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카운티에서 한인 경찰 부국장이 탄생했다. 9월 29일부터 경찰 아카데미, 행정, 테크놀러지와 자원 운영, 그리고 언론 담당 총책임자가 된다. 본인에게도 큰 명예이지만 한인 사회에도 경사이다.
페어팩스는 주민 수 115만 정도로 버지니아 주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카운티이다. 주민들의 평균 학력이나 소득 또한 미국 전체에서 최상급이다. 연방 정부 공무원들과 관련 직종 근무 주민들이 많은 곳으로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하다. 이에 그동안 백인 남자들이 주도해 왔던 경찰 최고위급 직책에 한인 이민자 출신이 진출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나는 오래 전 부터 페어팩스 카운티 경찰국에 소수계 경찰이 많아야 된다고 믿어 왔다. 그리고 미국 시민권 여부가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변호사들에게도 요구되지 않는 시민권이 왜 경찰에게 필요하냐고 항변해 왔다. 시민권이 없어도 민중의 지팡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2000년경부터 당시 토마스 맨저 경찰국장, 경찰국 인사 담당자들과 그 부분에 대해 논의 했었다. 당시 주 법에 시민권이 필요하게끔 되어 있어 방법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래서 아직 시민권 신청 자격이 없는 지망자들에게 시민권을 신청할 수 있게 될 때 바로 신청하는 것을 전제로 경찰 채용이 가능하도록 법 개정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주문했었다. 경찰국장도 그 부분에 동의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러다가 9.11 테러 사건이 터졌다. 그리고 이민자들을 보는 눈초리가 싸늘하게 변하자 경찰 고용법과 관련된 논의도 같이 얼어붙었다.
그 후 그 이슈에 대해 논의를 재개한 것은 10년도 더 지나서였다. 2012-13년 경 에드윈 로슬러 현 경찰국장이 부국장으로 있었을 때였다. 로슬러 부국장은 카운티 내 경찰 가운데 소수계 출신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나의 인식과 뜻을 같이했다. 그는 나에게 그동안 경찰국이 나름대로 노력해 온 바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양해와 조언을 같이 구했다. 시민권 필요 여부에 대해서는 카운티 경찰국이 최대한으로 융통성을 발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당시 전임 경찰국장이 카운티 부행정관으로 승진되어 경찰국장 자리는 대행체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그런데 대행 역을 맡고 있었던 사람이 타 지역의 경찰 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래서 새 국장 대행이 임명되어야 했다. 어느 날 로슬러 부국장과 나는 교육위원회 회의실에서 경찰 고용에 관한 여러가지 이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런데 로슬러 부국장이 핸드폰에 들어온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나에게 내용을 알려 주었다. 카운티 수퍼바이저 위원회가 자기를 국장 대행으로 임명했다는 것이었다. 그게 2013년 3월 9일이었다. 그 때 기뻐하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난다. 6개월 후 그는 결국 대행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정식 경찰국장으로 임명되었다.
그가 경찰국장이 된 후 맨 처음으로 한 일들 중 하나가 다인종 카운슬 (Diversity Council) 구성이었다. 지역 사회의 여러 소수계 인사들이 중심 되어 구성된 이 기구는 소수계 출신 경찰 고용 증대에 대한 정보 제공과 대책 마련 논의를 가져 왔다. 나도 이 기구의 일원으로 가능한 자주 모임에 참석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왔다. 나는 경찰국이 이미 다양한 노력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종종 일부러라도 주문했다. 그리고 좋은 방법 중 하나가 능력을 갖춘 소수계 경찰들의 승진 기회 제공이라고 주장해왔다. 소수계의 승진을 보면서 꿈과 희망을 갖고 새롭게 경찰에 투신하는 소수계 지원자들도 증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곤 했다.
물론 나의 그러한 주장 때문에 이 번에 건 리(Gun Lee)부국장이 승진했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충분히 승진할 자격과 능력을 갖춘 훌륭한 경찰 지도자이다. 그의 승진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한다. 앞으로도 계속 경찰 고위 간부직에 도전하는 소수계 출신 경찰 후배들에게 좋은 롤 모델이 되어 주기를 부탁한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경찰국장을 비롯 더욱 중요한 역할도 담당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로슬러 경찰국장에도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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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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