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역자, 매국노, 푸틴의 푸들…. 트럼프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비난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이처럼 지독한 욕설을 들은 적이 있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도 한 때 ‘빨갱이 에이전트’란 비난을 받았다. 매카시즘이 극성을 떨 때 ‘버치 소사이어티’가 그런 식으로 아이젠하워를 매도하고 나섰던 것, ‘버치 소사이어티’는 극우단체다. 그러니까 주류와는 동떨어진 정치적 아웃사이더로부터 아이젠하워는 그런 소리를 들었던 것이다.
트럼프에게 쏟아지는 비난은 차원이 다르다. 주류 언론, 심지어 ‘트럼프 편’으로 분류되는 폭스 뉴스까지 트럼프 때리기에 가담했다. 야당은 말할 것도 없다. 여당인 공화당에서도 비판이 여간 거센 게 아니다.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했다’-. 미국 정보기관의 공식적인 조사결과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헬싱키 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 조사결과를 공개적 불신표명과 함께 공격하면서 푸틴을 옹호했다. 그러자 미국의 조야가 벌컥 뒤집어진 것이다.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미국의 외교안보 기득권층(establishment)을 모두 적으로 돌리다 시피 했다. 그리고도 푸틴을 올가을에 워싱턴으로 초대한다고 밝힌 것. 헬싱키에서 제기된 양국의 논의를 지속하기로 동의했다는 설명과 함께.
‘트럼프 스럽다’, ‘트럼프이니까 가능한 뻔뻔함의 극치다’- 계속 이어지는 비난이다. ‘딴은….’
그렇지만 새삼 질문이 머리를 스친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하는 것이 그 하나다. 그리고 헬싱키 정상회담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실패한 회담인가 하는 것이 또 다른 질문이다.
“트럼프는 모든 이슈를 불만(grievance)과 이고(ego)라는 프리즘을 통해 본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특유의 성격이 빚은 참사로 보인다.” 내셔널 리뷰지의 분석이다.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조사를 트럼프는 자신의 대통령 직의 합법성을 실추시키려는 시도 내지 음모로만 보고 있다. 그 강박관념이 불러온 대실수라는 해석이다.
지정학적(geo-political)이란 측면에서도 설명을 구해야 않을까. 인터프리터지의 해석이다.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머지않아 뭔가 진짜로 공모(collusion)를 꾀할 수도 있다. 선거개입 공모가 아니라 그 보다 크고, 또 장기적인 공모를 할 가능성이 크다.” 헬싱키 정상회담을 앞두고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해리 카지아니스가 던진 예상이다.
중국이 부상한다. 그러면서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를 중국 중심의 국제질서로 바꾸러들고 있다. 미국의 지적 재산을 훔쳐갔다.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겼고 수조달러에 달하는 미국의 군사기밀을 빼돌렸다. 그 베이징은 이제 ‘사투를 건 워싱턴의 적(foe)’이 되고 있다.
강력한 중국은 러시아로서도 결코 달갑지 않은 존재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은 중앙아시아에서 힘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다. 그런데다가 아직은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언제 적으로 돌변할지 모른다. 오키나와를 중국 영토라고 주장한다. 그 베이징이 블라디보스토크가 중국영토임을 주장하지 않으란 보장도 없다.
과거 소련과의 냉전시절 닉슨은 중국을 미국 편으로 끌어들였다. 그 반대, 다시 말해 러시아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다는 거다. 헬싱키 회담의 숨은 주요 어젠다는 바로 미국과 러시아의 대 중국 공동전선구축이 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러면 헬싱키회담은 실패한 회담일까. 외교라는 측면에서만 볼 때 ‘A학점’을 주어도 좋다는 것이 싱크탱크 센터 포 아메리칸 그레이트니스의 진단이다.
워싱턴과 모스크바는 양측의 지배영역을 명확히 밝혔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서 시리아문제에 이르기까지 하나도 양보하지 않았다. 특히 높은 점수를 준 부문은 푸틴으로부터 북한에 대한 비핵화 압력 약속을 받아낸 것으로 이를 중국을 서태평양지역의 패권자로 결코 인정하지 않는다는 워싱턴과 모스크바의 묵계로 받아들였다.
“트럼프는 미국과 중국 간의 맞겨룸을 21세기의 메인 게임으로 보고 있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그는 러시아를 유용한 카드로 생각하고 있다.” 트럼프의 측근 스티브 배넌의 말이다.
다름이 아니다. 트럼프의 세계전략은 중국봉쇄에 맞추어져 있고 이를 위해 인도, 베트남, 그리고 러시아까지 끌어들여 대 중국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 정황에서 푸틴의 비위를 맞추려다가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스텝이 꼬여 최악의 구설수에 오른 것이다.
미국 이야기는 그렇다고 치고 한국으로 시선을 돌려보자. 들려오느니 온통 김정은 찬가다. “재벌 2,3세 중 김정은보다 나은 사람이 어디 있나.” 노무현 대통령시절 장관을 지낸 한 여권인사의 말이다. “백성의 생활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가 마침내 출연했다.” 대한민국 총리라는 사람이 한 말이다.
‘전체 북한 주민 중 10%, 260만이 노예인 나라, 그 최악의 나라의 세습 독재자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국제인권단체 2018 글로벌 슬레이버리 인덱스가 김정은에 대해 내린 평가다. 핵도 핵이지만 무지막지한 인권탄압을 북한 주민이 맞은 최대 비극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그 북한의 김정은에 대한 찬가가 여권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이다. 뭔가 나름의 대전략추구의 일환인가, 아니면…. 더 이상한 것은 그들을 향해 반역자니, 매국노니 하는 비난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것이다. 그 대한민국을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하나. 사상적으로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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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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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4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이건 무슨 궤변 입니까?
미국이 북폭 준비하는 일환이다 .
태극기노땅 20%가 과거의 노예겠지.
모지라 대한민국은 80%가 노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