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il on canvas,280x450cm,1983(왼쪽), synthetic resin on canvas,162x130cm,1969.
독일 신표현주의 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Georg Baselitz(1938~). 그는 동독에서 태어나 18세 때 서독으로 망명한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내가 만든 물건은 어떤 이념도 표현하지 않고 회화는 그 자체로서 존재한다”는 주장을 펼치며 그는 비이성적 인간, 매너리스트, 정신병자들의 통찰력을 토대로 과감한 작품을 보여주었다. 회화뿐 아니라 나무 조각을 깎고 채색하는 작업 역시 그의 회화처럼 원시적이고 이교도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의 회화와 조각은 동독의 사회주의 사실주의 미술과 서독의 추상주의를 모두 거부하며, 19세기 미술사에서 소외된 표현주의에 뿌리를 둔다.
그는 1960년대 말 독일정치에 대한 분노를 작품으로 표현했다. 1963년 첫 개인전에서 외설스런 작품이 경찰에 압수되기도 했다.
<머리 위의 나무>를 발표하면서 대부분의 그림을 거꾸로 그렸다. 기존의 전통을 비웃듯 그의 작품은 관습에 대한 부정이자 자신의 내면세계에 대한 저항이었다. 또한 대상이 갖는 본래 의 미를 제거하고 상상력을 부여하는 의도는 회화의 순수한 시각성과 추상성을 마주치게 했다. 그가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거꾸로 뒤집힌 형상의 그림을 그리고 부터다.
그의 작품은 주로 괴기스러운 모습을 담아냈다. 이는 신표현주의 작가들의 주된 특징으로 현실을 이상화 시키기보다 추한 부분을 들추어 현실과 정면으로 대응하고자 했다. 신표현주의는 70년대 초기 예술활동을 지배하던 표현주의의 지나친 주관성을 배제하고 본질적이며 객관적인 자연스러움을 추구했던 미술사조다.
그는 거친 붓 터치와 그로테스크한 신체의 소재로 독일 사회의 모순과 자만을 폭로하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인간이 가지는 불안과 소외감을 담아냈다. 형상을 거꾸로 묘사함으로서 일상적이고 익숙해진 기성 가치에 대한 강력한 거부를 나타냈다. 인간의 외형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기는 가치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이다. 이것이 바젤리츠의 휴머니즘이다.
oil on canvas,256x306cm,2006(왼쪽), oil and tempera on canvas,146x114cm,1981.
그는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의 회화는 분열되고 해체된 형태로 담아졌다.
<분열된 회화>시리즈는 회화의 구조적인 해체로 화폭이 검은 선으로 나누어져 두 면으로 분리되어 있다. 마치 접이 그림에서 두 화폭이 맞지 않은 것처럼. 표현 양식의 차이는 있지만 의미는 거꾸로 그린 형상 그림과 맥락을 같이 한다.
그는 인간의 신체를 극단적으로 곡해했다. 그것은 독일인들이 이상으로 여기는 가치가 왜곡되었음을 뜻한다. 독일이 경제적 성장을 거두면서 자신감과 게르만인의 정체성을 되찾았지만 내적 가치에 대한 회복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는 분열된 회화 시리즈를 통해 독일을 구원할 정신적 가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회화에서 주로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을 담아냈지만 형상의 왜곡을 통해 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자 했다. 표현주의 전통에 기초한 독창적인 회화 기법을 통해 사회의 위선과 잘못된 역사관을 바로 잡고자 했다. 인간의 형상을 반복해 그리며 진정한 인간성이 부재한 사회에 일침을 가하며 회복하고자 했다. 당시 독일의 양분화된 이데올로기를 화합하는 새로운 예술방식을 추구한 것이다.
이 전시는 미국에서 처음 갖는 그의 대규모 회고전이다. 유럽과 북미의 개인 소장가 및 공공기관의 협조로 회화, 조각품 등 100여점을 전시한다. 그의 80회 생일을 기념하는 60년 작업의 결과물이다. 큐레이터는 스테판 아퀸Stephane Aqin.
50년대 시작하여 오늘에 이른 그의 작품은 세계사의 변화무쌍한 내용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급진적 자유의 상징인 그의 풍부한 지식과 교양을 토대로, 이론화를 거부하는 그의 호기심으로 태어난 작품들이 우리를 사로잡는다. 근래 보기 드문 양질의 전시다.
●도정숙
뉴욕, 서울, 워싱턴, 파리에서 30여회의 개인전을 가짐. 세계 각지에서 국제 아트 페어와 200여 회의 그룹전 참가. KBS, 월간 미술경제지 ART PRICE, 월간 대전예술에 미술 칼럼 기고 중. 저서로 <그리고, 글>이 있다.
<
도정숙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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