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 팝 워싱턴 한인 차세대 뮤지션에게 묻다

K-팝에 대해 인터뷰에 응한 워싱턴 한인 차세대 뮤지션. 왼쪽부터 박애리, 모건 마요로스, 강지은 양.
현란한 안무와 강렬한 힙합비트로 무장한 방탄소년단(BTS)이 지난달 한인 가수 역사상 최초로 ‘빌보드 200’ 차트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미 전역의 음원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 언론은 지난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이후 침묵을 지켜왔던 K-pop(K팝)이 방탄소년단이라는 최정예 댄스그룹으로 또 다시 큰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저스틴 비버 등 세계적 팝 스타들을 제치고 실물 앨범 10만장, 11개의 타이틀곡 스트리밍 수만 3억9,100만 여건에 달하는 기록을 세운 BTS의 돌풍은 K팝이 미 대중음악계를 흔들만한 저력을 갖고 있음을 증명해내고 있다.
모든 기성세대가 한창 젊었던 시절을 회상할 때 마다 떠올리는 애창곡을 갖고 있듯이, 요즘 디지털 스마트 세대들은 언어와 문화적 한계성을 넘어 각 분야로 녹아들고 있는 K팝의 강력한 소용돌이 속에 지금 그들의 젊음을 정의내리고 있다. 한류(Korean Wave). 그리고 그 큰 물결을 주도하고 있는 K팝. 언어마저도 다른 한국 대중음악인 K팝에 미국사회와 워싱턴 한인 차세대들은 무엇을 배우고 있을까.
K팝을 주제로 다양한 공연활동을 해온 워싱턴의 한인 청년세대들. 이들에게 K팝은 어떠한 의미와 자부심으로 다가오고 있는가. 또 수도 워싱턴은 K팝 문화를 수용하고 소비할 수 있는 공연문화와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고 있는 것일까. 현재 K팝을 소재로 공연활동을 하는 청년 뮤지션들에게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2세 한인들이 생각하는 K팝이란 무엇인가?
▲강지은= K팝은 어린이부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따라하고 즐길 수 있는 대중음악이다.
단순히 쉽게 들으면서 귀가 즐겁고, 춤을 출 수 있는 음악이란 사실만으로도 미국에서는 충분히 인기를 끌을 수 있는 요인이 된다.
사실 미국의 대중음악, 특히 힙합이란 음악들의 소재라는 것이 마약과 총기, 이성에 대한 성적인 발언, 욕설, 범죄를 옹호하는 주제와 가사들이 많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부르거나 듣기에는 한인의 정서상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K팝은 단순하지만 중독성 있는 비트와 함께 재미있는 가사들, 감성을 자극하는 표현들이 담겨있기 때문에 친구들과 함께 부르고 공감할 수 있는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다.
▲모건= K팝은 가수로서 공연을 하는 데도 큰 영감을 준다. 이미 초등학생 때부터 SES, 베이비 복스, 서태지와 아이들 등 1세대 아이돌 그룹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자라온 터라 이들의 가사와 안무, 공연 스타일에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K팝 가사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회 속 문제와 부도덕, 정의 회피 등을 비판하는 의식은 노래를 부르고 싶고, 만들고 싶은 영감의 소재가 되기에 충분했고, 현재도 음악활동을 하는데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 미국 대중들이 K팝에 빠지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나
▲강지은= 그렇다. 2012년 싸이(PSY)의 강남스타일이 미국에 상륙했을 때 미국인 친구들은 한결같이 ‘재미있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그간 미국사회 내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이 존재하고 있다면, 당시 강남스타일의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달된 한국의 희학적인 요소들은 주류 및 다른 인종들로부터도 동일한 감정의 공감대를 엮어냈고 미국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이다.
▲박애리= 그러나 분명히 K팝의 인기가 미국에서 한순간에 이뤄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간의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장기간에 걸쳐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인적, 물적인 네트워킹과 교류가 있어왔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90년생이지만 초등학교때부터 친구들과 K팝을 들은 경험, 그것을 놓고 그들과 이야깃거리 소재로 대화해 왔다. 그만큼 장기간에 걸쳐 K팝은 어린세대를 거쳐 미 엔터테인먼트 산업분야에 뿌리를 내려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시 K팝이 큰 전환점, 계기를 맞은 것에는 역시 강남스타일이 첫 시발점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 K팝에서 비춰진 스타들의 모습은 미국인들에 어떠한 평가를 받고 있나?
▲박애리= 미국인 친구들이 보는 K팝 가수들, 특히 아이돌 가수를 보면 하는 말이 ‘정말 다재다능하다(So, Talented)’는 이야기를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국의 아이돌 스타들은 노래만 부르지 않는다. 연기도하고, 예능, 뮤지컬 등에까지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기도 한다.
미국에서도 이렇게 다방면에서 활동하는 연예인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한국 아이돌 스타들은 완벽한 몸매에, 인형 같은 얼굴로 뮤직비디오를 통해 나타나 한국인의 완벽한(Perfection) 이미지를 전달한다. 많은 또래, 혹은 어린 세대들이 자연스러운 외모, 이미지 보다는 K팝에서 제시되는 가공된 파격적인 외형적 가치들에 열광하고 있고, 일부는 질투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근래에는 한국인은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재능도 많아 못하는 것이 없다는 고정관념(stereotype)을 가진 미국인 친구들도 생겨날 정도다.
- K팝의 인기에 부정적인 효과도 존재한다는 것인가? 가장 우려되는 점은 무엇인가
▲박애리, 모건= 미국사회, 대중을 먼저 이해해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례로 K팝에서 사용되는 힙합(Hip-Hop)은 원래 미국 흑인들의 음악이다. 힙합을 소재로 한 K팝들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국가적으로 또 소속사들에 큰 수익을 가져오고, 가수들도 그만큼 명성을 얻고 있지만, 누구하나 음악적 영감을 이야기하며 흑인음악에 대해 인정하는 발언이나 혹은 존경(Respect)을 표하지는 않는다.
미국사회 내 K팝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반정서 혹은 감정들을 야기할 지도 모르는 요인들을 미리 파악하고 대처해 나가자는 뜻이다.
당장 주변의 흑인들과 대화해보면 벌써부터 K팝에 대한 이들의 의견 속에는 자신들의 문화적 자산이 무단으로 도용되고 있다는 의미, 즉 문화적 전유(Cultural Appropriation)를 지적하는 비판이나 반발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슈퍼팝스타인 브르노 마스(Bruno Mars)도 흑인 음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한다는 논란이 있은 후에는 자신의 히트곡을 이야기 할 때 항상 흑인 음악가들을 언급하며 영감을 얻었다는 표현한다. 그만큼 미국 사회 내 주류문화에 대한 이해와 동의를 얻는 작업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사회 속 한인으로서, 또 K팝을 사랑하는 팬으로서 갖고 있는 염려는 K팝의 팬덤(Fandom)이 이제 세대구분이 아닌 다양한 문화 속에 있는 인종들로 확산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화적 이해작업이 없이는 자칫 K팝이 한국인, 아시아인과 타 인종을 구별을 짓는 장벽의 역할을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 K팝의 인기는 한인 2세로서 자부심을 심어주는가
▲강지은= 태권도 사범이기 때문에 직장에서 다양한 인종의 어린친구들이 K팝을 듣고 질문을 해온다. 가사의 의미, 뮤직비디오 장면들, 한국의 상품 브랜드와 특정 지역, 장소에 대한 이야기들을 물어오곤 한다. 코리안-아메리칸 3,4세에 해당하는 친구들도 이미 K팝, 또는 드라마를 보고 한국을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는 상황이다.
그것을 지켜보면서 올바로 한국의 문화 잘 알려주도록 지도하려 노력하고 있고, 또 나 자신도 공부하게 된다. 누가 요구하거나 시키지 않았는데도 다민족의 다음세대들이 한국의 문화를 습득하고 이해하려는 움직임을 볼 때 뿌듯하다.
▲박애리= 친구들, 주변 미국인들이 K팝을 접한 뒤 질문해 올 때, 신기하기도 하고 자랑스럽다는 생각을 갖는다. K팝과 관련된 뮤직비디오는 이제 식당이나 클럽 등 공공장소에서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에 함께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설명해줄 때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갖는다.
- K팝 뮤지션으로서 워싱턴 지역에서 활동은 어떤가
K팝을 노래하고 춤추는 가수이지만 정작 DC에서는 정말 많아야 연간 5번 정도의 공연기회를 갖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은 K팝 스타들의 콘서트를 볼 기회도 자주 열리는 편이 아니기 때문에 음향시설과 조명 등을 갖춘 공연장을 찾기란 매우 힘들고, 찾는다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결국 많은 공연기회를 갖지 못하게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워싱턴 일원에 2세 한인들을 포함해 많은 학생과 청년들이 스마트 폰과 같은 기기를 이용해 K팝을 접하는 것이 사실이다. 또 그럴 수 밖에 없을 정도로 공연문화 환경은 열악하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앞으로 많은 뮤지션들이 K팝 공연을 위해 무대시설들을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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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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