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홀로 떠나는 ‘혼행’, 1인가구 증가로 ‘나홀로 여행’ 확산, 충분한 여유 갖고 나와의 대화 즐겨
▶ 첫 여행지 숙소는 반드시 예약하고, 가족이나 지인에게 주소 알려줘야
혼자 떠난 여행길. 우연히 기차 안에서 만난 이성에게 나도 모르게 마음을 뺏긴다. 의도하지 않았던 목적지에서 상대방과 함께 내리고 이내 사랑에 빠져 연인이 된다. 개봉한 지 20년도 더 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한 장면이지만 여행을 떠올리며 누구나 한 번쯤 꿈꿀 만한 러브스토리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도 좋지만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나 홀로 떠나는‘혼행’이 확산되고 있다. 나 혼자 밥 먹고, 술 마시고, 영화 보는 것은 못해도 혼행은 가능하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영화 같은 로맨스는 없더라도 혼행만의 매력이 있어서다. 같이 갈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 스타일대로 여행하고 싶어서 혼자 떠난다. 여행 가격 비교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에 따르면 지난해 혼행을 희망한 20대 한국인의 51%는‘일정에 구애받기 싫어서’, 23%는‘혼자 보내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충분한 여유를 갖고 움직이다 보면 나를 들여다볼 시간도 늘어난다. 혼행 경력 14년차의 직장인 A씨는 여행 가방에 셀카봉이 아닌 일기장을 챙긴다. A씨는 “이동 중, 잠들기 전 틈틈이 일기를 쓰다 보면 여행 내내 나와의 대화가 많아진다”며 “그러다 보면 나 자신도 몰랐던 나를 발견하게 된다”고 말한다. 낯선 환경일수록 나를 마주할 기회는 더 많아진다.
혼행족들은 아무래도 국내 또는 가까운 해외를 선호한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올해 1인 여행지로 가장 인기 있는 지역은 일본 도쿄다. 다음으로 오사카(일본), 방콕(태국), 후쿠오카(일본), 타이페이(대만) 등의 순이었다. A씨는 “일본·미국·유럽처럼 온라인이나 현지에서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는 곳이나 태국·인도네시아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휴양지로 시작하는 것도 좋지만 혼행의 맛을 제대로 느껴보고 싶다면 안전하면서도 국내에서는 덜 알려진 여행지를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가 추천한 곳은 일본의 경우 시코쿠나 요론섬 등 비교적 생소한 지역이다. 아시아에서도 스리랑카·미얀마 등은 관광객이 많지 않지만 안전해 혼자 떠나기 좋다. A씨는 “취향이 분명해지고 노하우가 쌓인다면 아프리카나 중남미 지역으로 점차 영역을 넓혀볼 만하다”고 말했다.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아 걱정하기보다는 디지털 디톡스를 할 수 있어 오히려 더 좋다.
혼행은 남의 스케줄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해외여행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항공권 비용을 크게 아낄 수 있다. 항공사의 운항 스케줄은 3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춘계 시즌과 10월 말부터 이듬해 3월 말까지의 동계 시즌으로 나뉜다. 해당 시즌 3개월 전후에 운항 스케줄이 확정되고 항공사는 특가 티켓을 팔기 시작한다. 지난 6월 말부터 2018년 동계 시즌(10월28일~2019년 3월30일) 특가표가 대거 풀렸다. 이스타항공은 방콕 왕복 항공권을 15만9,800원부터, 에어프랑스는 파리 왕복 항공권을 79만원부터 판매한다.
최저가 티켓으로 여행을 즐기는 B씨에게 노하우를 들어봤다. 출발이나 도착 일정에서 주말을 제외하자. 같은 4박5일이라도 수요일 출발, 일요일 도착보다 목요일 출발, 월요일 도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주말을 끼고 앞뒤로 일정을 더하면 좀 더 절약할 수 있다. 다만 특가 티켓은 수화물 등에 추가 요금이 들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도 첫 도시의 숙소는 예약하고 가자. 혼자서 짐을 들고 숙소를 찾다 보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급하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면 주변에 고급 호텔을 찾아보자. 4~5성급 호텔 컨시어지에서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친절하게 도와준다.
떠나기 전에는 여행자보험을 들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가족이나 지인들에게 숙소의 주소를 미리 알리는 것이 좋다. 현지에서 휴대폰을 사용하기 위해 유심을 바꿔 끼우는 경우에도 주변인에게 변경된 연락처를 알려주자. 트립어드바이저·구글맵·우버 등 활용도가 높은 애플리케이션은 미리 깔아두고 휴대하는 가방에 호루라기나 호신용 스프레이를 넣어두면 안심이 된다.
자유여행이 부담스럽다면 패키지도 괜찮다. 항공권·숙박·일정 등을 스스로 짜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고 새로운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 수도 있다. 대신 2인 1실 숙박이 기준이라 혼자서 사용할 경우 추가 요금(싱글차지)을 내야 한다. 혼행족이 증가함에 따라 여행사들은 원하는 경우 같은 방을 쓸 상대방을 연결해주기도 한다.
인터파크투어는 오는 31일까지 유럽(50%), 미주·대양주(100달러) 여행상품에 한해 싱글차지를 지원하는 이벤트도 실시하고 있다.
혼행의 핵심어는 혼자가 아니다. 만남과 대화다. 여행 내내 어울릴 사람을 찾으라는 의미가 아니다. 만남과 대화의 상대는 나 자신이다. 나를 만나기 위해서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귀 기울여야 한다. 타인의 시선, 사회적 잣대에 얽매여 실현하지 못했던 나의 욕구를 마주하고 이를 드러내는 경험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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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수·서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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