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후죽순 ‘1인가구 전문 박람회’, 1인가구 월 소비 꾸준한 증가에
▶ 싱글족 겨냥 마케팅 넘쳐나지만, 참가기업 대다수가 관련성 적어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2018 싱글페어’에 1인 가구를 대상으로 간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미니 토스터가 전시돼 있다. <연합>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2018 싱글페어’에 전시된 캠핑카를 가족 단위 고객이나 중장년층만 관람하고 있다. <연합>
# 직장인 임모씨는 지난주 말 친구들과 코엑스를 찾았다. 독립을 준비하고 있는 그는 ‘싱글페어’라는 타이틀의 전시회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주변에 혼자 사는 친구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았으나 전시장은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달랐다. 왜 싱글페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모를 정도였다. ‘1인 가구 전문 박람회’라는 수식어가 무색했다. 전시회장을 떠나는 임씨는 “싱글페어라고 해서 왔는데 중장년들만 가득하고 뜬금없이 지역 특산물을 팔거나 모피 세일을 하고 있다”며 “이럴 거면 오지 않았을 텐데 친구들한테도 괜히 미안하고 황금 같은 주말 시간만 버렸다”고 짜증을 냈다.
기자가 실제 전시장을 둘러보니 실소를 금할 수 없었다.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보니 관람객은 적지 않았는데 대부분의 부스는 대상이 누구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업체들이 혼재했다. 푸드존, 전신 안마기, 회원 가입을 하면 선물을 주는 백화점 부스, 캠핑카 업체 등에만 사람들이 몰렸을 뿐 나머지 업체는 지나가는 관람객을 붙잡는 관계자들이 더 많았다. 그나마 셔츠 배송 업체, 피트니스 관련된 부스 등이 20~30대 싱글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행사의 취지는 좋았지만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싱글라이프 열풍을 이용한 마케팅이 우후죽순 늘고 있지만 실상은 알맹이가 없는 경우가 많아 싱글족에게 외면받고 있다. 최근 국내에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이 새로운 소비주체로 떠올라 이들의 주머니를 노린 기업들의 활동이 늘었지만 정작 솔로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6년 83만8,000원이던 1인 가구의 월평균 1인당 소비지출은 2010년 88만9,000원, 2015년 95만8,000원으로 늘었다. 오는 2030년에는 119만8,000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0년 만에 40%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반면 같은 기간 4인 가구의 1인당 지출은 20% 늘어나는 수준이다. 산업연구원은 2020년 1인 가구의 소비지출 규모가 120조원에 달하고 민간 소비의 15.9%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런 추세는 몇 년 전부터 ‘일코노미(1인 가구에 경제를 뜻하는 영어단어 이코노미(economy)가 더해진 말)’ ‘싱글슈머(혼자라는 뜻의 싱글(single)과 소비자를 의미하는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경제·산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부르는 말은 다르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의 자신들을 위한 소비생활을 나타낸다. 여기에 ‘욜로’나 ‘소확행’까지 이어지면서 1인 가구는 가장 뜨거운 마케팅 대상이 됐다.
이런 추세 속에 최근 몇 년 전부터 전국에서는 싱글 대상 각종 전시회·박람회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앞서 코엑스에서 열린 싱글페어는 2016년부터 3년째 열리고 있는 수도권 최대 규모의 행사다. 의류, 푸드, 가구·홈인테리어, 주택, 라이프플랜, 뷰티건강, 취미산업, 레저산업·서비스 등으로 구분해 전시 코너를 꾸렸지만 아직까지는 중소업체의 제품이나 서비스 알리기가 대부분이다. 이와 비슷한 형태로 지난해 12월에는 ‘서울 싱글라이프페어’도 마련됐다.
부산에서도 ‘싱글라이프페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행사가 2016년 7월 초 개최됐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열렸지만 올해는 아직까지 열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 큰 호응을 얻지 못한 분위기다. 실제 관람객들도 기존의 중소기업박람회와 큰 차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광주에서도 지난해 11월 말부터 나흘간 싱글라이프&하우징페어가 열렸다. 다른 전시회에 비해 주택과 인테리어 부문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전국 각지에서 ‘싱글’을 타이틀로 내세운 행사가 우후죽순 열리고 있지만 전시회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싱글라이프와 연관이 없는 업체가 다수다. 기획 의도는 좋지만 참가기업이 과연 ‘솔로이코노미’와 연관이 있는지 제대로 된 검증조차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불황 속에도 소비 흐름을 주도하는 1인 가구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보다 면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현재 트렌드를 잘 파악할 필요가 있다. 솔로족의 소비는 혼밥(혼자 밥 먹기), 혼술(혼자 술 마시기), 혼영(혼자 영화 보기), 혼행(혼자 여행 가기) 등으로 대표된다. 1인 가구의 식생활 패턴에 맞춰 소포장 제품이 유통 업계 매대를 차지하고 간편조리식품이 확산됐다. 가령 혼자 사는 경우 냉장고가 작기 때문에 수박 한 통을 사도 보관하기 어렵고 다 먹기 힘들어 구매를 꺼리는 이들을 위해 절반이나 그 이하 크기로 나눠 팔거나 심지어 컵 형태로 포장하는 식이다. 가족들이 함께 먹던 아이스크림 ‘투게더’가 소포장 제품인 싱글컵 형태로 출시되는 것도 마찬가지다.
식당이나 카페·술집 등도 혼자 오는 손님들을 위해 4인 좌석을 줄이고 1~2인 좌석을 늘렸고 1인용 메뉴를 확대하고 있다. 피자헛은 1인용 런치세트를 햄버거 세트메뉴와 비슷한 가격대에 선보였고 죠스떡볶이는 떡볶이·순대·튀김 등을 고루 조합한 1인 세트를 내놓았다. 혼자 먹기 힘들었던 보쌈·삼겹살 등을 1인분씩 판매하는 식당의 창업도 줄을 잇는다. 혼술족을 겨냥해 기존 용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소용량 위스키들을 판매한 주류 업체는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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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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