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한방’이다! 위험한 말이긴 하지만 이 말 안엔 인생의 본질이 담겨 있다. 그 위험성은 이 말을 너무 철썩같이 믿으며 노력 없이 순간의 요행에 기대며 사는 이들에게서 발견된다. 로또 당첨 같은 게 그런 것이다. 하지만 한 인생에게 있어서 세계관이나 인생관은 실로 중요한 것인데, 대체로 그것의 변화는 혁명적 한방에 의해 일어날 때가 많다. 아르키메데스는 목욕하다 유레카를 외쳤고, 뉴턴도 사과나무에서 사과 떨어지는 것을 본 순간 그랬다.
성경에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라는 구절이 있다. 얼른 보면 이 말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부지런히 살라는 말처럼 들린다. 그래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사는 이민자들에게 무척이나 댕기는 말이 이 구절이다. 그러나 이 말은 그런 훈계적인 의미를 훨씬 뛰어넘는다. 영어 역본만 봐도 그 의미는 확 달라진다. 그걸 옮겨 적자면 이런 뜻이다. “기회를 붙잡으라. 기회를 포착하라. 기회를 선용하고 극대화(maximize)시켜라. 이 시대가 악하기 때문이다.” 기회는 수동적으로 반드시 오며, 그래서 그걸 포착하는 순간적 결단이 꼭 필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를 생각할 때마다 대개 눈에 보이는 무언가를 기대한다. 거대한 산과 바위들, 그 사이에서 움돋아 나오는 나무와 풀들, 그 위를 유유히 날아다니는 새와 벌레들, 매일 쉬지 않고 포효하는 푸른 바닷물, 그 안에서 유영하는 각종 물고기들, 주로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서도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의 위대함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다. 인간의 이성과 감정, 공기와 바람, 하늘의 푸른 빛(하늘이 원래 파란가? 그렇지 않다), 짝을 찾으려는 짐승의 열렬한 성적 추구성, 인간의 자식사랑 본능 등이 이에 속한다. 그 중에서도 내 생각엔 하나님의 ‘시간 창조’가 가장 압권이다.
그래서 시간은 하나님의 무형 창조물 중 가장 원시적이며 가장 탁월한 것이다. 그렇다면 시간은 하나님께서 인간에 내려준 최고의 선물인 셈이다. 이 문장을 쓴 사도 바울도 이 사실을 잘 알았던 것 같다. 그래서 편지를 받을 성도들에게 말한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그런 이유 때문일까? 인생을 살다 보면 내 인생 가운데서도 어떤 경이적인 순간들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내 인생은 그런 몇 개의 경이적 순간의 ‘점’들로 이어진 ‘선분’과도 같다. 그게 앞서 말한 ‘한방’이라면 그 이유 때문에 그 ‘한방’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나도 한번 돌아보았다. 내 인생의 경이적인 모멘트들을. 내 사랑하는(그러나 지금은 내 곁을 떠나신) 부모님과 형제자매들을 만난 순간, 나의 아내를 만난 순간, 나의 두 자녀가 세상에 잉태된 순간, 그리고 가장 결정적인 것으로서 그리스도를 만나 내가 그리스도인이 된 순간, 이런 것들이다. 난 이 ‘한방의 순간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느닷없는 의식의 변화로 목사가 되기로 한 한방도 있다.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녔으나 난 단 한 번도 목사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한방(!)의 기회에 맘을 바꿔 먹었다. 그 후 신학교를 갔고, 목사 안수를 받았고, 그래서 지금은 목사가 되었다. 결코 후회 없다.
목사 된 이후 목회지가 세 번 바뀌었다. 그것도 한방이라면 한방이다. 그 바뀌는 장면에서도 순간적인 결단들이 있었다. 물론 그로 인해 따라온 인생의 축복들도 셀 수 없이 많다. 그로 인해, 그때와 지금의 신앙의 지기이자 동반자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이 역시 그때 그 한방이 없었으면 되기나 할 일이었을까 싶다.
성경과 교회의 역사를 살펴보면 이런 일들이 참 많았던 것을 깨닫게 된다. 야곱은 벧엘에서 하나님과 대면했다. 바울 사도는 다메섹 도상에서 그리스도와 충돌했다. 요한 웨슬레는 폭풍이 이는 바다의 선상에서 회심 체험을 했으며, 마르틴 루터는 비텐베르그 성당 앞에서 교회개혁을 외쳤다. 다 한방이었다.
그럼 물어보자. 당신의 인생의 ‘한방’은 무엇인가? 당신 인생의 경이적인 모멘트 같은 것 말이다. 성경에서는 이를 ‘카이로스’의 순간이라고 말한다. 그러니, 이것 없이는 내 인생이 멋지게 꾸려질 수 없음을 기억하라. 기회는 반드시 온다. 기회를 포착하는 건 내 편에서 할 일이다. 놓치는 것 역시 내 책임이다. 세월을 아끼라, 때가 악하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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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숭 목사/ 새크라멘토 크로스포인트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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