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전문가 좌담-모든 비용은 다 오르는데… 옷값 떨어지는 현실 문제
▶ LA시 정책 부재도 아쉬움
자바시장 전문가들이 지난달 24일 본보 대회의실에서 의류·봉제업계의 발전을 위해 의견을 나누는 좌담회를 갖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준 한인의류협회 회장, 최대성 한인봉제협회 회장, 단 이 샌피드로 패션마트 협회 전회장. <최수희 기자>
LA 다운타운 자바시장이 온라인 활성화, 1.5·2세 전문경영인 부상 등을 통해 힘찬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지속적인 최저임금 상승, 노동법과 이민법 강화로 어려움도 있지만 온라인과 모바일의 약진을 토대로 제2의 전성기를 향해 힘차게 전진하고 있다. 자바시장은 여전히 LA 한인경제의 근간이다. 여러번의 위기와 속에서도 굳건히 자바시장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봉제 및 의류업체들이 바로 그 증거이다. ‘자바가 살아야 한인경제가 산다’는 말은 그래서 여전히 유효하다.
이에 본보는 창간 49주년을 맞아 자바시장의 상생과 미래에 대해 자바시장에 몸담고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좌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24일 본보 대회의실에서 미주한인의류협회 김영준 회장, 샌피드로 패션마트협회 단 이 전회장, 미주한인봉제협회 최대성 회장이 참석해 자바시장의 발전 방향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사회: 현재 업계의 상황을 말해 달라.
▲단 이: 2014년 9월10일 연방정부 돈세탁 관련 단속 이후로 4년째 경지침체가 계속되고 있다. 반면에 자라, H&M 글로벌 등 거대 패션기업과 아마존 닷컴은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대로 수십년 다운타운 자바에서 대부분의 물건을 구매하는 많은 종소거래업체들은 점차 도태되고 있는 실정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5~6년 사이 고객층도 빠르게 변하고 있고 결제 방식 역시 현금 중심에서 카드와 송금 방식으로 변하고 있다. 이런 변화의 물결에 속에 1세 경영에서 2세와 함께 하는 경영으로 주류사회에 도전하는 업체들의 등장은 매우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최대성: 43년동안 봉제업계 몸을 담고 있으면서 느끼고 있는 현재 업계가 당면한 문제는 숙련공의 부족 현상과 함께 이직률이 높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일감이 몰릴 때는 인력난까지 겹쳐 납기일을 맞추기가 힘든 상황이 많다. 봉제공장이 바쁠 때는 노동관계 기관의 감사도 겹치는 시기여서 여러모로 힘든 것이 사실이다.
▲김영준: 두분께서 현재 상황을 잘 말씀해 주셨다. 현재 의류업계의 현재 상황은 지금의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하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뭔가 운영 방식에서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는 봉제업계나 의류업계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어렵더라도 잘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밖에서 보는 시각은 미래가 없다고 보는데, 사실은 2세와 함께 IT나 인터넷을 활용한 업체들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기존 방식을 고집하는 곳은 상황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사회: 그렇다면 당면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김: 올해 7월부터 LA카운티 최저임금 인상이 예정되어 있다. 당연히 봉제업체들의 인건비 인상 요구가 있을 것이다. 미국 내 생산 방식으로 매뉴팩처의 단가 수준을 맞추기 위해서는 비용이 좀 더 낮은 업체를 찾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현재 상태라면 봉제업계와 함께 공존을 한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 이: 주로 다운타운 자바에서 생산되고 판매하는 중,저가 의류 판매가격이 10년 전보다도 더 싸게 거래되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 생각한다. 최저임금이나 각종 보험료들은 인상되는 상황에서 옷값은 떨어지는 현실이니 어렵다. ‘AB633’ 법안 등으로 ‘원청갑질’ 문제는 그나마 좀 해소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옷값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보니 옷값 현실화가 당면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최: 10년 전 봉제단가 역시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기계의 현대화, 숙련공 양성이 최선이다. 미국 내 생산방식은 해외 생산방식에 비해 단가가 높아 경쟁력이 없다. 숙련공이 하루 티셔츠를 150장 만드는데 하루 1달러를 주면서 인건비와 보험 등 각종 비용을 감당해 낼 수 없는 것이 봉제업계의 현실이다.
-사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얘기한다면.
▲이: LA시의 정책 부재도 한몫하고 있다. LA정책을 단순화해서 말하면 봉제나 의류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LA시가 봉제나 의류업계의 진흥을 위해 펼치는 정책은 전무한 수준이다.
▲최: 이 전회장의 의견에 전적으로 찬성한다. LA에서는 최저임금에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16달러 수준이다. 따라서 봉제나 의류업계에 대한 세제지원과 같은 지원책이 없다면 뉴욕의 사례처럼 봉제업체가 LA시를 떠나 싼 임금 지역을 찾아 떠나면서 몰락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 같다.
▲이: 그렇다고 봉제나 의류업계가 LA에서 지는 것은 아니다. 그만큼 LA시의 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최저임금이 인상돼 종업원들이 12~13달러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LA의 높은 렌트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레 더 좋은 월급을 찾아 떠날 것이고 인력난의 악순환은 계속된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의류나 봉제업체에 대한 세제혜택이 절실히 필요하다.
-사회: 변해야 산다는 데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는데 변화를 위해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가.
▲김: 당면한 문제에 있어서 의류업계와 봉제업계는 다른 면이 있다. 차이점이 있다는 뜻이다. 의류업계는 봉제업계처럼 노동집약적 산업이 아니기는 하지만 정책적으로 노동청이 꾸준히 나와 관리감독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봉제업계의 경우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이 LA시가 아닌 외곽 지역으로 이전이다. 의류업계도 미국 내 생산방식을 선호하고 있기 하지만 해외 생산방식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일종의 무역업 색채가 강해지고 있는 셈이다. 사무실은 LA에 두고 생산기지를 외곽에 두는 변화다.
▲이: 자본주의 경제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처하여 성공적인 기업으로 만드는 몫은 개별 업체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변화가 어떤 특별하고 신기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일례로 샌피드로 패션마트협회는 250여개에 달하는 상가 입주 업체들이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사업을 유지할수 있도록 경비, 청결, 친절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평범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 길만이 다운타운 자바에서 25년간을 지켜온 ‘핵심상권’을 유지하는 길이라 생각한다.
▲최: LA에 숙련공들이 많기 때문에 많은 봉제업체들이 LA를 떠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의 업체 운영을 하다보면 노동법을 어기는 일이 다반사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비롯해 노동법 준수에 역점을 두는 것이 봉제협회 차원의 변화라면 변화다. 이민국과 노동청의 단속, 점검에 대비해 필요한 서류를 구비하고 법을 준수하는 등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많은 한인들이 봉제와 의류업계가 서로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최: 현재 책정된 봉제단가로 법을 준수하며 운영하는 것을 미국 내에서 거의 불가능하다. 각종 경비와 세금을 내고 나면 손에 쥐는 것이 없을 정도다. 여기에 납기를 맞추기 위해 오버타임이라도 하면 적자다. 매뉴팩처들에게 적정한 봉제단가를 요구하는 이유다. 그것이 대립으로 비춰진 것 같다.
▲이: 한인타운 내 단체들은 모르겠지만 의류 상권인 자바시장 단체들이 대립하고 반목을 하는 경우는 사실 없다. 서로 바쁘게 각자 사업에 몰두하다 보니 대립할 시간도 없고 (웃음), 또 반목할 이유도 없다. 경쟁업체이다 보니 소통면에서 조금 부족한 면이 있을지는 몰라도 대립하고 반목하지는 않다.
▲김: 의류업체와 봉제업체는 바늘과 실의 관계다. 사실 단가 문제는 리테일러들한테는 요구하기 힘든 현실에서 자바업체들에게 이야기를 하다보니 마치 다투는 듯 보이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의류업체와 봉제업체에 대립과 반목은 없다고 생각한다.
-사회: 그렇다면 상생의 방법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상생의 문제는 항상 숙제였고 중요한 화두인데 의류업계의 중심인 카마가 주축이 되어서 풀어야 될 과제인 것 같다.
▲김: 최저임금과 노동법은 일종의 정치적 결과물들로 LA시에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문제다. 그렇다고 단가 문제를 원청업체들에게 시정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 스스로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하는데 2세 경영이 그 하나다.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안된다. 무엇보다고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가가 관건이다.
-사회: 올해 협회 차원에서 역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면.
▲이: 다른 단체들과는 달리 회장이 바뀐다고 추진 사업과 이사들이 다 바뀌는 구조가 아니다. 회장이 바뀌어도 정책적인 변화는 없다. 전임 회장단이 지향했던 목적과 사업, 즉 자바시장의 활성화와 가치 창출이라는 큰 목적과 방향은 변함없이 실천되고 추진될 것이다. 한마디로 ‘불황타계책’을 위해 샌피드로패션마트협회는 계속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김: 협회 회원들에게 계몽하는 데 역점을 둘 계획이다. 비즈니스를 잘하는 업체들의 성공사례를 공유하는 일도 추진할 것이다. 협회가 존재하는 이유가 성공사례와 좋은 정보를 회원업체와 공유하는 것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최: 1세에서 2세로 경영이 넘어가는 문턱에서 봉제협회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이 회원업체들이 잘할 수 있는 그릇으로 만드는 일이다. 노동법에 대한 계몽, 회원가입 독려, 정부에서 원하는 봉제업체의 위상을 만드는 일 등이 포함될 것이다. 그간 업계에서 얻은 경험을 회원업체들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쏟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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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남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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