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우즈가 골프 황제로 화려하게 부활했다. 우즈는 지난 23일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등극했다. 기나긴 허리부상과 슬럼프를 딛고 우승을 차지하며 황제의 부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드디어 ‘붉은 셔츠’의 마법도 풀린 셈이다.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우즈는 5년만의 챔피언 퍼트였던 18번 홀 파 퍼트를 성공한 후에 두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실로 오랜만에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경기 내내 그를 따르던 구름관중들도 부상을 딛고 우승한 황제의 귀환에 우렁차게 환호했다.
우즈는 2013년 8월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 1개월(1,876일) 만의 우승으로 PGA 통산 80승(메이저대회 14승 포함)째의 위업도 쌓았다. 우승 상금 162만 달러와 함께 페덱스 컵 2위 상금 300만 달러도 획득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귀환이란 평가와 더불어 앞으로 대기록 장정에도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니클라우스의 메이저대회 최다승 18승까지는 4번의 우승, 샘 스니드의 PGA 최다 82승까지는 2승만 남았기 때문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화려한 부활은 몇 년 전까지의 위상을 되돌아보면 정말 놀라운 반전이다. 세 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한 우즈는 주니어 아마추어 대회를 3년 연속 우승했다. 1996년 프로로 데뷔한 후 그해 PGA 투어 신인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다. 이듬해 21살 때 마스터스에서 최연소로 첫 메이저 우승을 거뒀다. 두 달 후 세계랭킹 1위에 올랐다. 2000년 디 오픈 우승과 함께 그랜드 슬램도 완성했다.
하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불륜 스캔들로 결혼생활은 파경을 맞았다. 허리 부상 이후 길고도 깊은 슬럼프도 겪었다. 2014년부터 수술대에 올랐으나 부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따금 출전한 대회에서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4번째 허리 수술 이후에는 자택 인근에서 무언가에 취한 상태로 운전을 하다 경찰에 체포된 적도 있다. 초점 없이 반쯤 풀린 눈과 덥수룩한 수염, 부스스한 머리까지 당시 우즈의 모습은 ‘골프 황제의 몰락’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골프전문가들은 ‘골프천재’ 우즈의 종말을 예견하기도 했다. 그 누구도 화려한 부활은 상상조차 하지 않던 시절이다. 그사이 무려 683주간 1위였던 세계랭킹은 1,000위 밖으로 속절없이 떨어졌다.
하지만 우즈는 포기하지 않았다. 네 번째 허리 수술 이후에 자신의 몸 상태를 낙관하며 재활훈련과 혹독한 운동으로 재기에 매진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 히어로 월드 챌린지에서 10개월 만의 복귀전을 치렀다. 그동안 복귀전에서의 실망스런 모습과는 달랐다. 8언더파로 공동 9위로 부활의 발판을 마련했다.
올해 1월 본격적으로 PGA 투어에 복귀하면서부터 그의 경기력은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골프 황제의 부활’을 예고하는 신호탄을 쐈다, 그는 롱 아이언을 자유자재로 다루던 옛 모습을 되찾았다. 전매특허인 낮은 탄도로 총알처럼 날아가는 샷은 예전 그대로였다. 한때 거푸 뒤땅을 때리던 쇼트게임도 예리함을 회복했다. 퍼트의 정교함 역시 돌아왔다. 걷는 것조차 힘들다던 몸 상태는 완벽하게 재건됐다.
올해 PGA 투어에서 탑 10에 5차례 들었다, 메이저대회인 PGA 선수권대회 준우승을 포함 2위에도 2차례나 올랐다. 1,000위 밖으로 떨어졌던 세계 랭킹도 20위 전후로 급상승 했다. 마침내 한 해를 결산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선수 30명이 겨루는 투어 챔피언십에서는 당당히 우승을 차지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우즈는 자신의 천재적인 재능에 더해 뼈를 깎는 노력으로 완벽한 부활에 성공한 셈이다. 가장 깊은 수렁에 빠졌었지만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선 우즈의 모습에서 많은 사람들이 인간승리의 감동을 진하게 느낄 수 있었다.
1975년생인 우즈는 올해 마흔 셋이다. 골프선수 생애를 계절에 견주면 늦가을이나 초겨울쯤을 지나고 있을 시기다. 그래서인지 유독 중년남성들이 돌아온 골프 황제 우즈의 화려한 부활에 더욱 감동하며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다. 인생의 봄을 훌쩍 넘긴 중년남자들은 삶에서 ‘재기’, ‘부활’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 라이더스컵에서 6년 만에 선수로 출전하는 ‘돌아온 골프 황제’의 활약상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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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창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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