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터뷰, 골프 파이오니어 현준선 프로
▶ PGA클래스 A멤버 입성 ‘한인프로 골퍼 1호’
미주 한인 최초의 PGA 멤버 등 최초와 최고라는 수많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현준선 프로가 자신의 반세기 골프 인생을 회고하고 있다.
최초라는 수식어보다 최고라는 말이 더 어울릴 법한 올해 83세의 현준선 PGA프로. 몇 년전 건강을 이유로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내려놨지만 여전히 골프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그의 눈에서는 레이저 빛이 나올 정도로 50년 동안 함께한 골프에 대한 그의 열정은 대단한 힘이 느껴진다. 미주 한인 최초의 PGA 멤버 등 최초와 최고라는 수많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현 프로는 반세기 골프라는 한우물만 팠지만 이력서만 놓고 보면 PGA 정식 멤버라는 것이 낯설 정도로 다양한 재능을 가지고 있다.
현준선 프로는 “연세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한 뒤 1965년 5월10일 LA에 입국해 먹고 살기 위해 미네아폴리스로 이주를 했습니다”며 “처음에는 골프가 아닌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미국에 정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요”라고 소개했다.
골프 신동일 것만 같은 남다른 실력을 갖고 있는 현 프로가 골프에 입문한 나이는 34살. 취미로 골프를 시작하기에는 적당한 나이지만 프로입문을 하기는 다소 늦은 감이 있었음에도 그는 우연한 기회에 친구와 내기를 하던 중 골프에 대한 재능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현 프로는 “연대 동문과 우연한 기회에 골프연습장을 찾아 내기를 했고 뜻하지 않게 원하는 곳으로 골프를 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며 “첫 몇 달 연습으로 90타를 치고, 다음해 80타, 그리고 70타를 치면서 골프에 대한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고 말했다.
1978년 골프를 위해 다시 LA로 이주한 현 프로는 한인들에게도 친숙한 랜초팍 골프코스에서 티칭 프로로 시작해 몬트레이팍 골프장 헤드프로를 역임하며 지난한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1985년 PGA 클래스 A 멤버에 입성, 한인 프로 1호가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일보가 주최하는 한인 미주오픈인 제2회 백상배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한인사회에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현 프로의 도전정신은 그러나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투어 프로생활을 위해 PGA 챔피언스 투어(당시는 시니어 투어)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바로 50세 생일날 ‘힐튼 헤드 시니어 인터내셔널 토너먼트’ 예선을 위해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날아가 PGA 투어에 합류하며 평생 잊지 못할 감격을 경험했다고 한다.
“첫 출전인 당시 대회에서 첫날 이븐파를 쳤는데 같은 스코어를 기록했던 아놀드 파머와 다음날 같은 조에 편성된 거예요. 또 마지막 날에는 브리티시 오픈을 5회나 우승한 당시 최다 상금 보유자 피터 탐슨도 같은 조에 합류했죠. 골프계의 전설이자 거장인 이들과 함께 라운딩한 벅찬 기억은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투어 입문이 더할 나위 없이 좋았던 거죠”
이후 2000년 PGA 시니어 챔피언십 대회를 마지막으로 현역 선수생활을 마감할 때까지 현 프로는 모두 27차례 투어 본선에 진출했고 서던 캘리포니아 시니어 PGA 챔피언에 2번이나 올랐다.
현역 투어프로 은퇴 후 현 프로는 고령의 나이에도 어떻게 하면 쉽게 칠 수 있는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1981년부터 본보에 기고해 온 골프칼럼에 지금도 열성을 쏟고 있다.
화학이 전공이었던 현 프로는 과학도답게 끊임없이 스윙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연구를 많이 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현 프로는 미국의 대표적 골프 교습가의 한 사람인 짐 하디의 새로운 골프스윙 이론을 담은 ‘스윙 플레인의 원리’를 번역해 출판하기도 했다.
현 프로는 짐 하디의 스윙 이론을 가장 잘 이해하고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티칭 프로의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LPGA 한인 유망주인 정일미 선수가 브리티시 오픈을 앞두고 스윙 때문에 고민하다 현 프로에게 레슨을 받고 성적이 크게 향상된 일화도 있다고 그는 소개했다.
현 프로는 “인생을 골프 투어로 본다면 이제 마지막 라운드를 돌고 있는 느낌”이라며 “그동안 한인들로부터 물심양면으로 많은 도움과 사랑을 받았는데 뜻 깊은 마감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연구해온 골프의 기술을 되도록 많은 골퍼들에게 전해주고 싶을 따름”이라고 말했다.
34세의 늦은 나이부터 50년 가까이 골프에만 매진한 현 프로는 한인사회의 남다른 골프사랑에 대해서는 높게 평가하지만 제2의 최경주, 케빈 나 등을 꿈꾸는 어린 친구들이 혹사당하는 것을 볼 때면 안타깝다는 심정을 전했다.
“골프 등 대부분의 스포츠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재능이 어느 정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골프의 경우 노력을 하면 이븐파까지는 가능하지만, 언더파를 꾸준히 치기 위해서는 재능이 있어야 합니다”라며 “골프를 직업으로 하는 것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벌기 위해 골프는 하는 것이 아닌 골프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고 칼럼을 쓰면서 남다른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현준선 프로는 그동안 받은 한인사회의 사랑과 관심을 보답하기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10월 현준선 프로가 주최하는 인비테이셔널 행사가 바로 그것.
그는 “다음달 50년 가까이 골프를 칠 수 있게 도와주신 고마운 분들을 초청해 골프 라운딩을 함께 하고 저녁을 같이 하려고 합니다. 반세기동안 격려해 주시고 도와주신 분들에게 이번 기회를 통해 꼭 은혜를 갚고 싶네요”라고 약속했다.
■현준선 프로 약력
▲연세대 화학과 졸업
▲80년 제2회 백상배 미주오픈 우승
▲85년 한인 최초 PGA 클래스 A 정식 멤버등록
▲85~2000년 시니어 투어 멤버
▲96·97년 서던 캘리포니아 시니어 PGA 챔피언십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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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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