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언 킹에 “하쿠나 마타나! “가 있다면 2013년 개봉된 일본 애니메션, ‘늑대아이’에는 “선물이 세~개 문어 세마리”가 있다. 자라나는 늑대 아이들이 격분하거나 흥분하면 그들의 야수성이 되살아나 늑대로 바뀌는데 그걸 막기 위한 주문이다. 둘다 공전의 히트를 친 애니메이션으로, 내용과 명대사에서 사뭇 다른 점을 꼽는다면, 하쿠나 마타나가 긍정과 반복된 암시를 배경으로 서구적으로 안착된 아프리카의 정서라면 “선물이 세~ 개 문어 세마리”는 어딘가 선문답 같은 은유와 절제가, 그러면서도 영문 모를 귀여움을 담고있고 주술적이다.
영화는 이렇게 시작된다. 심지 않았지만 자연에 의해 뿌려지고 자란, 그런 <꽃>이란 이름을 갖고 있는 소녀, 하나가 자라 대학에 가게 되고 놀랍게도 늑대 아이로 길러진 한 남자와 정말로 종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 그들은 곧 두 아이를 연년생으로 낳고 살아가는데, 한 아이는 여자 아이로 눈이 오는 날에 태어났다고 하여 눈[雪], 유키라하고 다른 아이는 사내 아이로서 비가 오는 날에 낳았다고 하여 비[雨], 아메라 이름하여 네 가족은 다정하게 살아간다.
그런데 어느날 가족의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늑대로 변해 우동에 넣을 꿩을 찾아 산을 헤매던 남편은 불행히도 사냥 중에 죽게 되고, 도시의 하천으로 떠내려 온다. 포대 자루에 담겨진 채 청소차에 실려지는 그 장면을 보게된 하나는 울음 속에 그들의 운명적 헤어짐을 받아들이고 꿋꿋하게 아이들을 데리고 시골로 가서 감자농사를 지으며 살아간다. 문제는 아이들이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버지의 유전자도 갖고 있어, 격분하거나 흥분상태가 되면 늑대의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점차 아이들이 자라면서 학교에 들어갈 나이가 되면서 아이들의 엄마인 하나가 늑대로 변하는 걸 막기위한 영험한 주문을 가르쳐 주는데 그것이 바로 그 유명한 ‘선물이 세~ 개 , 문어 세 마리였다’
한편 누나, 유키는 학교생활에 적응도 잘 하는 것과는 달리 남동생인, 아메는 신통한 주문에도 불구하고 적응엔 그리 성공적이지 못하다. 어느 비오는 밤, 신열에 들떠 아픈 아이를 들쳐 업고 정신없이 내려간 마을 앞, 소아과와 동물 병원을 사이에 두고 혼자 고민하는, 그 눈물겨운 모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겪은 과정이 어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그래도 눈이 오는 날의 아버지 없이 꿋꿋하게 살아가는 세 가족의 모습과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 등, 일상의 모습은 귀엽고 동시에 너무 안타까워 마음이 저려온다. 애니메이션, 그 특유의 감성으로 눈물겨운 가족애를 미적으로 잘 표현해 줌은 물론 너무 아름다워 슬픈, 비애미가 사실상 영화의 압권이니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토막지어 보시길 강력 추천하고 싶다.
한편, 세월은 흘러 누이, 유키는 인간세상에 적응을 해 기숙사가 있는 중학교로 떠나고 동생 아메는 늑대의 본성을 찾아 숲으로 간다. 그런데 엄마 하나는 미래를 강요하지 않고 그들의 선택을 눈물 속에서 받아들인다. 산골짜기 아들 아메의 늑대 울음을 들으며 딸 없이 보내는 산골살이를 하는 하나의 삶은 옷깃을 여밀만큼 숭고하고 금방이라도 안아주고 싶은 만큼 애처롭게 처리되어 있다.
종을 뛰어 넘는 사랑이라는 참으로 이치가 닿지 않는 이야기 같지만 워낙 에니메이션이라는 동화적 구조아래 미적으로 처리되어 그 논리성을 따지는게 불필요하게 느껴지겠끔 잘 짜여져 있다는 것도 꼭 말하고 싶다. 전체적으로 서정적이고 따뜻하며 슬프고 유려하여 지치도록 시리고 시리도록 아름답다. 특히 숲으로 간 아메의 늑대 울음을 들으며 하루하루를 산골에서 살아가는 엄마의 독백은 처연하다. 너희들을 키우며 지난 세월은 차라리 꿈을 꾸는 것과 같이 나는 행복했단다….. 거기에 죽은 남편이 꿈처럼 꽃밭에 나타나 아이들의 선택에 잘한 일이라 하며 하나를 안아줄 때는 만개한 꽃을 배경으로 역시 나무랄 수 없이 순연한 감동이었다.
이젠 우리 얘기다. 저마다 바쁜 삶속에 자기를 다스리는 영험한 부적처럼 혹 습관처럼 되뇌이는 주문이 있을지 모르겠다. 그것이 촛불을 배경으로 헤아려 세어 내려가는 카운트 다운이 되었든 종교적 배경의 성호 긋기가 되었든 혹 스스로를 다짐하는 우리 엄마의 ‘믿습니다!’ 이든 먼지를 가라앉히고 진정의 효과를 내는 그 무엇을 각자 저마다의 구절로 다스리며 사는 것이 또 우리들 삶일지 모른다. 야수성을 들어내어 걸쭉한 욕지거리라도 생각나는 날 효험이야 어쨋든 우리도 한번 동화처럼 세 번만 재잘거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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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혜 부동산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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