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스 리 스탠포드대학교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리서치 매니저
평양에서 다시 만나자는 지난 4월 판문점의 약속이 실현되었다. 정상회담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감 탓인지 김정은 위원장과의 3번째 만남을 위해 평양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5주간의 내림세를 멈추고 다시 50%대를 회복했지만 남북관계 개선과 북한 비핵화 진전이라는 힘든 미션을 감당해야 하는 그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졌다.
앞서 청와대가 밝힌 것처럼 이번 회담의 키워드는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그리고 ‘전쟁위협 종식’이다. 특히 교착상태에 빠진 북미관계의 물꼬를 트고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이뤄낼 수 있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이다.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는 북미 비핵화협상과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안에는 남북경협 재개가 큰 축을 이루고 있는데 200여명으로 구성된 방북대표단에 삼성, SK, LG, 현대 등 국내 4대 기업 총수들을 비롯한 경제인들이 대거 포함되어 있어 문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경제구상’ 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국제적 여건이 만만치 않다. 남북경협의 비전을 실현하기위해서는 대북 경제제재 해제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비핵화 협상의 진전 없이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나 해제를 이끌어내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미국은 마치 타이밍을 맞춰 남북에 경고라도 하듯이 정상회담 하루 전 대북제재 이행과 집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긴급 소집했다.
이번 평양회담에 거는 국내외의 기대만큼이나 우려도 적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과 북미관계 개선, 경제협력과 비핵화는 밀접하게 연계되어 선순환 되어야 할 문제인데, 조급한 문 정부가 미국과 충분한 조율과 합의 없이 남북경협 등에 과속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이다.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교착국면에 빠진 트럼프 정부로서는 이번 회담을 여전한 의구심과 불편함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다.
동맹국인 한국이 북미 사이에서 ‘중재자’라는 제 3자의 역할을 자처하는 태도나, 남북관계 개선에 지나치게 치중하여 오히려 북한의 입장에서 미국을 압박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미국 내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3차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간동아’가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에서는 남북관계 개선에 “한미동맹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64%를 넘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진도를 내야한다”는 의견(30.7%)을 두배 이상 넘어섰다. 남북관계의 진전에 있어 한미동맹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다.
이처럼 국내외 전문가들과 국민들까지 남북관계 속도조절을 주문하고 나섰다. 비핵화의 진전 속도보다 남북관계 개선이 더 앞서 나가면서도 북미관계 개선과 선순환되지 않는 엇박자가 계속될 때 한미동맹의 균열은 불가피하다.
남북과 한미가 모두 만족할 만한 회담의 성과는 무엇일까?
이미 30%대로 지지율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 비핵화는 11월 중간선거 이전 마지막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전통적으로 백악관이 불리한 중간선거 이전에 2차 북미정상회담을 열고 북한 비핵화에 의미있는 진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면 트럼프에게는 강력한 신의 한수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이러한 트럼프의 의중을 잘 읽는다면 이번 평양회담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을 닦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런 비핵화 성과없이 또 한번의 정상회담을 덜컥 수락하기엔 위험부담이 큰 트럼프의 입장을 북한이 헤아린다면 비핵화 진전에 한발 더 성의를 보여야 한다. 문 정부가 남북경협의 조건으로 그동안 비핵화는 미국과 직접 협상할 일이라며 피해온 북한의 비핵화 발걸음을 재촉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문 대통령은 어쩌면 ‘미션 임파서블’을 안고 평양을 방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한미동맹의 조율과 합의 없이는 남북 간의 어떠한 약속도 어차피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운 한반도의 현실이다. 문 대통령의 마음이 급하겠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격언처럼 좀 더 차분하게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의 선순환 고리를 만드는 것에 의미를 둔다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단단한 기반을 세우는 성공적인 회담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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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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