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태 지반공학박사 워싱턴주 환경부 엔지니어
“건축업자가 집을 지었는데 그 집이 무너져 집주인이 죽음을 당하면 그 건축업자는 사형에 처한다. 그 집의 아들이 죽었으면 그 건축업자의 아들을 죽인다. 그 집의 노예가 죽었으면 건축업자가 노예로써 갚아야 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원칙으로 잘 알려진 <함무라비 법전>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소 야만적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이미 3,700여 년 전에 날림공사에 대한 엄정한 경고를 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공과대 재학시절, ‘공학윤리(Engineering Ethics)’에 대해 배울 기회가 있었다. 공학윤리는 말 그대로 엔지니어가 준수해야 할 직업윤리이다. 각 분야마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직업윤리가 있지만, 공공의 안전과 밀접하게 관련된 공학인의 윤리는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인의 윤리 이상으로 중요하다.
의대생들은 졸업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통해 양심적인 의료인으로 살아갈 것을 서약한다. 무엇보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의사의 윤리의식이다. 의사의 과실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한명의 환자가 죽을 수 있다. 반면 엔지니어의 실수나 비윤리적 행동은 그 이상의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보다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엔지니어링 분야는 특히 공공의 안전과 관련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엔지니어가 반드시 지켜야 할 공학윤리를 망각할 때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는 너무도 많다.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억되는 체르노빌 원전사고나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사고, 콩코드 여객기 추락사고 등은 모두 막을 수 있었던 인재(人災)였다. 한국의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역시 부실설계와 부실시공, 부실관리로 인한 대표적 참사이다.
장기적 안전보다 당장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비윤리적 행동이 얼마나 큰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지 우리는 이미 수많은 사례를 통해 배워왔다.
지난주 경기도 화성의 한 신축 공사장에서 옹벽이 무너져, 작업하던 근로자들 중 3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허가 당시 1m 높이로 설계된 낮은 옹벽을 4m 높이까지 쌓아 올렸다고 한다. 설계변경에 대한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공을 했다고 하니 명백한 불법시공이다. 그렇게 쌓아 올린 콘크리트 블럭 옹벽은 완공된 지 단 하루 만에 무너져 버렸다.
옹벽(Retaining wall)은 경사진 곳을 깎거나 흙을 쌓을 때 생기는 비탈면을 보호하기 위해 만드는 지반구조물이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 블럭 옹벽은 경사면을 만들어 쌓고, 필요한 경우 안전율을 높이기 위해 보강제를 사용한다.
사고가 난 화성 현장은 보강제는커녕, 옹벽 또한 수직으로 쌓았다고 한다. 부지를 넓히기 위해 옹벽을 가파르게 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태로 당초 허가된 높이의 4배를 쌓았으니, 높은 토압을 버티지 못한 옹벽이 무너져 버린 것이다.
최근 들어 한국에서 공사장 주변 붕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가산동 오피스텔 흙막이 붕괴와 상도동 유치원 붕괴사고에 이어 연속 3주째 지반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연이은 사고 소식을 접하며 특히 안타까운 점은 이번에도 역시나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라는 사실이다.
붕괴에 취약한 지반을 제대로 보강하지 않고 공사를 강행하면 지반은 언제라도 붕괴될 수 있다. 여기에 비까지 내린다면 지반은 더욱 약해지므로, 엔지니어는 설계 및 시공 시 항상 안전율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충분한 안전율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엔지니어 공학윤리이다.
한국의 건설기술력은 이미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수준이다. 잇단 사고의 원인은 기술력 부족에 있지 않다. 눈앞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업계의 오랜 관행과 엔지니어의 비양심적 행동, 그리고 행정기관의 안일한 대처 등 총체적으로 잘못된 사회 시스템이 문제이다. 큰 틀에서 볼 때, 엔지니어의 공학윤리가 철저하게 지켜졌다면 발생되지 않았을 사고들이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공사장 붕괴사고, 언제까지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처할 것인가.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들어진 엔지니어 공학윤리, 다시 한번 심각하게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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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태 지반공학박사 워싱턴주 환경부 엔지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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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태형이다 ᄒ ᄒ ^&^ 멋있고 잘 생겼다 ᄏ 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