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성씨(南)을 영어로는 Nam이라 써온 게 여권을 처음 발급받은 해였던 1960년부터였다. 그런데 미국사람들치고 Nam의 발음을 ‘남’이라고 제대로 하는 이는 하나도 못 보았다. 다들 ‘냄’이라고 발음한다. 애당초에 내 성을 Narm이라고 표기했어야 마땅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최 씨를 Choi 라고 쓰는 분들이 ‘초이’라고 불리는 것을 바로 잡느라고 애쓰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인지 ‘최’를 Chey 라고 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씨는 흔히 Lee로 표기하는 바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박사는 Rhee 라고 썼었다.
이씨들 중에는 Yi를 선호하는 분들도 있다. 신씨는 보통 Shin인 바 여권신청 과정에서 여행사 직원들의 실수였던지 죄를 의미하는 명사인 Sin이 성 씨로 되어 있어 그들의 자녀들이 학교에 다닐 때 급우들로부터 놀림대상이 되었던 경우도 있다. 그리고 영석이나 갑석처럼 석자가 든 이름이 비속어인 Suck라 표기되어 두고두고 후회한 사람들도 있다. 물론 자기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순회법원에 개명청원서를 제출할 수 있다. 그 신청서의 내용 중에는 이름을 바꾸는 동기가 범법을 하기 위함도 아니고 채권자들을 따돌리려는 술책도 아님을 선서하는 게 들어있다.
그런데 새 나라에서 이름을 바꾸는데 아예 창씨개명을 하는 사람들도 보았다. 분명히 아시아인인데 애브라함 링컨이라고 개명해서 이름을 적어 넣을 때마다 간단한 설명이 뒤따랐을 것이다.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는 그가 갖가지 스캔들로 곤혹을 치르기 전에 성을 클린턴으로 개명한 한국분을 대표한 적도 있다.
이름 타령을 하게 된 동기는 Bruce Ohr란 연방법무성 고위관리에 관한 보도 때문이다. 얼마전부터 골수 트럼프파인 데빈 누네스 연방하원 정보위원장과 공화당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사람이다. TV 화면에 보니 분명히 동양사람인데 Ohr라고 하니까 아마도 그의 아버지가 한국인인데 다른 오씨와 구별하기 위해 Oh 끝에 r을 더 붙인 것이 아닌가라고 짐작해보았다.
그 짐작이 목요일자 한국일보의 “한인이 ‘러시아 스캔들’ 조작?”이라는 제하의 톱기사에 의해 확인되었다. 기사에서 그가 하버드대학 물리학과를 나와 하버드법대를 거쳐 연방검사로 임용되어 법무차관보까지 승승장구했던 오진석 씨임이 AP통신 등을 통해 설명되었기 때문이다. 오씨는 조직범죄 전담반의 수석검사로 활동 중 영국정보기관 MI6 출신 전직정보원 크리스토퍼 스틸과 직업상 교류가 있었던 것이 공화당 정보위원들의 의심을 자아낸 모양이다.
영국인 스틸은 워낙 2016년 공화당 대선주자들 중 하나로부터 트럼프 후보의 러시아 관계를 조사해달라고 의탁을 받았다가 트럼프의 후보확정 이후에는 힐러리 클린턴 대선진영을 위해 (트럼프에 대한) ‘비밀문서’를 작성한 장본인이다. 그 문서를 전달받은 퓨전 GPS에서 오씨의 부인이 계약직으로 일했었다는 사실도 공화당 의원들이 오씨가 트럼프를 선거에서 떨어뜨리려던 음모의 한 증거인 것처럼 역설하고 공격하는데 이용된다. 29일에는 공화당 정보위원회 의원들 6명이 오씨를 무려 8시간동안 심문했다. 물론 아직도 스틸의 소위 비밀문서 내용을 믿고 있는 민주당의 정보위원들은 불참한 상태에서 진행된 비공개회의였다.
트럼프의 트위터로 살이 굳은 손가락이 이 문제를 묵과할 리 없었다. 트럼프는 5,400만명의 추종자들을 자랑하는 그의 트위터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서 브르스 오가 법무성에 계속 근무하는가? 수치스러운 일이다. 마녀사냥!”이라고 열을 올렸다. 저녁 10시의 트위터에서는 트럼프가 대법원장의 개입을 촉구했다는 보도도 있다. 연방 정부관리의 비행이나 비리가 대법원장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 역시 트럼프다운 발상이 아닌가 싶다. 브르스 오씨는 이미 법무성에서 강등된 직책에 있고 또 그의 비밀문서 처리권이 박탈될 것이라는 전망마저 있다.
물론 로버트 멀러 특별검사팀의 한방울 누수도 없는 수사결과 보고서가 나와야 브르스 오 전 법무차관보의 행적이 트럼프 당선을 방해하기 위한 음모의 일환이었는지 아닌지가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멀러 특별검사팀에도 한인 2세 지니 리(Jeannie Rhee) 검사가 있다. 그 역시 아이비리그의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예일에서 학부와 법대를 마치고 오바마 행정부 시절 법무성 부차관보를 거친 법조계의 엘리트다. 멀러팀을 맹비난하는 트럼프 진영에서는 그가 힐러리 클린턴을 그 전에 대표했던 변호사라는 점에 더해 클린턴의 선거진영에 개인으로서는 상한액수인 5천4백달러를 헌금한 사람임을 지적한다. 트럼프의 트위터 공격대상 중 하나다. 트럼프의 장래에 따라 한국계 유명 법조인 두 명이 어떤 위치에 있게 될까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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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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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쓸데없는...이명박근혜 보다 낫다
날라리 힐러리에 붙은 죄 값에, 문재앙이 지랄하는 죄까지 더해 한국인의 위상이 추락했다 ~~ 뭘 더 바라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