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동네에서는 꿈이 없어요.” 이민 온 지 얼마 안 된다는 어느 아줌마의 하소연이다. 내 집을 마련한다는 건 상상조차 힘들고 물가 교통 이런 것들과 싸우기에도 이젠 지쳤다는 거다. 그러다보니 아이들 교육 뒷바라지도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 그래서 부부가 머리를 맞대고 생각한 결론은 여기를 떠난다는 거다. 어떻게 해서 애초에 이동네로 이민 온지는 모르겠다만 이민을 두 번하는 기분이란다.
앨라배마 아니면 조지아 주 어느 도시를 하나 선택할거란다. 현대와 기아 자동차가 미리 닦아놓은 덕분에 우리 한인들에게는 든든한 그 동네 어느 한곳에 가서 한국식당을 차려 운영한다는 게 그들의 계획이다. 그래서 중학교에 막 입학한 아들과 함께 남편은 선발대로 떠났다. 그래서 ‘여기다!’ 라고 당기는 곳을 찾으면 따르릉 전화가 오기로 되어있단다.
전화벨소리와 함께 꿈의 둥지를 꿈꾸는 아줌마는 바빠진다. 이사 가는 마지막 점검을 해야 된다. 남편은 아들과 함께 날아온다. 그러면 4식구 새로 구입한 기아 미니밴 세도나를 타고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우선 엘에이에 가서 한 이틀간 쉬면서 먹자파티다. 장사를 시작하면 언제 다시 4식구가 마음 편하게 오붓한 여행을 할지 모르는 마당에 이번에 떠나는 길을 아예 멋있는 여행으로 생각하자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애리조나로 텍사스로 그리고 루이지애나를 통과한다. 루이지애나에는 말로만 듣던 뉴올린스가있다. 그 유명하다는 버번 스트릿에 가서 먹자판이다. 다음은 거기에서 이틀이나 삼일 후 꿈이 담긴 ‘새로운 고향’ 에 도착한다.
...행복한 꿈속에 젖은 아줌마의 얼굴은 편안해 보인다. 그동안 고마웠다고 어린 딸의 손을 잡고 나가면서 인사를 한다. 고마울 것 별로 없는데, 그저 아는 것 한 둘 대답해주었을 뿐인데...
한때 미국사람들의 꿈의 나라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사람들은 이 아줌마네 식구들만이 아니다. 한국의 경제인 협의회와 비슷한 베이지역 비즈니스 CEO 들로 구성된 Bay Area Council 에서 조사한 통계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6년까지 캘리포니아를 떠난 인구는 6백만 명이나 된다. 그리고 같은 기간 중 캘리포니아로 찾아온 인구는 5백만 명.
나가는 사람들은 주로 이곳에 견디기 힘들어 할 수 없이 떠나는 층과 은퇴하는 노년층. 들어오는 사람들은 대학은 물론 석사 박사학위로 든든하고 기다란 문교부 끈으로 감싼 젊은 고소득층.
더구나 베이 에어리아 지역 통계는 자그마치 주민 46%가 향후 몇 년 내로 이곳을 떠난다는 목표를 갖고있다는거다. 이중 24%는 아예 캘리포니아와 굿바이다. 지긋지긋한 교통지옥, 비싼 거주비, 높은 물가, 그리고 무주택자들 등등이 주로 지적하는 이유다. 결국 貧과 老는 떠나고 젊음과 富는 모여든다. 젊은이들의 양지로 변한다.
하지만 도시 인구 이동은 다만 지금만 발생하는 이변이 아니다. 옛날에도 그랬다. 40여 년 전에도 이 지역 은퇴하는 노년층이 오랜 생활 속 추억이 담긴 집을 팔고 변두리 값싼 주택을 구입해서 여생을 보내는 그런 이동 항상 보아왔다. 빈 둥지(Empty Nest)를 맞이한 부모들이 집규모를 줄여 이동하는 경우도 항상 있는 일이다.
그러나 요즘같이 젊음을 포함한 대이동은 분명 이변이다. 그리고 그 이변은 우리들 생활패턴에 많은 변화를 가져 올거다. 우선 하얀 식탁 테이블보 외식업이 고생할거다. 한 시간 두 시간 유명 요리사와 노닥거리는 그런 식당들은 굿바이할 채비를 해야 될 거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스피드가 문제다. 참을성이 없어진다. 이건 다만 하나뿐, 많은 변화가 온다. 한국의 유명 정치가 손학규 전의원이 주창한 저녁이 있는 삶도 그리 만만치 않을 거다.
그분의 아이디아는 아마도 엄마의 솜씨가 담긴 저녁 식탁에 식구들이 모여 오순도순 하루의 일과를 서로가 주고받는 그런 삶을 뜻하겠지만, 글쎄요, 땅도 비좁겠다. 어쩌면 홍콩같이 부엌이 없는 주택들이 즐비하게 들어서는 그런 시대가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을 거다.
아! 칼리파. 별의미는 없고 다만 싸운즈 굿. 낭만적이라기보다는 그 옛날 흔히 말하던 약간 이국적이랄까. 캘리포니아는 좀 그래서 한번 바꾸어본 것뿐이다. 그러니까 ‘굿바이 칼리파...’ 는 ‘굿바이 유노우.’
<
신해선 칼럼니스트>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