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야란드포스 폭포. 앞에서 보는 풍경(2018년 7월, 위)과 뒤에서 보는 풍경(2016년 4월, 아래). 폭포의 앞모습과 뒷모습이 많이 다름을 느끼며 우리 사람들도 앞과 뒤가 다른 모습인 때도 있겠지만 그런대로 인정하고 어우러져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요즘 엄청 덥죠? 이름만 들어도 시원한 ‘아이슬란드’로 떠나볼까요?
워싱턴 덜레스공항에서 쉬지 않고 여섯 시간만 비행하면 닿을 수 있는 땅 아이슬란드. 하늘 아래 아름다운 풍경이 가장 많이 있는 땅이라고 말하지만 날씨는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뀌는 변덕스러운 시어머니의 마음 같은 땅으로 불리기도 한다. 요즘 젊은이들이나 사진가들의 가보고 싶은 곳 1순위로 뽑히는 곳이기도 하다.
검은색 주상절리
새 하얀 폭포…
신선이 노닐다 갔나
-셀야란드포스(Seljalandsfoss)
링로드(Route 1 국도)를 한 바퀴 돌다 보면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이 빙하수로 만들어진 폭포이다. 조금 괜찮은 동네 같으면 집집마다 집 뒤쪽에 크고 작은 폭포를 하나씩 끼고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여름에는 만년설이 녹아내려 산허리마다 없던 폭포들이 생겨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이름도 없는 아름다운 폭포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 아이슬란드어로 폭포는 포스(foss)이고 뒤에 아르(ar)가 붙으면 복수로 폭포들이란 뜻이다.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비크에서 링로드를 출발하여 가장 남부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폭포는 셀야란드포스(Seljalandsfoss)이다. 셀야란드포스는 다른 폭포들과는 다르게 폭포 뒤로 들어 갈 수 있기 때문에 노을을 배경으로 특이한 폭포사진을 찍을 수 있어 참 좋았다.
뒤로 들어가는 길은 그리 힘들지는 않지만 물이 많이 튀기 때문에 비옷이 준비되어 있다면 입는 것이 감기예방 차원에서도 좋다.
혹시 폭포 뒤로 사진을 찍기 위해 들어 갈 때는 물이 많이 튀어 렌즈를 계속 닦으면서 찍어야 하기 때문에 렌즈를 닦을 수 있는 수건도 꼭 준비해야한다. 나는 4월초에 갔었는데 너무 추워 덜덜 떨며 사진 찍다가 손가락이 잘려 나갈 것처럼 시려서 죽는 줄 알았다. 그야말로 고생을 많이 한 곳이라 그런지 기억에 오래 남아 있는 것 같다.
-스코가포스(Skogafoss·왼쪽 사진)
셀야란드포스 지나서 두 번째로 마주치는 폭포는 스코가포스(Skogafoss)이다. 스코가포스는 60미터 폭에 25미터 높이를 자랑하는 폭포이며 아래 사진 속에 사람과 폭포를 비교해 보면 얼마나 웅장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폭포 오른쪽으로 폭포 위쪽 전망대까지 올라가는 길이 있고 맑은 날씨에는 쌍무지개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나는 전생에 공을 못 세웠는지 쌍무지개를 만나지 못했다.
-굴포스(Gullfoss)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골든 써클 경로인 씽벨리어 국립공원과 게이시르(간헐천) 지열지대, 굴포스 폭포를 방문하여 아이슬란드의 진수를 느껴볼 수 있는데 그 중에 아이슬란드에서 여행객들에게 가장 유명한 폭포로 손꼽히는 폭포는 굴포스(Gullfoss), 아이슬랜드어로 ‘황금폭포’ 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겨울에는 폭포 주변이 온통 얼어붙어 더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내가 방문한 4월초에는 얼음 반 풀 반이라 그런지 큰 감동은 없었다. 지난 7월 여름 아이슬란드에 한 번 더 갔었는데 7월이라 여름이라고 말하지만 여기 봄 날씨 정도로 생각하면 된다. 굴포스를 방문한 그날도 가는 길에 비가 오다 말다 해가 나왔다가 안개가 끼었다가 온갖 변덕을 부리더니 도착 했을 때는 결국 비가 많이 쏟아져 카메라를 꺼내 보지도 못하고 돌아서야 했던 아쉬운 곳이기도 하다.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바뀐다는 아이슬란드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다시 한 번 실감했던 날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을 수는 없었지만 우산 쓰고 나가 언덕위에서 내려다보니 여름이라 유량이 많고 다른 폭포들 못지않게 웅장하고 옥색 물빛이 매혹적인 것이 여행객들에게 충분히 손꼽힐 만하다고 느꼈다.
키르큐펠포스의 7월(왼쪽 위)과 4월의 모습(왼쪽 아래) .
-키르큐펠포스(Kirkjufellsfoss)
굴포스(Gullfoss)는 관광객들에게 유명한 폭포라고 하면 키르큐펠포스(Kirkjufellsfoss)는 사진가들이 즐겨 찾는 곳 중의 하나이다. 폭포 뒤쪽에 보이는 산은 키르큐펠 산이고 앞쪽에 폭포가 키르큐펠포스이다.
여름(7월)엔 사진처럼 연초록색의 풀로 뒤덮인 신선한 모습이고 겨울과 봄 사이 4월에는 눈은 다 녹고 아직 파란풀이 나오기 전이라 온통 누렇고 검은색으로 뒤덮여있다.
언제나 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자기들의 할 일을 묵묵히 다 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느끼게 한다.
집은 새집이 좋고 친구는 오랜 친구가 편안하여 좋다.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있기만 해줘도 든든한 것이 오랜 친구인 것을 든든하고 묵묵히 버티고 있는 키르큐펠 산과 폭포를 보니 서로 의지하며 든든한 오랜 친구가 생각난다.
-스바르티포스(Svartifoss·오른쪽 사진)
이번에 소개할 폭포는 사진가들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스바르티포스(Svartifoss). 아이슬란드어로 ‘검은폭포’라는 뜻이다.
스바르티포스를 만나려면 한 시간 가량 포장 되지 않은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야한다. 무거운 카메라가방 메고 삼각대 들고 열심히 올라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내려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설사가상으로 변덕스러운 시어머니 같은 날씨가 또 다시 심통을 부리기 시작해 빗방울이 떨어지고 바람도 불고 언덕이라 그런지 정말 힘들어서 미쳐버릴 것 같았다. 이럴 땐 눈 내리 깔고 땅만 보고 미운사람 하나 골라 질겅질겅 씹으며 걷다 보면 힘든 줄 모르고 금방 도착한다. 이것은 사진 찍으러 다니면서 정말 걷기 힘들 때 쓰는 나만의 방법이니 따라하지 마시고 여러분들은 사랑하는 사람 떠올리며 걸으시기를~~ 조금은 지루하겠지만....ㅎㅎ
검은색 주상절리가 새 하얀 폭포를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폭포가 더욱 웅장하고 화사하게 돋보인다. (주상절리란 용암이 급격히 식으면서 만들어진 육각형으로 된 검은 기둥을 말함)
-고다포스(Godafoss·왼쪽 사진)
아이슬란드의 북동쪽에 위치하고 링로드에서 살짝 벗어난 곳에 있는 고다포스(Godafoss), 아이슬란드어로 ‘신들의 폭포’라는 뜻을 가지고 있고, 링로드에서 표지판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에 놓치기 쉬운 곳이다. 위쪽 주차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폭포 바로 옆 절벽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물 떨어지는 소리가 어찌나 웅장하고 큰지 순간 마치 컨닝 하다 들킨 수험생 심장처럼 벌렁벌렁, 아슬아슬 절벽 위라 그런지 다리는 후들후들,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가 없어 삼각대를 의지하여 몇 장 찍고는 바로 철수하였다.
짧은 시간 머물렀지만 다른 폭포들과는 다르게 옥색 물빛이 유난히 맑아서 그런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기념품가게 쪽으로 건너가면 폭포 아래쪽으로 내려갈 수 있어 폭포의 장엄함을 다시 만날 수 있다. 마치 신의 소리를 듣는 듯...
-라운포사포스(Hraunfossar·오른쪽 사진)
아이슬란드에서는 ‘용암폭포’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작은 폭포들이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용암폭포들’이라고도 한다. 용암이 빠르게 식어서 만들어진 돌들은 대부분 물의 투과성이 매우 좋아서 바로 빠져 나오는데 구멍이 좁아서 땅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것들이 하나하나 작은 폭포를 만들고 이렇게 작은 것들이 군락을 이루어 아름다운 풍경을 우리에게 선사해 주는 것이다. 아마도 한 두 개만 있었다면 이름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지나쳤을 것이다. 대부분의 수많은 폭포들은 앞에 서면 나의 존재가 정말 작아지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데 라운포사는 규모가 작아 마주 볼 수 있어 그런지 정겨운 느낌이 아직까지 여운으로 남아있다. 유난히 짙은 옥색 물에 발이라도 적셔보았으면 좋았겠지만 너무 추워서 마음만 담그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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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이젬마 한국사진작가협회 워싱턴 지부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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