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반 35분 로사노 결승골로 1-0…대이변 연출
▶ 한국, 러시아 월드컵 16강 시나리오에 ‘먹구름’
17일 벌어진 독일-멕시코 경기에서 멕시코의 이르빙 로사노가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거함 독일을 침몰시킨 결승골을 넣고 있다. [AP]
멕시코가 디펜딩 챔피언 독일을 꺾는 대 파란을 일으켰다. 이들과 같은 조로 18일 아침 스웨덴과 첫 경기에 나서는 한국으로선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이변이 나오면서 머리에 그렸던 16강 진출 시나리오가 통째로 꼬이고 말았다.
멕시코는 17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루즈니키 스테디엄에서 벌어진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 F조 1차전에선 전반 35분 터진 이르빙 로사노의 천금같은 결승골을 끝까지 지켜 FIFA랭킹 1위의 ‘전차군단’ 독일에 1-0으로 승리했다. 조 최강팀을 상대로 기대하지 못했던 승점 3을 챙긴 멕시코는 F조 1위로 올라서며 월드컵에서 7연속 16강 진출에 청신호를 밝혔다. 반면 월드컵 2회 연속 우승에 도전하는 독일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격을 맞아 남은 스웨덴, 한국과의 조별리그 2, 3차전이 갑자기 ‘머스트-윈’ 경기가 됐다. 독일을 상대로 조별리그 최종전을 치러야 하는 한국 입장에선 전혀 원치 않았던 시나리오다.
이날 멕시코는 독일을 상대로 초반부터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섰다. 볼 점유율에서는 독일이 6대4로 우세를 보였지만 선수 전원이 쉬지 않고 맹렬하게 뛰며 독일의 공세를 막아낸 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전광석화 같은 스피드로 역습에 나선 멕시코가 결정적인 찬스는 더 많이 만들어냈다. 독일은 직전대회까지 7차례 월드컵 첫 경기에서 7전 전승 행진을 이어왔으나 이날은 멕시코의 수비벽을 뚫지 못하고 영패를 당해 월드컵 첫 경기 승리행진에 급제동이 걸렸다. 또 독일이 월드컵에서 셧아웃으로 패한 건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4강전에서 스페인에 0-1로 진 이후 8년 만에 처음이다.
멕시코는 경기 시작 1분 만에 로사노가 페널티박스 안 왼쪽에서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경고 사격’을 했다. 비록 수비수에 맞고 골라인 아웃됐지만 그것은 진정한 의미의 ‘경고 사격’이었다. 로사노는 전반 35분 거의 똑같은 지점에서 이번에는 오른발 슈팅을 정확히 독일 골문 왼쪽 하단 코너에 꽂아 넣어 ‘전차군단‘을 침몰시킨 결승골을 뽑아냈다.
경기 흐름은 조직적인 패스로 중원을 장악한 독일의 주도적인 페이스로 전개됐으나 멕시코도 만만치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빠르고 정확한 패싱으로 독일의 압박을 풀어내며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공간을 찌르는 빠른 스루패스로 역습에 나섰다. 생각보다 예리한 멕시코의 공세에 독일 수비수들은 흔들리는 기색이 역력했다. 특히 중앙에서 카를로스 벨라와 최전방 치차리토 에르난데스, 그리고 왼쪽 날개로 나선 로사노가 활발하고 날카로운 움직임으로 독일 수비진을 혼란에 빠뜨렸다. 치차리토는 전반 17분 역습 과정에서 페널티박스 안에서 결정적인 슈팅찬스를 잡았으나 순간적으로 슈팅 타이밍을 놓치면서 절호의 찬스를 놓치기도 했다.
이날 승리를 가른 골도 역습 상황에서 나왔다. 전반 35분 자기 진영에서 볼을 따낸 멕시코는 단 3번의 패스 콤비네이션으로 독일 진영을 돌파했고 페널티박스 왼쪽에서 치차리토의 패스를 받은 로사노가 중앙으로 꺾으며 수비수를 따돌린 뒤 날카로운 오른발 슈팅으로 독일 골네트를 흔들었다.
독일은 실점 3분 뒤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얻은 프리킥을 토니 크로스가 멕시코 골문 오른쪽 상단 구석으로 예리하게 때렸으나 볼은 몸을 날린 멕시코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의 손끝과 크로스바에 잇달아 맞고 튀어나와 동점골을 놓쳤다.
독일은 후반 들어 실점 만회를 위해 더욱 공세를 강화했으나 멕시코의 촘촘한 수비에 막혀 좀처럼 결정적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오히려 멕시코가 공격 치중으로 허술해진 독일의 후방을 노리는 역습으로 수차례 득점 찬스를 만들었다. 후반 12분 역습에서 치차리토와 벨라가 수비수 1명을 상대로 결정적 찬스를 잡았으나 치차리토의 마지막 패스가 부정확해 땅을 쳤다. 치차리토는 후반 25분에도 역습으로 골 찬스를 잡았으나 페널티박스 안에서 독일 수비수와 몸싸움 도중 넘어졌고 페널티킥 판정도 얻지 못했다.
이후 독일은 파상공세로 멕시코 골문을 노렸으나 결정적인 슈팅이 계속 빗나갔고 후반 44분에는 대포알같은 슈팅이 골대를 맞고 튀어나오는 등 골운마저 따르지 않았다. 결국 후반 슈팅 수 17-3의 일방적인 경기에도 동점골을 얻지 못하면서 독일은 월드컵 2연패 도전을 첫 경기 패배로 시작하게 됐다. 또 남은 두 경기에서 전승을 거두지 못할 경우 2002년 프랑스, 2010년 이탈리아, 2014년 스페인에 이어 2000년대 월드컵에서 4번째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디펜딩 챔피언이 될 위기에 놓였다.
한편 이날 멕시코의 승리는 한국 입장에선 최악의 시나리오다. 독일이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승리한다는 가정 하에 스웨덴과 멕시코를 상대로 1승1무 이상을 거둬 16강에 오른다는 것이 기본 계획이었지만 멕시코가 독일을 꺾으면서 한국은 사실상 스웨덴과 멕시코를 모두 꺾지 못하면 16강 진출이 힘들 전망이다. 게다가 독일전에서 나타난 멕시코의 전력은 한국보다 강해 보였고 여기에 상처 입은 거함 독일과 최종전을 치러야 하는 등 첩첩산중을 맞게 됐다.
한국으로서는 일단 18일 스웨덴과의 1차전부터 사실상 배수진을 치고 나서야 하게 됐다. 무조건 이겨야 16강행 희망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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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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