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에게 있어 그림이란 언어이다. 말을 못하거나 표현이 서툰 아이일수록 더욱 그림언어는 탁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언어가 아닌 아동이 스스로 습득한 또 다른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활동이다. 어른들의 수준 높은 언어의 장벽과 강자에 대한 두려움과 낯설음 등에 부딪칠 때 그림은 자신을 드러낼 수 있는 안전한 출구가 되어준다. 아동은 언어보다는 미술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세계와 관련된 상상과 욕구, 즐거움 등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아동미술은 아동발달과도 매우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 사람들은 종종 미술치료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미술치료가 정말로 아동을 치료 할 수 있는 지를 묻는다.
아동에게 미술치료가 왜 필요한 것일까?
그 이유는 아동이 자신의 내적 상처에 대해서 스스로 말로 표현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게 되고 방치된 마음의 병은 더욱 깊어지는 우려가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인간발달 과정상 아동은 스스로 해결하는 자가치유와 자기돌봄의 기술이 턱없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아동 내면에 억눌려 있던 공격성이나 갈등들을 미술활동으로 분출시키며 문제의 진행을 예방할 수 있어 미술치료는 아동에게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또한 장애로 판명 받은 아동들에게 장애의 진행과 퇴행을 막기 위하여 오랜 약물치료나 정신치료에서 지치고 허약해 질 수 있는 자아를 보살피고 성찰하게 하는 자기돌봄의 차원에서 미술치료가 필요하다. 아동에게 있어 그림은 말로 하기 싫은 상황이나 자신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는 내면적 심상을 표현하는 의사소통의 수단으로 통한다.
아동의 그림에는 모든 아동의 주변환경 그리고 정서적 불쾌감, 희노애락의 감정과 신체적 고통 등이 색, 형태, 공간의 구성을 통해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여기서 주변환경이란 아동과 가족과 학교와 같이 아동 삶 속에서 만나는 모든 이들 그리고 그 밖의 미디어도 넓게 포함한다. 그림은 생활주변에서 가장 밀접한 표현방식이며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매개체로써 그림으로 표현해낸 심적 욕구를 그냥 모르고 방치한다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그림은 심성이다‘라고 말하는 수많은 심리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미술치료를 경험하면 그 말이 자신 입에서 나올 것이다.
미술치료는 특히 아래와 같은 아동에게 효과적이다.
·말로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아동
·상처나 트라우마를 겪은 아동
·주의가 산만한 아동
·과다한 행동을 하는 아동
·짜증 및 화를 잘 내는 아동
·고집이 세고 싸움을 자주 일으키는 아동
·애착의 문제가 있는 아동
·자신감이 없고 위축되어 있는 아동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에 어려움이 있는 아동
·부정적인 성향이 강한 아동
·매사에 흥미가 없는 아동
·우울한 아동
미술치료에서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통해 내적 갈등을 드러내고 해결해 가도록 치료사는 아동이 그림을 그리는 동안 곁에서 의식적으로 아동의 활동을 면밀히 관찰하고 체크하는 집중력이 매우 중요하다. 아동이 미술활동을 맘껏 놀고, 표현 할 수 있는 자유의 치유과정이라는 느낌이 들도록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미술치료 안에서 무조건적이면서 허용적인 표현의 자유 기회를 제공해 주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아동이라는 대상을 대하는 치료사의 끈기와 아이에 대한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 아동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도 분명히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가 그리는 모든 게 다 큰 의미를 지니는 것은 아니다. 너무 치료사와 보호자들이 그림에 집착하고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면 위험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아동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미술치료는 아동에게 있어 딱딱한 치료가 아니라 숨을 쉬는 공간과 행복을 느끼는 자유의 공간 그리고 자신을 받아주고 인정해주는 천국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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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윤선 미술치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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