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 찬스 제로-유효 슈팅 제로’ 기록하며 스웨덴에 0-1 무릎
▶ 히딩크, 0-0이던 해프타임 때 “한국이 이기는 건 불가능” 예언
손흥민이 스웨덴 수비수 사이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AP]
신태용 감독의 ‘트릭’은 결국 허무한 실패로 돌아갔다. [AP]
후반 20분 김민우의 태클로 스웨덴의 빅터 클레손이 넘어지면서 결승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얻어내고 있다. [AP]
“첫 5~6분간은 한국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경기가 계속될수록 한국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이끌었던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이 한국-스웨덴전 해프타임에 내린 냉철한 평가다. 이번 러시아 월드컵에서 팍스 TV의 해설위원으로 월드컵 중계에 참가하고 있는 히딩크 감독은 18일 한국과 스웨덴의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 해프타임 도중 전반전 경기내용을 분석하면서 “한국이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못 박아 말했다.
그 때 당시 스코어는 0-0이었다. 사실 누가 이긴다고 장담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히딩크 감독은 이미 전반에 한국이 보여준 경기력으론 스웨덴을 이기기가 불가능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은 전반에 제대로 된 찬스는커녕 유효슈팅 하나도 없었고 일반 슈팅도 달랑 1개에 불과했다. 100% 스웨덴의 골이나 다름없는 위기였던 전반 20분 골키퍼 조현우의 ‘수퍼 세이브’가 아니었다면 이미 뒤져 있었을 상황이었다.
그리고 물론 히딩크 감독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한국은 골키퍼 조현우의 선방 덕에 버텼지만 후반 20분 비디오부심(VAR)에 의한 판정 번복으로 페널티킥을 선언받아 스웨덴에 결승골을 내주고 0-1로 무릎을 꿇었다. 한국 공격은 후반에 슈팅 4개를 기록했지만 이중에도 유효슈팅은 하나도 없었다. 경기 내내 상대 골문 안쪽으로 단 하나의 슈팅도 때리지 못했으니 애당초 이기는 것이 불가능했던 경기가 맞았다.
전날 멕시코가 같은 조 최강 독일을 꺾는 바람에 이미 어두워졌던 한국의 16강 도전 꿈은 이제 스러지는 것이 시간문제가 됐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그동안 평가전에서 단 한 번도 테스트하지 않았던 스리톱 ‘깜짝 카드’를 꺼내들었다. 장신의 김신욱을 원톱으로 손흥민과 황희찬이 양쪽 측면 공격수로 나서는 것이었다. 신 감독은 이달 초 볼리비아와 평가전을 마친 뒤 김신욱을 투입한 것을 “일종의 트릭(속임수)”이라고 말했지만 그것은 언론을 상대로 거짓정보를 흘린 ‘더블 트릭’을 구사했던 셈이 됐다.
그뿐 아니라 미드필드전도 예상을 벗어났다. 기성용-이재성과 함께 그동안 중용하지 않았던 구자철을 선발로 내보냈다. 스웨덴전을 앞두고 유난히도 정보노출을 막기 위해 머리를 썼던 신 감독은 결국 한 번도 실전에서 테스트 하지 않은 라인업을 들고 월드컵 첫 경기에 나선 것이었다.
당연히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히딩크 감독의 말처럼 초반 5~6분은 한국의 예상 못한 라인업과 공격패턴에 스웨덴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으나 스웨덴 수비가 이런 깜짝 전술에 적응한 뒤론 한국은 제대로 된 공격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미드필드에서 패스전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한데다 수비치중 작전으로 손흥민까지 내려와 수비에 가담하다보니 역습 시 빠른 공수전환이 이뤄지지 않아 찬스다운 찬스를 만들어낼 수 없었다.
또 왼쪽 풀백 박주호가 전반 중반 햄스트링 부상으로 물러나는 바람에 김민우를 투입해야 한 것도 불운했다. 지난 두 차례 평가전에서 계속 수비 위치선정 불안과 부정확한 크로스 문제를 드러냈던 김민우는 이날도 자신감을 되찾지 못한 모습이었고 결국은 결승골로 이어진 페널티킥을 헌납하는 반칙을 범했다. 오른쪽 풀백 이용도 경기 내내 계속 크로스를 올렸지만 이날 제대로 올라간 크로스는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또한 신태용 감독이 그동안 비장의 무기처럼 꼭꼭 숨겨뒀던 세트피스도 별다른 것이 없었다. 도대체 무엇을 감추겠다고 그리 꽁꽁 싸매고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이날 경기에서 한국의 가장 좋은 득점 찬스는 종료직전인 후반 추가시간에 이재성의 헤딩 패스를 받은 황희찬의 헤딩슛 정도였고 그 외엔 골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장면조차 볼 수 없었다. 반면 스웨덴은 총 15개의 슈팅을 때렸고 이 중 5개가 유효슈팅이었으며 결승골이 된 페널티킥을 제외하고도 두 차례 결정적인 슈팅을 기록했다.
결과적으로 신 감독의 깜짝 전술은 스웨덴의 공격을 막기 위한 방책이었을 뿐 공격에서 한국의 장점인 스피드와 기동력은 전혀 살려주지 못한 ‘맞지 않는 옷’이었다. 특히 에이스 손흥민은 너무 수비에 자주 가담하면서 공격의 흐름을 타지 못했고 후반엔 아예 필드 중앙에 갇히다시피 해 볼을 잡고 제대로 드리블할 기회조차 없었다. 한국팀 최고의 무기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돼 버린 것은 감독의 작전미스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신 감독은 경기 후 “신장이 좋은 김신욱까지 수비에 가담해 스웨덴의 세트 피스를 막아내고, 후반전 빠른 역습으로 상대의 뒤 공간을 노리려 했으나 생각처럼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제 한국의 남은 상대는 세계랭킹 1위인 독일을 꺾은 멕시코와 그 패배로 잔뜩 독이 오른 최강 독일이다. 사실상 16강 진출은 어려워진 상황이기에 이젠 얄팍한 트릭을 앞세울 생각을 버리고, 질 때 지더라도 화끈한 정면승부로 제대로 한 번 싸워보겠다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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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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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질하고 용수형 데리고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