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 턱스Tux는 요즘 몸살을 앓고 있다. 2012년 1월에 태어나 그해 4월에 우리 집에 왔는데, “턱스”는 온몸이 까만 털에 턱 밑에서 배까지만 하얀 털이 있어 마치 턱시도를 입은 것 같다고 큰아이 지호가 지어준 이름이다. 강인하기로 유명한 코커스패니얼 (Cocker Spaniel) 종과 똑똑하다고 정평이 나 있는 푸들 종이 만나 태어나 코커푸 (Cocker-Poo) 종이다. 코커스패니얼 종은 원래 영국에서 사냥개로 훈련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평소엔 순하기 그지없는 턱스는 자기 장난감을 물고 나와 힘 당기기를 하면 내가 포기할 때까지 놓질 않는다. 그 작은 몸에서 어쩌면 그렇게 힘이 세고 강인한지, 항상 검은 코에 기름이 잘잘하고 검은 털의 온몸엔 윤기가 흘러 건강한 개의 표본 같다.
그런 턱스가 요 며칠 내장이 튀어나올까 겁 날 정도로 구역질을 해대었다. 혹 큰 탈이 난 게 아닌가 싶어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증상이 케널기침 Kennel coughing과 같다며 최근에 혹 개들이 모여 있는 보호센터 같은 곳에 다녀왔냐고 물었다. 어린아이들이 데이케어센터에서 감기를 옮듯이 개들도 개들이 많이 모여 있는 그런 곳에서 이런 증상을 옮는다고 덧붙였다.
“최근에 일어난 변화라고는 우리 집에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온 것밖엔 없다”고 나는 답했다. 캘리포니아 샌디에고 대학 UCSD에서 첫해를 마치고 지난 6월 13일에 집으로 돌아온 지호가 검은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5월 말경 파트타임 일을 마치고 쇼핑몰을 나서는데, 아홉 마리의 새끼고양이를 데리고 보호센터로 보내면 안락사시키고 말 거라며 한 마리라도 입양해 달라는 한 여인의 간청에 고양이 한 마리를 덜컥 데리고 온 것이었다. 학교 기숙사에서 몇 주간 숨겨놓고 지내다가 항공사에 $100을 추가로 내고 고양이를 태워 샌디에고에서 D.C.까지 함께 날아왔다.
개띠 해에 태어난 나는 어려서부터 이제까지 한 번도 고양이를 가까이 해 본 적이 없었다. 고양이 눈은 왠지 섬찟했고, 기척도 없이 슬금슬금 다가오는 것도, 개처럼 순종적이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었고, 그저 막연히 고양이는 혼자 있길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직접 진심을 다해 경험해보지 않고 섣불리 판단하고 편견을 갖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지, 나는 요즘 지호의 새끼고양이 “슈리 Shuri”를 통해 배우고 있다. 고양이가 올 초 개봉했던 영화 “블랙팬더 Black Panther”에서 아프리카 공주 “슈리”와 닮았다고 지호가 붙여준 이름이다.
지호가 집에 도착해 가방을 열어 튀어나온 순간, 슈리는 호기심에 가득 찬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턱스가 “왕왕!”하고 짖자 놀라서 지호 등에 올라탄 슈리는 조금씩 새로운 곳에 익숙해지자 슬금슬금 턱스에게 다가가 한쪽 발로 턱스를 툭 치고는 잽싸게 도망치곤 한다. 호기심에 가득 차서 집 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화초를 좋아해 곳곳에 놓인 화분에 기어 올라간다. 그러다 따분해지면 내게도 다가와서 머리를 내밀며 자기를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턱스는 내게 다가와서 자신과 놀자며 한발로 나를 툭툭 치는데 비해 고양이는 머리를 내 몸에 기대고 부빈다).
모든 고양이가 다 이런가 궁금해 종자를 찾아보니, 봄베이 Bombay 고양이 종에 실린 사진이 꼭 슈리와 닮았다. 이 종자는 매우 사교적이고 귀염받기를 좋아해 아이들과 잘 어울린다고 한다. 그렇게 새끼고양이 슈리는 우리 집에서 말썽꾸러기이자 귀염둥이가 되어 오가는 이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즈음, 그러니까 슈리가 온 지 2주쯤 지나 턱스의 기침 증상이 시작되었다. 6월 말에 병원에 데리고 갔을 때, 고양이에게 옮는 병은 아니고 그저 사람의 목감기처럼 며칠 있으면 지나가는 바이러스일 거라고 했다. 혹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지속되면 다시 보아야하니 상태를 잘 지켜보라고 당부했다.
병원에 다녀온 후 상태가 좋아진 듯하던 턱스는 지난 주말부터 또다시 기침을 해 다시 병원에 가게 되었다. 마침 슈리의 2차 예방접종 예약이 있는 날이어서 고양이와 개를 모두 데리고 갔다. 지난번 턱스를 진단했던 같은 수의사가 담당이어서 다행이었다. 그녀는 세심히 진찰한 후, 아무래도 알러지 증상인 것 같다고 했다. 달라진 것이 고양이밖에 없는 상황인지라 고양이 알러지가 아닌가 했다. 알러지는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반응이다. 나는 순간 사람들이 슈리에게 관심을 줄 때 물끄러미 먼 발치서 지켜보던 턱스의 처연한 모습이 떠올랐다.
지호가 한 살 반쯤 되었을 때, 자다가도 잠꼬대로 “내꺼야! It’s mine!”하고 외치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는 자라며 싫어도 나누는 법을 배우고 달갑지 않은 현실도 성장을 위한 시련으로 받아들이게 되는데, 우리 개 턱스에겐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 사랑은 나눈다고 쪼개어져 작아지는 게 아니라 모두를 더 풍성하게 살도록 해 준다고 턱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 마알간 눈을 바라보며 속삭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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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윤정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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