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BS 등 주류언론 “아시안의 강인함 드러낸 작품” 호평
▶ 미군부대 하우스보이 거쳐 인생개척한 모험과 역경
찰리 조씨
노바토에 거주하는 찰리 조(80, 한국명 조학연)씨가 펴낸 자서전 영문판 ‘Adventures of a Tiger Boy’(호랑이 소년의 모험, Covenant Books 출판)가 지난 3, 5월 CBS, 웨스트마린 라디오, 리노 TV 등 주류언론에 방송돼 화제를 모았다.
자손들에게 가족의 뿌리를 알려주고 싶어 가족 프로젝트로 시작한 소박한 자서전이 삶을 개척해나간 아시안의 에너지와 강인함을 드러낸 작품으로 미주류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가족들만 보기 위해 한정판 200권을 펴냈지만 방송을 타면서 그의 책은 아마존과 지역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다.
▲콘크리트 지하바닥서 쪽잠
1938년 호랑이띠해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충남 부여군 양화면 수원리 맹골마을에서 5남 1녀 중 셋째로 태어난 조씨는 가정형편으로 학비를 내지 못하자 중학교 1년을 중퇴하고 홀로 서울로 올라왔다. 신문배달을 하면서 제일신문사 지하 콘크리트 바닥에서 쪽잠을 잤고 이후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들어가 2년간 청소와 잔심부름을 했다. 그때부터 어떤 미군이 지어준 ‘찰리’라는 이름을 썼다.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촌뜨기 가난한 소년에게 서울생활이란 그야말로 넘어도 넘어도 또 나타나는 산처럼 가난과의 사투였다.
그 와중에도 그는 학구열을 불태웠다. 낮에는 농민생활 잡지사 급사로 일하면서 밤에는 균명야간고등학교를 다녔고 결국 한국외국어대학 서반어과에 입학했다.
지난 5월 KPIX CBS 방송에 출연했던 조씨 [출처 유튜브]
▲입양되기엔 너무 많은 나이
친구들과 놀러간 덕수궁에서 만난 미국인과 두 차례 저녁을 나누게 된 조씨는 그에게 미국에 가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자 그 미국인이 내가 양아버지가 돼주겠다면서 조씨를 입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조씨의 나이는 19살, 입양되기엔 너무 많은 나이였다. 조씨는 자기 나이를 16세로 고친 후 양자 수속을 시작했고, 미 정부 공무원이었던 양아버지 조지 F 벅씨가 메릴랜드주 상원의원에게 요청해 극적으로 이민 허가를 받았다. 마침내 1960년 부산에서 시애틀로 가는 한국 해운공사의 화물선에 올랐다. 그 화물선에 오른 사람 중 이민가는 한인은 그가 유일했다.
한달만에 시애틀에 당도했지만 양아버지가 있는 메릴랜드까지 갈 여비가 없었다. 조씨는 한국에서 미군들이 다녔던 성공회교회를 기억해내고 시애틀 성공회교회를 무작정 찾아가 갈 곳이 없으니 재워달라고 부탁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성공회 신부가 그의 편의를 봐주었고 여비까지 마련해주어 마침내 메릴랜드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갈 수 있었다.
조씨(가운데)가 미군부대 하우스보이로 일했던 시절
▲1인치차로 간신히 입대
그러나 당초 양아버지인 벅씨는 조씨가 미국에 오는 것까지만 책임지겠다고 약조했기 때문에 그의 집에 머물기는 마땅치 않았다. 갈 곳이 없던 조씨는 바로 미국 군대에 입대했다. 그런데 신체검사관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키 제한이 5피트 2인치인데 조씨 키는 5피트 1인치라며 입대가 어렵다고 했다. 조씨는 캄캄했다. 인생의 먹구름이 또 몰려오는 듯했다. 고심하던 그 검사관이 잠깐 기다리라고 하면서 누군가와 논의를 하고 나왔다. 그는 “ 아시안은 키가 작으니까 키 제한을 5피트 1인치로 하기로 했다”면서 간신히 통과시켜줬다. 조씨는 지금도 그 검사관의 얼굴을 잊지 못한다면서 1인치차로 입대했다고 말했다.
6개월 현역으로 훈련을 받은 뒤 주방위군(National Guard)이 된 조씨는 음식점 서버, 목재상 일꾼, 타이피스트 등 다양한 일을 하면서 메릴랜드 대학을 졸업한 후 오레건대학에서 정치학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5월 KPIX CBS 방송에 출연했던 조씨 [출처 유튜브]
▲양쪽 가족 미국에 정착시켜
조씨는 펜팔로 시작한 이화여대생 조옥순(70, 영어명 프랜시스)씨와 결혼해 가정을 이뤘고 한국에 있던 양쪽 가족들을 미국에 불러들여 정착시켰다. 매년 추수감사절에 조씨 집에 모이는 가족만 30여명이다. 한자리에 모여 가족간 사랑을 나누는 이 전통이 조씨 집안 문화로 자리잡은 것이다.
조씨는 “가족들이 이민온 후 2005년 누나가 신장이식수술로 하늘나라로 가고, 2009년 동생부부가 차사고로 목숨을 잃었고, 둘째형도 2014년 세상을 떠나는 등 많은 일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2, 3세대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가정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가슴 뿌듯하다”고 말했다.
스탠포드를 졸업한 그의 아들 알렉스 조(한국명 조성일)씨는 휴렛팩커드사 사장(President of HP Inc)이다.
아들의 권유로 자서전을 쓰게 된 조씨는 “12살 손녀 에마가 책 표지사진인 호랑이 그림을 그렸다”면서 “내 모습과 닮아 몹시 맘에 든다”고 말했다. 또 “UC버클리와 스탠포드서 영문학을 전공한 며느리 알마(한국명 정소임)가 에디팅을 해주었다”고 밝혔다.
그는 “어려울 때마다 귀인의 도움을 받은 나는 인복 있는 사람”이라면서 “그중에서도 최고 인복은 아내”라고 고마워했다. 조씨는 “이민온 가족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아내가 헌신했다”면서 “아내의 수고는 값진 것”이라고 높였다.
조씨의 양아버지 벅씨는 1970년 세상을 떠났지만 양어머니는 1994년 돌아가실 때까지 조씨 부부와 가까운 인연을 이어왔다.
마지막으로 그는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란 마태복음 7장 7절 말씀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여기며 살아왔다”면서 “한 사람이도 내 책을 읽고 용기와 희망을 가진다면 큰 보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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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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