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RI 유도 방사선치료, 움직이는 복부장기 종양에 유용…췌장암 2년 생존율 70% 웃돌아
▶ ‘방사선수술’ 초기 폐암환자 90%서 종양제어… 심장·뇌질환 동반자·고령에 적합
서울대병원 방사선 수석기사가 4일 자기공명영상(MRI) 유도 방사선치료를 받고 있는 유방암 환자의 종양 부위(빨간색선 안)와 치료 범위(녹색선 안)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호흡과정에서 유방이 움직이더라도 방사선이 MRI상의 녹색선 밖으로 조사되지 않도록 제어된다.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최근 초기 폐암·췌장암 등 난치성 암에 대한 방사선치료가 주목을 끌고 있다. 자기공명영상(MRI) 유도 방사선치료기 등 치료 장비와 관련 기술의 발전으로 정확도는 높이고 정상 조직을 손상시키는 부작용을 줄여서다.
미국·네덜란드 병원들은 췌장암에 MRI 유도 방사선치료를 한 결과 90% 가까운 2년 국소제어율(종양이 그 자리에서 자라지 않음)과 70%를 웃도는 2년 생존율을 보였다는 임상결과를 지난해 발표하기도 했다. 기존 방사선치료의 2배를 넘는 성적이다.
◇서울대병원, 3년 전부터 MRI 유도 방사선치료=요즘 방사선 치료는 종양의 표면용적·모양에 맞춰 방사선을 조사한다. 이를 위해 X선·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활용해왔는데 두경부·흉부·골반부 등에 생긴 종양의 위치를 확인하는 데 유용했다. 하지만 조영제를 쓰지 않고 복부의 췌장·간·위·전립선 등을 CT 촬영하면 서로 다른 장기를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이들 장기는 호흡·소화 과정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크기가 달라지기도 한다. 기존 장비는 대부분 방사선치료 중에는 종양 표면용적의 위치·모양 변화를 확인해 치료에 적용할 수 없다. MRI는 방사선 대신 인체에 무해한 자기장을 이용한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복부 장기들을 비교적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MRI 유도 방사선치료가 확산되고 있다. 종양부위 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면서 방사선치료를 할 수 있고, 정상적인 주변 장기가 손상되는 것을 줄일 수 있어 기존 치료보다 높은 방사선량을 조사해 적은 회수로 치료를 끝낼 수 있다.
서울대병원이 4년 전 세계 네번째로 도입해 이듬해부터 치료에 쓰기 시작했고 몇몇 대형병원들도 장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유방암 환자를 수술한 뒤 방사선치료를 하거나 전립선암·간암 등을 방사선치료할 때도 유용하다.
지의규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하루에도 크기 변화가 심한 위·방광, 위·십이지장과의 거리가 변화하는 췌장 등에 생긴 종양을 MRI 유도 방사선치료할 경우 식이·배뇨조절 후에도 차이가 있는 부분에 대해 변화된 용적·위치에 최적화된 치료를 바로 제공할 수 있다”며 “과거에는 치료 중 환자의 복부 영상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지 못하는 3차원 CT를 반복 촬영해 변화를 예측했는데 실제와 차이가 있어 방사선량을 낮추거나 치료범위를 넓혀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방사선치료는 정확도가 떨어져 방사선 조사 범위가 넓어지고 췌장암의 경우 주변의 위·십이지장이 손상을 입을 수 있어 방사선량을 낮추게 된다. 그러다 보니 30회 정도 방사선치료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반면 MRI 유도 방사선치료는 이보다 방사선량을 60%가량 높일 수 있고 1~6회만 치료하면 되는 경우도 많다.
다만 MRI 유도 방사선치료도 만능은 아니다. 췌장암의 경우 종양이 크거나 위·십이지장과 인접해 있어 암세포가 이들 장기를 파먹고 들어간 경우(국소침윤), 암이 여기저기 퍼진 다발성이어서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어 항암제가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방사선치료는 종양이 혈관에 붙어 있어서 수술로 깨끗하게 잘라내기는 어려우나 인접 장기를 침윤하지 않은 경우에 적합하다.
◇방사선수술, 초기 폐암 3~4회 치료로 OK=종양 직경이 3㎝ 이하인 초기 폐암 등을 방사선으로 정밀치료하는 ‘방사선수술’도 활용도가 커지고 있다. 정위(正位)방사선치료인데 수술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방사선수술이라고도 한다. 앞에서 예로 든 췌장암에 대한 MRI 유도 방사선치료도 정위방사선치료의 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다.
김학재 서울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방사선수술을 받은 초기 폐암 환자 10명 중 9명은 종양이 제어될 정도로 큰 효과를 보고 있다”며 “방사선수술은 대개 치료 대상이 되는 종양 크기가 작아서 치료로 인해 손상되는 정상 조직이 많지 않기 때문에 합병증 발생 위험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젊어서부터 담배를 피워 심장과 폐 기능이 좋지 않은 70대 초기 폐암 환자 A씨. 수술을 할 수 없으니 방사선치료를 받아보라는 이야기를 듣고 절망감에 빠졌다. ‘수술을 받아야 완치될 수 있는데 수술이 어려우니까 방사선치료라도 받아보라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A씨는 방사선수술을 잘 끝내고 아무런 문제 없이 정기적으로 내원해 경과관찰을 받고 있다.
조기 진단된 폐암의 표준적 치료방법은 수술이다. 폐암이 발생한 폐엽과 전이 가능성이 있는 주변 림프절을 깨끗이 제거하면 완치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A씨처럼 조기 진단된 폐암이라도 폐기능이 좋지 않고 심장·뇌질환 등 동반 질환이 있거나 고령이어서 수술을 하기 어려운 환자도 적지 않다.
김 교수는 “방사선수술은 폐암의 경우 일반적 방사선치료보다 7~8배 많은 양의 방사선을 3~4회 정도 조사해 치료를 끝낼 수 있다”며 “최근 초기 폐암, 다른 장기의 암이 폐에 전이된 환자들에게 적용하거나 척추·간에 생긴 종양 등으로 치료범위가 넓어지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모든 경우에 방사선수술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며 “폐암의 위치와 종양 크기, 폐 기저질환 유무 등을 세심히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경험 많은 방사선종양학과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한 뒤 치료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한 암환자가 서울대병원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유도 방사선치료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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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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