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승 놓쳤지만‘황제의 포효’에 열광, 또 열광
▶ 제100회 PGA 챔피언십서 부활 알린 퍼포먼스
타이거 우즈가 PGA 챔피언십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뒤 주먹을 불끈 쥐고 포효하고 있다. [AP]
마지막 18번홀에서 19피트짜리 버디 퍼트가 홀컵 안으로 빨려 들어가자 타이거 우즈는 주먹을 불끈 쥐고 내지르며 포효했다. 우즈가 빨간 셔츠를 입고 메이저 대회 마지막 날 ‘타이거 펌프’와 함께 포효하는 모습은 갤러리들과 TV로 이 장면을 지켜본 시청자들을 모두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지난 12일 막을 내린 제100회 PGA 챔피언십에서 우즈는 결국 우승을 못했지만 아직도 충분히 메이저에서 우승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컨트리클럽(파70·7,316야드)에서 펼쳐진 대회에서 우즈는 첫날 첫 두 홀에서 보기와 더블보기를 적어내는 최악의 스타트를 끊었으나 나머지 70홀에선 17언더파를 기록하며 결국 14언더파 266타로 단독 2위를 차지했다. 우즈의 마지막 홀 버디는 결국 그에게 지난 2009년 PGA 챔피언십 이후 꼭 9년 만에 처음으로 메이저 대회 준우승을 안겼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그가 피스트 펌프를 내지른 장면이 사실 우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순간이었다는 것이다. 그때까지 선두 브룩스 켑카에 3타차로 뒤져있던 우즈는 마지막 홀 버디에도 불구, 워너메이커 트로피를 치켜들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홀 버디를 성공시킨 뒤 마치 우승을 확정지은 것처럼 포효했고 경기를 마친 뒤엔 스코어링 텐트 앞에서 기다리다가 경기를 마친 우승자 켑카에게 뜨거운 포옹과 함께 축하를 보내기도 했다.
우즈가 과거 메이저 대회에서 2등하는 것을 꼴등만큼이나 싫어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런 그의 모습은 환호와 함께 놀라움을 안겼다. 우즈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에 실패한 뒤 이처럼 만족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은 과거엔 절대로 볼 수 없었던 일이다. 그만큼 그가 여기까지 온 것이 거의 기적에 가까운 험난한 여정이었던 것이다.
우즈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올해 초까지도 나는 다시 골프를 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만약 누가 내게 올해 두 번의 메이저에서 우승 찬스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면 전혀 믿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나는 당시 골프스윙도, 스피드도 없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놀라운 여정이 아닐 수 없다”고 감격의 소감을 밝혔다.
우즈는 이번 시즌 단 1승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지난 겨울 그가 골퍼로서 재기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이는 상황에서 절망하고 있던 선수였다면 지금의 그는 다시 메이저 우승도 가능하다는 희망과 기대로 충만한 선수다. 비록 타이틀 추가는 못했지만 이번 시즌, 특히 이번 대회 마지막 날 그가 보여준 플레이는 팬들이 그동안 잊고 있었던 ‘골프 황제’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이젠 팬들도 황제의 부활이 말만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음을 실감하게 됐다. 우즈는 이날 프론트9에서 단 한 번도 페어웨이를 때리는 못하는 티샷 난조에도 불구, 신기의 아이언샷을 앞세워 3타를 줄이며 우승경쟁에 뛰어들었고 결국은 6언더파 64타를 적어냈는데 메이저대회 마지막 라운드에서 64타를 친 것은 그의 커리어에서 이번이 처음이다. 또 이번 대회에서 기록한 266타 역시 그의 커리어 메이저 최저타 기록이었다. 4번이나 허리수술을 받고 돌아온 만 42세의 나이로 골프 역사상 역대 최고의 선수로 군림했던 자신의 메이저 4라운드 최저타 기록과 대회 최저타 기록을 갈아치운 것이다. 경이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이날 우즈와 함께 파이널 라운드를 함께 한 게리 우들랜드는 “우즈가 오늘 친 64타는 솔직히 너무 쉽게 보였다. 훨씬 더 좋은 스코어가 나올 수 있었다”면서 “내 생애 경험한 최대 관중이 보여준 에너지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리고 그는 별로 힘들이지 않고 64타를 쳤다”고 경탄했다.
우즈는 이번 대회 후 세계랭킹이 지난주 50위에서 26위로 상승했다. 불과 9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그의 세계랭킹이 1,199위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TV 시청률도 기록적으로 치솟았다. 이날 CBS의 시청률은 지난해 이 대회에 비해 무려 69%나 치솟았고 파이널 라운드 시청률은 지난 2009년 대회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2009년 대회는 우즈가 마지막으로 메이저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었던 대회다. 당시 우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선수는 양용은이었다. 우즈가 있는 곳에 시청률이 따라온다는 사실은 이번에도 변함없는 진리임이 입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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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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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가 드라이버만 잡으면 될텐데 그게 잘안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