물들은 극히 적다. 한국어로 제작된 한인 관련 행사를 2세들은 접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국말을 모르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알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상당히 적어지고 결국 관심이 떠나게 된다.
일례로 2016년 열린 코러스 축제를 영어로 제작된 홍보물로 알렸더니, 한인뿐만 아니라 타민족들까지 1만7,000명이 몰리는 대성황을 이뤘다. 한인들에게 알리고, 타민족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행사가 된 것이다.
한인 2세들을 한인사회로 모이게 하려면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하는 것도 좋고, 카카오 톡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소통하는 것도 좋지만, 기본적인 소통을 위해서는 언어적 밑받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한국어를 고집하는 것이 정체성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2세들에게 한국보다
미국사회 이슈들이
더 중요한게 사실
▲이: 한인 1세대들이 연중 갖는 주요 행사들, 예를 들어 8.15 광복절, 6.25 전쟁기념, 추석맞이 가을행사 등 많은 행사들이 진행되지만, 2세들은 초청 못 받는다.
시의원이 돼서야 한인 커뮤니티 행사들에 초대돼 참석하게 됐지만, 여전히 다른 한인 2세대들은 이런 행사들을 모른다. 초청받은 적이 없으니까.
선거철만 되면 한인사회의 낮은 투표율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한인들이 투표하기 싫어서라기보다, 투표에 관한 정보들이 영어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인들이 기피한다는 의견과 판단이 지역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나온 적이 있다. 그래서 투표용지, 안내책자를 한국어로 제작하고 투표를 독려하는 일들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인사회가 지키는 문화, 정체성을 알리는 기념행사를 소개하고 계속 계승하기 위해서는 한인커뮤니티가 적극적으로 2세대들에 알려야 한다. 영문 이메일과, 편지, 초청장, 안내문 등으로 알려야 한다.
정체성 확립에는
역시 언어구사가
최대 관건이라 생각
-한인 정체성을 위해 한인사회 참여, 한국의 역사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하는가?
▲박: 조국인 한국에 대해서 들어보고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이야기 하면 역사를 배우기 위해, 정체성을 알기 위해 시간을 내서 교육을 받거나 행사에 참여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2세들에게는 사실 미국사회 이슈들이 더 중요하다.
주류사회 이슈들에 더 많은 노출이 된 상황이고, 오랜 기간 그것에 더 관심이 집중된 상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한국어로 안내된 행사 소개, 초청장을 받고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한국의 역사나 문화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한국어로 소통하더라도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범위가 작다는 것이다. 미국에서 태어나 부모님께 조차도 한국에 대한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자녀를 양육하시느라 바쁘셨기 때문이다.
만일 지금 와서 한국에 대해 배워야 하고 무료로 교육시켜주겠다고 한들 누가 참여하겠나. 그럴 의향은 없다.
▲오: 그간 1세대들은 이민사회에서 자녀들을 교육하면서 훌륭한 사람, 주류사회에 진출해야하고, 미국을 배우는 일, 영어를 습득하는 과정을 강조해 왔다. 우리 아버지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때 이민 온 나에게 한국어보다는 영어를 배우고, 미국인 친구를 더 많이 사귀고 어울리라는 요청을 하셨다.
늦었지만 당시 아버지의 그 요청만 없었더라도 나는 한국어를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원망도 된다. 지금 한인사회에 참여하려면 언어가 큰 문제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것이 큰 장벽이 된 것이다. 정체성을 갖는 것은 역시 언어구사 여부가 최대 관건이라는 생각을 한다. 이러한 의견은 나뿐만 아니라 많은 2세 친구들이 경험했거나 갖고 있는 의견이다.
▲이: 한국을 배우고, 정체성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관심도 많다. 세대 간 교육 과정이 문제라는 지적도 있지만 1세대들은 그간 자녀들을 교육하기 위해 헌신하고 희생한 세대들이다. 2세는 분명히 이들에게 지원을 받고 자라왔고, 지금도 1세대들의 돌봄과 지원을 받고 있다. 2세가 이러한 희생에 자신의 진실한 마음과 심장으로 정체성을 지키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키워주고 보살펴 주신 부모님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인으로서 바르게 자라기를 바라는 1세대들이 기대하는 것도 다 같은 마음이라고 하겠다.
다만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언어와 문화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채널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라는 생각을 한다.
본보가 마련한 한인 2세 정체성 좌담회 참석자들. 왼쪽부터 박소연 전 프린스윌리엄 카운티 공립학교 교사, 크리스찬 오 IT 테크니컬 트레이너, 이상현 페어팩스 시티 시의원.
한류 맛본 전세계가
한국을 보고있어
자신감 갖고
목소리 내야한다
-한인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방법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오: 요즘 외국인들도 한국어를 배운다. 미주에서 개최되는 많은 한국 가수들의 공연, 드라마를 이해하기 위해서이다. 유명가수 공연에는 해마다 외국인 비율이 늘어가는 추세이다. 한류로 인해 한인 2세들도 한국어를 배워야겠다는 부담감, 동기들이 충분히 자극받고 있는 상황이다.
1세대들이 2세들 입장에서 이해하고 소통해 달라고 말하고 싶다.
행사와 축제 등 미주에서 한국을 알리는 자리는 더 이상 한인만의 것이 아니다. 모든 인종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개방해야한다. 축제, 잔치를 싫어하는 민족이 어디 있겠나. 한인 2세들도 마찬가지다. 즐거운 자리, 모두가 참석해 나누는 주요 화두들이 한류, 한국적인 것이라면 당연히 한인이라는 자부심도 갖게 되고, 한국어를 말하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될 것이다.
이제 한인사회도 세대, 인종을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디자인’이 필요하다.
요즘은 스마트폰을 이용해서도 한국 문화를 좀 더 쉽게 접할 수 있다. 단순히 미디어를 접하는 것 외, 한국어를 모르면 최소한 웹페이지 통역 프로그램을 통해서라도 완벽히는 아니지만, 의미 정도는 파악할 수 있다. 디지털 통역환경이 잘 돼있기 때문에 이런 좋은 방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됐다.
LA에 방문했을 때 지역 한인 커뮤니티센터를 통해 1세들이 영어교육을 쉽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보고 부러움을 느꼈던 생각이 난다. 정체성을 전수하는데, 양 세대가 서로를 배우기를 바란다. IT 기술 환경으로 서로를 배우는 일은 더 쉽게 진행될 수 있다.
세대를 뛰어넘는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채널디자인’ 필요
서로를 배워야 해
▲이: 한인 이민사회 초기, 교회는 한인들이 모이고 정체성, 고유문화를 나누는 교류의 장이었다고 볼 수 있다.
교회에서 자라난 차세대 한인들도 상당수 된다. 여전히 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 문제도 있지만 교회에서 열리는 행사들과 한글교육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2세들에게는 1세들을 쉽게 만나고 교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교회에 가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간 교회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문화를 교육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진행돼왔다. 2세들이 친근하게, 또 신앙으로 1세들에 다가가고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교회라고 하겠다. 2세들에 더 많은 교류의 장을, 정체성을 찾는 일에 교회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한인사회 참여 문제, 한국어가 가장 걸림돌”
-한국인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는가?
▲이: 주류사회에서는 ‘소수계 이민자 대표 모델’로 한인들이 손꼽힌다. 용기 있게 미국을 찾아, 맨손으로 가정을 일구고 사업을 일군 부지런하고 성실한 민족이라는 이름표. 미국 사회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이민자란 수식어는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러운 나의 자부심이다.
이것을 지켜나가기 위해 정치인이 됐고, 분명한 목적으로 미 주류사회에 목소리를 낼 것이다.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아쉬운 것은 이러한 명성에도 한인들은 정작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를 두려워 한다는 것이다. 한인 커뮤니티보다 작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타 커뮤니티들도 자신들의 의견과 요구를 내는데 적극적이다. 그래서 연방의원들이 선출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한인사회가 적극적인 정계진출을 위해 투표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오: 요즘은 유명한 레스토랑에 가도 ‘고추장’이 있다. 우리 어머니 나이는 80이신데, BTS 광팬이시다. TV 채널을 돌리면 방탄소년단(BTS)이 공연을 하고 있고, 각 정치인들도 ‘안녕하세요’라는 말로 한인커뮤니티와 소통하기를 원한다.
레스토랑에서는 한국 아이돌 가수들의 뮤직 비디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 세계에 한국문화의 우수성이 입증됐다.
넘치는 미디어 세상에서 한류를 접하게 되면 너무 자랑스럽다. 한국 문화, 역사, 음식까지 ‘세계적’인 것이 돼가고 있다. 워싱턴에서도 나의 조국 문화가 높아지는 것이 자랑스럽다.
바라는 것은 코리안-아메리칸, 우리 2세들이 소수계 이민자라는 옷을 너무 의식하는 것이다.
한류 맛을 본 전 세계가 한국을 보고 있다. 조용할 필요 없다.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하지 않겠나.
▲박: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 한류를 아는 학생들이 한국에 대해 먼저 묻는다. 교사로서가 아닌 한국인으로서 이들에게 가르쳐주고 답해줄 때 자부심을 느꼈다. 지난 50년간 큰 경제성장을 이룬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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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진행 이창열 기자·정리 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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