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남·북한 종전 논의를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전 (停戰,truce)또는 휴전(休戰,armistice)은 당사국 합의하에 일시적으로 전투를 정지하는 국제법상 여전히 전쟁상태를 의미한다. 반면, 종전(終戰)은 전쟁의 완전한 종식을 의미한다. 정전에서 종전 상황으로 바뀌게 되면 전쟁이 완전히 끝났다는 뜻이 된다. 후속 조치로 정치적인 평화조약(peace treaty)만 남아 있을 뿐이다.
북한, 중국, 유엔군(미국)간의 정전협정이 맺어진 지 65년, 2005년 9.19공동성명과 2007년 2.13합 의, 10.3합의를 끝으로 북·미관계는 진전 없이 오늘날 까지 대북제재, 한미연합 군사훈련,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등으로 표출되어 왔다. 그러나 북·미 적대 관계가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북한의 ICBM 발사 실험 성공 후 최근 미국의 달라진 대북 정책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 ‘전쟁반대노조협의회’(US Labor Against The War)는 마이클 아이젠셔(Michael Eisenscher) 제안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과 의회에 북한과의 전쟁상태를 종결짓는 협상을 진행하라는 성명서를 발표 하며 12일 북·미협상에서 미국이 북한의 주권과 체제를 보장해주는 것에 기반하여 한반도 비핵화 실현 내용을 주문하고 있다. 또한, 한국, 일본, 궁극적으로 미국의 수백만 사람들의 삶을 도탄에 빠뜨릴 재앙을 막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대치상황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북한 ICBM 발사와 함께 북 한에 대한 전쟁 반대와 평화협정 체결, 실효성 없는 대북제재 반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가게 되면 평화협정은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것이므로 정전협정 60조에 규정 된 것처럼 ‘한반도에서 모든 외국군대의 철수’ 문제가 논의 된다. 물론 평화협정 협상 과정에서 당사국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어떤 식으로 결론 날지는 알 수 없지만 미군 철수 문제가 평화협정의 핵심적인 내용 가운데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다. 문제는 주한미군 철수가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느냐 이다. 미국은 주한미군이 북한은 물론 중국을 견제하는 주요 수단이며 동북아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 수단이기 때문에 당연히 주한미군 주둔을 원한다. 한국 정부와 일본 역시 미국과 같은 입장이다. 반면, 주한미군이 보유한 무기나 연례 합동훈련의 성격과 규모 등이 북한은 물 론 중국과 러시아까지 자극하고 있어 동북아 군비경쟁을 유발하고 전쟁의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북한, 중국, 러시아는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럼 미국은 왜 정전협정을 체결했는가. 미국은 전황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경우에는 전쟁을 계속했지만 불리해지자 곧바로 협상에 돌입했다는 점이다. 인천상륙작전 성공 후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이 전 부대에 북진작전 명령을 하달했다. 유엔군의 북진은 중국을 자극했다. 주은래 중국 수상은 유엔군이 38선을 넘는다면 중국은 전쟁에 개입하겠다고 선포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를 무시하고 북진을 계속했다. 10월 24일 “전 병력을 투입해 최대한 빨리 압록강과 두만강 선까지 진격하라”는 이른바 ‘추수감사절 공세’ (Home by Thanksgiving)를 개시했다. 추수 감사절 공세는 막대한 피해로 끝이 났다. 그러나 맥아더 사령관은 여전히 전황을 낙관하고 11월 24일 이른바 ‘크리스마스 공세’(Home by Christmas) 작전을 명령했다. 그러나 2차 총공세 바로 다음날 북한군과 중국 인민지원군이 총반격에 돌입하면서 유엔군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실제로 정전협상이 개시되기 직전인 1951년 6월까지 미국은 78, 800명의 인명손실, 100억 달러를 상회하는 전쟁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이는 미국이 제 2차 세계대전 첫 1년 동안 입은 손실의 두 배가 넘었다.
두 차례 대공세가 실패로 끝나자 정전카드를 꺼냈다. 1951년 6월 미국은 본격적으로 소련과 물밑 접촉을 시도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이런 움직임을 격렬히 반대했다. 6월 9일에 38선 휴전 결사반대를 선언하였고, 6월 27일에는 그로미코 소련 외무차관의 휴전 제안 성명을 거부하였다. 결국 유엔군과 북한군, 중국 인민지원군은 한국 정부를 배제한 채 정전협정을 체결하였다.
지금까지의 북·미 합의에서는 말 대 말,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의 축소와 북한 안전보장이 함께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2007년 북·미 대화가 중단된 후 북한은 더 많은 핵 과 미사일을 보유한 상태가 되었다. 현 시기 북한은 세계 비핵화 전에 자신의 핵과 미사일을 폐기할 생각이 없다는 입장을 확고히 밝힌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핵폐기 대신 핵동결이 현실적 목표라는 주장이 갈수록 힘을 얻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지금 북·미관계가 오바마 때와 다를 바 없다면 북한은 핵 무력을 끊임없이 강화할 것이며 북한의 핵동결에 상응하는 대가는 점점 커질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북한과의 대화는 동북아시아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이 더 많은 것을 내주는 형태로 진행될 확률이 높다. 미국 내 이러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는 현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과연 북·미 관계의 변화를 어떻게 결단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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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국 정치 철학자,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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