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월요일 밤 9시 트럼프 대통령은 TV 리얼리티 쇼 스타 출신답게 연방대법원의 중도파 역할을 하던 앤서니 케네디 판사 후임으로 브렛 캐버노 워싱턴 DC 연방항소법원판사(53세)를 임명한다고 전국 방송망을 통해 발표했다. 고등학교 선생을 하다 법쪽으로 돌아 검사와 판사를 거친 그의 어머니와 주경야독으로 역시 변호사를 했던 아버지의 표정이 자랑스러웠던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1789년에 연방대법원이 문을 연 이래 대법원 판사를 거친 사람들 수는 120명 이내니까 대단한 가문의 영광일 것이다. 캐버노 판사가 예일학부와 예일대학 법대를 졸업하고 클린턴 대통령을 수사하던 특별검사팀에서 일하다가 조지 W. 부시 대통령 시절에는 백악관에서 일한 경험도 있는데다가 항소법원 판사를 12년 했으니까 잘 준비된 사람이라 즉각 상원의 인준을 받아야한다는 게 공화당의 입장이다. 물론 민주당의 입장은 정반대다.
2016년 초에 앤토닌 스칼리아 판사가 사망했을 때 오바마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했는데도 상원 다수당이었던 공화당은 청문회조차 열지 않고 있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직에 취임하자마자 닐 고서치를 임명하고 인준시킨데 대한 앙갚음 하고픈 감정도 있겠다. 더 중요한 이유는 1973년 연방대법원이 7대 2로 낙태를 합법화시킨 대법원 판례를 공화당 출신이면서도 낙태 관련사건들 판결에 있어서는 진보적 기록을 견지했던 케네디와는 달리 캐버노가 그 판례를 뒤엎거나 희석시킬 수 있는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법률의 위헌성에 대한 최종판결을 내릴 수 있는 대법원이 5대 4로 보수화되면 트럼프 퇴임 후에도 몇 십년동안 이민, 노동, 환경 등 모든 분야에서 트럼프의 유산이 계속 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세력들은 척 슈머 민주당 원내총무 등 상원의원들에게 캐버노의 인준을 반대하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연방대법원 판사의 임명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법원이 소위 아이비리그 법대 출신들의 소집합소라는 결론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워낙 헌법 자체에는 대법원을 포함한 연방법원의 판사들이 법과대학 출신이어야 된다는 규정이 없다. 법과대학들이 생긴 것이 19세기 초엽이었다. 그래서 그 전에는 변호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이미 변호사로 활동하는 사람 밑에서 법전을 읽고 변호사가 되곤 했었고 그들 중 연방상원의원들의 추천으로 연방판사가 된 사람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법학위가 없는 사람들이 대법원 판사들이 된 사례도 있었단다.
그러나 1832년에 하버드법대에서 학위를 받은 벤자민 커티스가 1851년에 대법원 판사로 임명된 것을 효시로 그 학교는 도합 19명의 대법원 판사들을 배출했다.
하버드 다음으로 예일법대가 손꼽힌다. 만약 캐버노가 상원인준을 받는다면 11명의 졸업생들이 대법원 판사석에 앉게 되는 것이다. 셋째는 7명의 동창생들을 대법원 명단에 올린 컬럼비아 법대이다.
세 명의 대법원 판사들을 길러낸 법과대학은 둘인 바 하나는 없어졌고 미시간 주립대 법과대학만 남아있다.
두 명의 대법원 판사들을 동창으로 가지고 있는 법과대학들은 여덟 곳인데 잘 알려진 학교들로는 버지니아대학, 노스 웨스턴 대학과 스탠포드 대학이 있다. 스탠포드 법대는 두 명의 동기생들이 대법원 판사가 되는 기록을 세웠다. 닉슨 대통령 시절 윌리엄 렌퀴스트가 대법원 판사로 임명되었다가 대법원장으로 승진되었고 샌드라 데이 오코너는 최초의 여성 대법원 판사가 된 기록을 남겼다.
만약 캐버노가 인준된다면 현 대법원은 예일 출신 4명, 하버드 출신 4명, 그리고 컬럼비아 출신 1명으로 구성된다.(괄호 안은 임명자 대통령)
하버드법대-존 로버츠 2세 대법원장(조지 W. 부시), 스티븐 브라이어(클린턴), 엘레나 캐건(오바마), 닐 고서치(트럼프)
예일법대-클라렌스 토마스(아버지 부시), 새무엘 얼리토(조지 W. 부시), 소냐 소토마이오(오바마), 브렛 캐버노(오바마)
컬럼비아법대-루스 긴즈버그(클린턴)
그런데 루스 긴즈버그는 85세이고 스티븐 브라이어는 곧 80세라서 그들에게 변이 생기거나 또는 은퇴한다면 트럼프가 진보성향의 두 사람을 보수계로 대치시킬 가능성은 진보계를 아연실색 시키기에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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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선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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