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샌디에고 근교, 페창가 리조트에서 열린 이선희 공연을 관람했다. 그녀가 ‘아름다운 강산’을 부를 때 모든 관객이 일어나 열광을 했다. 얼마나 열광하던지 부처님도 일어나서 팔 다리를 흔드실 것 같다는 방정맞은 생각도 했다. 세간에서는 농담반 진담반으로 ‘제 2의 애국가’로 불리며 애창되는 곡이다. 신중현이 만든 곡으로 대한민국의 이상향을 노래하고 있다.
기분이 울적할 때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이선희가 부르는 ‘아름다운 강산’을 크게 틀어 놓곤 한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신이 난다. 힘찬 사운드와 이선희의 박력 있는 목소리는 침체된 몸과 마음에 금세 활기를 불어넣어 준다. 나만 그런 게 아니고 우리 세대 많은 사람들이 그러한 것 같다.
그러나 이 노래를 들으면 귀를 막고 고통스럽게 진저리치는 사람도 있다. 막 50대에 접어든 아우는 운동선수여서 체육고등학교와 체육대학을 졸업했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기숙사 생활만 7년하고 사회생활을 했으니, 본의 아니게 일찍 집을 떠나 독립했다.
아우는 이선희만 들어도 십리는 도망칠 지경이다. 아우의 학장시절은 합숙 훈련 그 자체였다, 이른 새벽 기상시간만 되면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을 스피커 볼륨 최대치로 틀어 놓기에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고 한다. 젊은 청춘들에게 꿀맛 같은 새벽잠을 인정사정없이 빼앗는 노래가 어찌 달콤한 음악으로 들렸겠는가.
대부분이 공감하는 상황을 똑같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이 이상해서가 아니라 살아온 환경과 경험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느낌’이 다르기에 ‘반응’도 다른 것이다. 너는 왜 우리와 느낌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냐고 억압할 게 아니다. 인간을 일률천편적으로 재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군부독재시절을 겪은 우리세대는 같은 생각과 같은 행동 양식으로 생활하길 직접적으로 강요받았다. 지금은 경제 권력이 간접적으로 우리의 생각과 행동양식을 문화적으로 지배하고 있지만 말이다. 우리의 조국에서는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남자가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여자가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았다. 장발이, 미니스커트가 죄가 되는 사회였다. 개성과 다양성을 몰살하고 획일화를 획책하는 시대가 있었다. 다른 것을 틀렸다고 하던 때였다.
사람은 저마다 취향이 다르고, 성격이 다르고, 취미도 다르고, 능력도 차이가 난다. 다름을 인정하면 사람과 사람을 비교하지 않는다. 다름을 인정한다면 경쟁이 아니라 공생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인간의 개별성을 입증하는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사람은 100여 년 전 정신분석학자 칼 융이다. 개별성의 분명한 자각은 전체주의의 폭력성을 배격하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는 밑거름이 됐다. 차이성을 부정하고 일반화하는 것은 파시즘에 빠질 위험성이 다분하다.
인간이 각자 다르고 차이가 난다는 엄연한 사실이 존중되지 않은 것은 권력의 지배욕 때문이다. 정치권력이든, 경제권력이든, 문화권력이든 권력은 인간 개개인을 동일시하고 일반화시키고 싶어 한다. 그래야 지배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이들은 개인보다는 집단을 중시하고 강조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관계’가 매우 중요하고 이 관계는 ‘보편성’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개별성’이 무시된 관계 위에 이루어진 사회는 건강하다고 할 수 없다. ‘보편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는 사회는 집단주의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크며 정치적으론 독재의 등장을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이데올로기든 종교든 어떤 이유로든 인간의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안타깝게 세상에는 아직도 이런 나라들이 많다. 개별성과 보편성,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균형을 이루는 게 좋은 사회일 것이다.
그동안 수없이 듣고 흥얼거렸던 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인데 불현듯 아름다운 강산이 되려면 남도 북도 아닌 한반도 전체가 자유롭고 평화로운 세상이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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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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