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윤 케인 변호사
2018년 초 H&M이 새로운 법률 분쟁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H&M이 브루클린의 한 핸드볼 코트의 벽을 배경으로 New Routine 운동복 라인 홍보물을 촬영하게되면서부터다.
보통의 운동장 벽과 달리 이 핸드볼 코트에는 누군가 악보의 오선지 같은 그림을 그려놓았고 이는 H&M 운동복의 역동적인 이미지를 세련되게 표현해주었다. H&M이 처음부터 무단으로 작품을 촬영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시의 공원 관리부처에 작품의 출처에 대해 물었지만 담당 공무원은 공원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불법이며 자신은 출처를 알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작품을 그린 사람은 그래피티 아티스트인 Revok였다. 광고에서 자신의 작품을 본 Revok는 변호사를 통해 H&M 측에 해당 광고물이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을 했지만 H&M은 Revok의 작품이 불법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며 소송을 걸었다. 소식이 알려지며 H&M은 엄청난 후폭풍에 시달리게 된다. 대기업이 작가의 창작물을 무단으로 사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취한다며 수많은 소비자들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 등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보이콧 의사를 표시했다. H&M 매장 외벽에 그래피티를 그려 보다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Revok 측은 주요 소비자층의 공감대를 얻고 판매를 증진하려는 수단으로 그래피티 가치를 인정한 H&M이 법정에서 이를 폄하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H&M은 2018년 3월 트위터에 사과의 글을 올리며 소송을 취하했다. 이 소송이 끝까지 진행됐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H&M의 소송 취하는 매우 현명한 선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거리예술도 저작권의 보호를 받고 순수 예술과 마찬가지로 그 권리를 보호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뉴욕 주의 롱아일랜드 시티에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의 작품으로 전면이 빼곡하게 장식된 5 Pointz라는 창고건물이 있었다. 1993년 건물주 Wolkoff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에게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허락했고 그 후 20년 동안 5 Pointz는 그래피티의 메카로 명성을 날렸다.
시간이 흘러 롱아일랜드 시티가 점차 발전하자 Wolkoff는 창고 건물을 보다 수익이 큰 용도로 바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어느 날 저녁, Wolfkoff는 5 Pointz의 외벽을 하얀 페인트로 뒤덮는다. 창고 자리에는 고급 콘도가 세워졌고 새 주택은 해당 지역이 그래피티의 메카임을 알리고 스트릿 아트를 인테리어에 접목시켜 젊고 세련된 고객들을 끌어들이려했다. H&M의 경우처럼 스트릿 아트를 부정하는 동시에 인정하는 모순을 보인 것이다.
하루 밤 사이 작품을 잃은 그래피티 아티스트들은 Wolkoff를 상태로 소송을 진행했다. 아티스트들은 자신들의 작품이 롱아일랜드 시티의 발전에 한 축을 담당했다고 주장하며 건물 벽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던 작품이기 때문에 Wolkoff가 작가들의 허락 없이 작품을 훼손한 것은 부당하다고 했다. 또한 건물주 측이 작가가 스스로 작품을 철거할 수 있는 기회를 줬어야한다고도 했다. 법원은 저명한 작품인 경우 창작자의 저작 인격권을 인정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인지도가 있는 작품의 경우 소유권자가 이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으며 훼손의 경우 창작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5 Pointz 사건의 경우 작품의 캔버스가 된 건물은 작가들의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작품의 소유권은 건물주에게, 저작권은 작가들에게 있다. H&M 사건에서도 소유주는 뉴욕시, 저작권자는 작가인 Revok이다. 따라서 작품 훼손 시 각 아티스트들은 법의 도움을 받을 구체적인 근거가 마련되었다. 스트릿 아트의 가치를 법원이 명시적으로 인정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결정이다.
이 판결이 나오기 전, 스트릿 아티스트들은 작품이 도용되는 경우 합의를 하거나 어떠한 문제 제기도 하지 못하였다. 그래피티는 불법행위의 결과물이기 때문에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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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윤 케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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