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굴제국의 5대 왕이었던 샤자한(Shah Jahan)입니다. 건축공사를 완전히 끝내고 나의 분신과도 같은 타지마할을 바라보았지요. 천지를 만드시고 스스로 창조한 것에 만족하셔서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였듯, 나도 내가 창조한 하얀 대리석 무덤에 흡족했답니다. 하나님은 자기의 형상대로 인간을 창조하였지만 나는 타지마할에 아내의 형상을 만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타지마할을 ‘아름답다’고 표현하지만 그건 부족합니다. 그곳엔 그녀의 자태를 닮은 조형미와 심성을 닮은 단순한 미, 정갈한 미, 은은한 미를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아르루만드 바누베굼을 만난 건 나에게 내린 신의 선물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품위 있는 여인이었습니다. 우리제국은 여러 종족과 더불어 이슬람교, 시크교, 힌두교, 자이나교 등 여러 종교가 있었기 때문에 정치적 안정을 위해 종족별로 왕비를 들입니다. 왕이 되기 전에 나는 이미 두 여인과 결혼하였으나 오로지 첫사랑이었던 그녀만을 저의 마음에 품고 기다렸습니다, 결국 그녀를 셋째 부인으로 맞아들였고 그녀를 ‘궁전의 보석’이라는 뜻으로 뭄타즈 마할(Mumtaz Mahal)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런 우리를 시샘했던지, 뭄타즈 마할이 14번째 아이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그녀의 나이 39살이었죠. 그녀가 없는 삶은 아무 의미도 없었습니다. 나도 죽고 싶었습니다. 사랑하는 배우자를 잃어본 자만 나의 비통함과 애절함을 이해할 겁니다. 일 년 후에 나의 머리는 완전히 하얗게 셌습니다. 아내가 너무 불쌍했습니다. 한평생 나를 위하여 희생한 여인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지어주고 싶었습니다. 나는 그 일에 22년 동안 미쳐있었습니다. 그 때문에 살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녀의 무덤은 ‘궁전의 왕관’이라는 뜻으로 타지마할이라고 지었습니다. 그녀의 시신을 옮겨 완성된 타지마할 안에 안장해 주고 나서야 그녀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나는 병들었고 유폐되어 아그라성의 한 탑에 갇혔습니다. 매일 작은 창문을 통해 2km 떨어진 타지마할을 겨우 볼 수 있었던 것이 그나마 나에겐 큰 낙이었습니다. 뭄타즈 마할을 그리워하며 그곳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저는 샤자한의 셋째아들 아우랑제브입니다. 모든 사람이 저를 불효자식, 호래자식이라고들 말하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금슬 좋았던 아버지가 제 친어머니의 무덤을 짓는 것을 이해 못 하는 자식이 있을까요. 그러나 도가 지나쳤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와 기술자를 동원하고 이웃 국가에서 온갖 보석들을 사들이면서 국고가 바닥이 났습니다. 공사에는 매일 2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천 마리의 코끼리가 동원 되었습니다.
타지마할의 공사가 끝나고 겨우 숨을 쉴만할 때, 아버지는 또 야무가나 강 건너에 까만 대리석으로 자신의 무덤을 짓고 구름다리로 타지마할을 연결할 계획을 세우고 계셨습니다. 백성들의 원성이 자자했습니다. 더 이상 아버지를 그냥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백성을 도탄에서 구하려고 왕자의 난을 일으켜 6대 왕이 되었고 아버지를 아그라 성에 가두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이 일은 쿠데타가 아니라 혁명이라 생각합니다.
저도 행복한 어린 시절이 있었습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이었지요, 그때가 우리 제국은 사회, 문화, 경제, 건축, 음악 등 인도 문명의 가장 빛나는 전성기였습니다. 특히 아버지는 심미안이 있어 건축과 예술에 관심이 많아 많은 건축물을 지었습니다. 그런 아버지가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이상하게 변했습니다.
타지마할은 어디에서 보아도 좌우대칭입니다. 물론 어머니 석관도 중앙에 있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 석관을 움직이지 않고 아버지 석관을 어머니 옆에 안치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 장소만은 좌우대칭이 되지 않습니다. 미적 감각에 예민한 저의 아버지가 관을 차고 나오실 것만 같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습니다. 오매불망 그리던 어머니 바로 옆에 계시니 행복하실 겁니다. 사랑은 불완전함도 덮으니까요.
저는 아우랑제브의 어미이며 샤자한의 아내인 뭄타즈 마할 입니다. 사랑하는 두 남자 사이에서 누구의 편을 들 수도 없습니다. 단지 “제가 오래 살았더라면 끔찍한 왕자의 난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라고 가슴을 칠 따름입니다. 명치끝을 바늘로 찌르듯 가슴이 아픕니다.
제가 마지막 숨을 거두며 편히 쉴 수 있는 아름다운 무덤을 지어달라고 유언을 하였습니다만 22년이나 걸리는 타지마할을 지을지는 몰랐습니다.
저는 타지마할에서 여전히 그의 보석이 되어 왕관 안에서 쿠람과 함께 있어 행복합니다.
타지마할은 누구에게나 잘 알려진, 인도가 자랑하는 세계 7대 불가사의 걸작이다. 나도 많은 관광객의 한 사람으로 타지마할을 보았고, 숨어있는 한 남자의 사랑 이야기를 헤아려보고 싶었다. 400여 년 전의 타지마할이 품고 있는 동화같이 아름답고 애잔한 순애보는 입에서 입으로 영원히 전해 질 것이다. 사람은 떠나도 사랑의 흔적은 영원히 남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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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영애 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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