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모임 갖는 것도 힘드네?”
지난달 22일 LA 한인타운 JJ 그랜드 호텔에서 열릴 예정이던 남가주 한인경제단체협의회(이하 경단협) 모임이 전격 취소되는 해프닝이 있었다.
경단협을 주도하는 한인상공회의소(이하 상의)가 경단협에 소속된 14개 한인 경제단체에 이날 미팅에 참석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지만 모임에 관계자를 파견한 단체는 상의와 한인보험재정전문인협회, 한인 뷰티서플라이협회 세곳 뿐이었다.
알고 보니 5개 단체가 이날 모임에 참석하겠다고 상의에 통보했지만 그 중 3개 단체는 관계자가 모임 당일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는 이유를 대고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지난 1년간 미팅조차 갖지 않던 경제단체장들이 모처럼 만나 얼굴을 맞대고 한인사회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하려던 계획이 성원 미달로 물거품이 된 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때 경단협은 분기별로 한 차례씩, 연간 4회 이상 만남을 갖고 20여명의 각 업종별 경제단체장이 참여해 각 단체의 현안과 한인사회 발전 방향을 논의하던 의미 있는 조직이었다. 그런 조직이 지금은 있으나 마나 한 조직으로 전락해 버렸으니 참으로 안타깝다.
경단협에 소속된 한 경제단체장은 “어느 순간부터 경단협은 단체장들이 만나서 밥만 먹고 헤어지는 자리가 되어 이제는 별로 모임에 참석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며 “이대로 가면 경단협은 간판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단체장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단협에 참여하는 경제단체장들이 모임을 의미 있게 만들려고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물론 경단협을 이끄는 상의가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측면도 있다. 그러나 상의만 탓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경단협 미팅에 참석해 “커뮤니티나 소속단체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고 건의하지는 않고, 밥만 먹고 헤어지는 행동을 반복한 타 경제단체장들도 똑같은 책임이 있는 것이다.
지난 몇달 간 한인타운 내 노숙자 임시셸터 건립 문제로 한인사회가 시끄러울 때 경단협은 커뮤니티 이익을 위해 통일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 오랫동안 만남조차 갖지 못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LA 한인 경제계는 아직도 긴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해마다 근로자 최저임금과 종업원 상해보험료가 상승해 비즈니스들의 비용 부담은 계속 늘어난다. 툭하면 제기되는 노동법 관련 소송과 정부당국의 노동법 위반 단속은 업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많은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상점을 외면하고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온라인 샤핑에 몰두한다.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트럼프 행정부의 세제개편안 때문에 내년 세금보고 시즌을 앞두고 업주들을 비롯한 납세자들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는 아파트 렌트비 때문에 서민들은 “소비할 돈이 없다”고 울상을 짓는다. 이런 여러 문제점들이 커뮤니티 경제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데 경단협은 해결책 모색에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경제단체든, 사회단체든 봉사단체를 만들었으면 회원들의 권익 옹호와 커뮤니티 발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특히 단체장 직을 맡고 있으면 모범을 보여야 하기에 어깨는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단체장은 강한 추진력과 경영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 또한 꼼꼼한 정보관리 능력과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갖춰야 한다.
경단협은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의 연합체이다. ‘만나도 하는 일 없고, 이제는 만나지도 않는 조직’이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무언가 거창한 것을 바라는 마음에서 하는 말이 아니다. 고용주나 직장인을 위한 세법 또는 은퇴준비 세미나도 괜찮고, 업주 또는 근로자에게 도움이 될 노동법 세미나도 좋다. 경단협 이름으로 가정형편이 어려운 우수학생들을 선발해 장학금을 지급하는 활동도 박수를 받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다. 오랫동안 거의 한 일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면 지금이라도 소속 단체장들이 생각을 바꾸면 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다음번 경단협 모임에서 “이젠 뭔가 합시다”라는 목소리가 나오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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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훈 부국장·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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