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을 통하여 마음을 표현한다. 언어는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는 창이기 때문이다. 이는 굳이 언어학자 소쉬르의 구조주의적 언어 이해나 촘스키의 생득적 언어획득 기제를 말하지 않아도 자명한 사실이다.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나 그 시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요즘 우리 사회에서 주고받는 말을 들어보면 미운 감정이 들어간 언어가 적지 않다. 증오, 경멸, 혐오, 극혐, 포비아(phobia), 차별, 증오범죄, 증오단체(hate group), 증오사이트(hate site) 등이 그러하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라도 이러한 말들의 근저에는 모두 미운 감정 곧 미움이 깔려 있다.
미움은 예부터 인간의 감정을 대표하는 칠정(七情) 가운데 하나로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살다보면 난데없이 혹은 불현듯 미움의 감정이 일어난다. 깊이 들여다보아야 할 참으로 중요한 감정이다. 그러나 미움을 사적인 감정으로 여겨 가볍게 생각하는 경우를 본다. 결코 그렇지 않다. 미움은 사적인 감정을 넘어 사회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미움의 실상을 보면 미움은 결코 가벼운 사적 감정이 아니다. 마음에 일어난 미운 감정이 사적 영역을 넘어 다툼이나 사건으로 번지거나 사람을 죽이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또는 개개인의 미움이 모여 사회적 혐오와 차별로 이어지는 예를 우리는 어렵지 않게 본다. 기독교인들을 미워했던 로마 황제 네로는 로마 화재의 책임을 기독교인들에게 뒤집어 씌워 무고한 피를 흘리게 하였고, 유대인들을 미워했던 히틀러는 미움을 그럴듯하게 포장하여 600만 명의 유대인을 학살했다. 어떤 정치인은 미움이라는 사적인 감정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서로를 미워하고 증오하게 함으로 지역감정이나 계층 감정을 조장하거나 좌와 우로 편가르기식 정치를 하기도 한다. 한 번 형성된 미움과 증오는 오랜 기간 지역과 지역, 계층과 계층, 민족과 민족을 갈라놓기도 한다. 미움이 사적 감정을 넘어 공적 영역으로도 드러나는 예는 허다하다.
그러므로 왜, 언제 난데없이 미움의 감정이 나오는지 주목해야 한다. 특별히 같은 뿌리에서 나온 미움이나 증오 혹은 혐오의 일상화를 경계해야 한다. 미움의 감정이 늘 내 마음을 지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미움으로 사람을 대하거나 미움을 지닌 채 어떤 결정을 내리지 말아야 한다.
미움이 사적 감정을 넘어 공적 영역에서 작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미움과 혐오를 확장하거나 연대하여 성소수자나 장애인이나 유색인종 혹은 나와 다르거나 낯선 사람들을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자비심에서 나오는 인도적 고려나 상대방에 대한 배려 없이 자신의 두려움이나 미움이나 혐오를 난민 전체로 확산하여 난민 포비아를 조성하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미움과 증오의 일상화이다.
부단히 마음을 살피지 않으면 미움과 증오의 일상화에 빠지게 된다. 결국 미움은 더 큰 미움으로 증오는 더 골 깊은 증오를 가져 올 뿐이며 거칠고 야멸찬 증오표현들은 귀에 익은 일상적 언어가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과 사회에서 미움과 증오를 다스려야 한다.
증오의 말이나 증오표현을 없애는 최선의 길은 언어 이전에 마음에서 찾아야 할 듯 싶다. 언어는 사람의 마음과 삶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언어는 생각이며 인격이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 말한 하이데거의 말도 이에서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언어는 마음의 드러남이다. 그러므로 우리 안에서 먼저 미움과 증오의 마음이 사라져야 한다.
우리는 미움과 증오의 감정을 바르게 대면하는 가장 근원적인 길을 ‘미워하는 사람을 더 잘해 주고, 축복해 주고, 기도해 주라’하신 예수의 말씀(루가6:27-28)에서 발견한다.
하늘 곧 하느님의 도움을 받아 미움과 증오의 일상화에 빠지지 말며, 사랑의 힘으로 불현듯 일어나는 ‘미움’을 부둥켜 앉고 살라는 말씀이다. 절대적 사랑의 실천만이 미움과 증오의 감정을 가라앉혀 시비, 분별, 요동 없는 하늘의 마음 곧 그리스도의 마음을 지니게 한다. 그 때 비로소 미움을 담은 증오의 말들이나 증오의 표현은 이 마음에도 저 마음에도 세상에도 오간데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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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석 성공회 워싱턴한인교회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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