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제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미래 경제활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패널을 마친 후 방청석에 있던 한 외국인이 다가와 질문을 하였다. 자신의 세 살된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준비시켜야 향후 디지털 시대에서 성공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이었다. 어려서부터 코딩 교육을 시켜보라고 권유하였다.
그렇지 않아도 넘쳐나는 과외활동으로 바쁜 아이들에게 스트레스만 더 주는 것 아니냐고, 또 아이가 커서 굳이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될 것도 아닌데 괜히 코딩까지 배울 필요가 있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 경쟁력 있는 인재로 키우고 싶다면 다른 과외활동을 줄여서라도 코딩을 시켜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 또한 많은 사람들처럼 대학시절과 직장생활의 대부분을 컴퓨터 앞에서 보내왔다. 건축설계를 할 때는 캐드(CAD) 및 3D 모델링 프로그램을, 경제 분석을 할 때는 수학 및 통계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왔다. 이미 알고 있던 프로그램들이 아니었기에 필요에 따라 새롭게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
하지만, 나의 디자인이나 아이디어가 내 프로그래밍 수준에 의해 제한되는 것을 느낄 때 종종 답답했던 기억이 있다. 정작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지 못하고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데 시간을 할애하면서 애초에 가졌던 다양한 아이디어들에 대한 열정을 잃어버렸던 경험도 있다. 만약 내가 더 어렸을 때 이러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웠다면 더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실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게이츠나 페이스 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대학생 때 떠오른 아이디어를 바로 실현할 수 있었던 것은 어려서 습득한 코딩 실력 덕분이다. 그들이 대학생이 되어서야 코딩을 배우기 시작했다면 과연 본인들의 비전에 대한 믿음을 갖고 젊은 나이에 창업할 수 있었을까? 물론 코딩을 직접 하지 않고 테크 산업의 거물이 된 스티브 잡스도 있다. 하지만 그도 기술자들이 만든 디자인 안을 수정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적인 지식은 있었다고 한다.
코딩을 배워야하는 이유는 프로그래머 또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의 디지털 사회를 더 잘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다. 사업가가 되든 예술가가 되든 학자가 되든 의사가 되든, 어떠한 분야에서 어떠한 일을 하든 코딩을 알고 프로그램 언어를 이해하면 기술적인 한계에 매이지 않고 본인의 사고와 상상을 보다 창의적이고 진취적으로 실현할 수 있다.
외국어처럼 코딩도 어릴 때 배우는 것이 좋다. 어린 아이들이 외국어를 쉽게 습득하는 것을 보면 얼마나 부러운가? 마찬가지로 어렸을 때 코딩을 시작하면 프로그램 언어를 더 빨리 습득하게 될 뿐 아니라 그 언어를 더 수월하게 활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 언어는 계속 진화하지만 어린 나이에 기본 원리를 배워두면 이후에도 새로운 프로그램 언어들을 보다 쉽게 습득할 수 있다.
어려서 코딩 언어를 배우게 되면 사고의 영역도 넓어진다. 디지털 세계의 무한한 가능성을 알게 되고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을 세계 공통언어로 실현할 수 있게 되면서 자신감과 흥미를 키울 수 있다.
코딩은 하나의 언어이다. 어쩌면 미래 사회에서 소통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언어가 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이 동시통역을 하는 사회에서는 외국어 구사 능력보다 동시통역을 가능하게 하는 코딩 언어를 아는 것이 훨씬 큰 강점이 될 수 있다.
아직도 설득되지 않았다면 미래를 위한 보험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인공지능과 로봇이 근미래에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하게 될 수도 있다. 기술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그 기술을 지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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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 ‘넥스트 제너레이션’ 새 필진으로 이용석 박사가 합류합니다.
▲서울대 건축학과 졸업 ▲듀크대 정책학 석사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 ▲2012~2014년 윌리엄스대 경제학과 교수 ▲2014년~현재 스탠퍼드대 국제정책학 프로그램 교수 ▲논문: “창업가 정신과 도시 경제 성장”, “중소기업보증정책과 경제성장에 관한 연구”, “국제 재난 원조의 조직”, “노동보조금과 보건의 질”, “교육 평준화와 세대간 이동성”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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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석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 한국학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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